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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대 권력승계 ‘일찍부터 점화’
지난 2월 8일, 북한 관영매체는 건군일 75주년을 기념하는 김정은 총비서의 행보를 보도하면서 그가 딸 김주애(金主愛), 부인 리설주와 북한군 장성 숙소를 방문한 모습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특히 김주애는 김정은과 리설주 사이, 고위급 장성들을 배경으로 중앙 자리에 위치하여 큰 주목을 끌기 충분했다.
김주애의 첫 등장은 지난해 11월 18일, 김 위원장과 함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현장에서이다. 11월 26일에는 ICBM 개발과 발사에 관여한 공로자들과 함께 기념사진 촬영 행사에 등장했다. 또 올해 1월 1일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KN-23을 시찰하는 현장에 김 위원장과 동행했다. 마지막 확인은 지난 2월 8일 심야 열병식 때로 김정은 위원장과 나란히 주석단 위치까지 배석했다.
한편, 북한은 주요 기념식이나 행사 모습을 별도로 묶은 사진첩을 발행해 선전 도구로 활용해왔다. 지난 2월 14일엔 새 우표의 도안 8종을 공개했는데, 이 가운데 5종이 지난해 11월 ‘화성-17형’ 발사 현장에서의 김주애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토대로 제작되었다.
국내외 북한 전문가들은 김주애가 최근 여러 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자 단순히 관심 돌리기나 다정한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란 분석부터 이젠 김주애의 후계자설에 한층 무게를 실고 있는 국면이다.
지난 2013년 2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한 전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로드먼은 영국 일간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리설주 부부에게 딸이 있다”고 밝히면서, 김정은 부부와 함께 간 연회장에서 김정은의 딸 주애를 안아준 체험담을 공개한바 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2017년 국회에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사이에 2010년생으로 추정되는 맏아들을 포함해 2남1녀의 자녀가 있는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종합한 결과, 북한 매체가 널리 보도한 ‘사랑하는 자제분’은 2013년 출산한 ‘김주애’의 이름이 정식 확인되기에 이른다. 현재 북한당국의 후계자 구도를 면밀 분석한 바에 의하면, 대략 3가지 시나리오로 후계자 구도가 좁혀지고 있다.
● 실현성 높은 ‘가상 후계구도’
여기에서 순서대로 북한의 ‘제4세대 후계구도’를 예측하는 것은 섣부른 단견일지 모른다. 먼저, 최근 김주애를 전격 공개한 건 북한 내부 고위 공직자 단속용으로, 김여정에게 줄 서려는 북한 권력 고위층에 대한 경고라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는다.
김정은 위원장의 손을 잡고, 부녀가 스킨십 하는 김주애의 등장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주애’라는 이름의 여성들에게 개명을 지시했다는 외신보도까지 나왔다. 이를 토대로 ‘김 위원장이 김주애를 후계자로 낙점하고, 이에 필요한 예비 작업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했다.
김주애의 등장이 북한 후계구도 확립과 연결된다는 주장에는 김여정 부부장의 희미해진 존재감도 근거로 등장한다. 김주애를 띄우기 위해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먼저, 미 해군분석센터 ‘켄 고스(Ken Gause)’ 선임국장은 “남성 중심의 전통적인 북한 사회에서 여성 후계자를 앉히기 한참 전 미리 분위기를 탐색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한국에서 ‘김주애가 후계자’라는 확신을 가진 인사는 정성장 세종연구소 동아시아협력센터장이다. 정 센터장은 이런 실례를 들면서 후계자 ‘내정’과 ‘공식 결정’을 분명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 위원장이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공식 결정’된 것은 2008년 말이지만, 그가 후계자로 ‘내정’된 것은 그의 만 8세 생일날인 1992년 1월 8일이다.
정 센터장이 2021년 3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만난 김 위원장의 이모 고용숙 부부의 증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8세 생일날(1992년, 김정일 만 50세 때) 김정일 위원장이 “내 후계자는 정은이”라고 언급했다는 일화를 전한다.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도 아버지의 전례에 따라 현재 만 10세로 추정되는 김주애를 자신의 후계자로 내정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영국 주재 북한 공사 출신 태영호 의원의 부인이자 ‘런던에서 온 평양 여자’ 저자 오혜선 작가도 이런 견해에 적극 동조한다.
“북한 사람들은 독재를 오래 경험했기에 ‘누구를 따라가야 하나’에 촉이 늘 서 있습니다. 김정은이 자신의 후계자가 누구인지 신호를 주고 있습니다. 한때 김여정에게 권력이 많이 쏠리는 듯하자, 올케인 리설주 입장에서는 불안했을 겁니다. 주애가 전면에 등장한다는 건 리설주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로 장남인 아들 후계자설에 무게를 싣는 분석 역시 상당히 신빙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고영환 전 한국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를 공개한 것을 두고 “권력을 넘기지 않겠다는 메시지”라며 후계자는 첫째 아들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다.
“아들을 공개하면 간부들은 미래의 지도자라고 생각하며 아들 앞에 줄을 설 것이다. 그렇게 되면 김정은의 권력에 흠집이 날 수 있다. 따라서 진정한 후계자를 수면으로 노출시키지 않은 것은 신비화·우상화에 매우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국가정보원 대북분석관을 지낸 곽길섭 국민대 겸임교수는 김주애가 무엇보다 막후에서 ‘후계자론’ 수업을 받고 있을 오빠를 넘어서기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주애의 역할이 시선을 끌기 위해 잠시 출연하는 일종의 ‘까메오’로, 주연의 오빠 대신 조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 근거로 유교적 문화가 뿌리 깊고 가부장적 남성우월주의 문화가 팽배한 북한 사회에서 ‘여성 수령’을 수용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점이다.
다음으로, 김주애로 승계가 되면 4대 세습에는 문제가 없지만, 5대째(김주애의 자녀)에 다른 성씨(김주애의 남편)로 권력이 이양될 수 있기에 ‘백두혈통으로의 영구 승계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거이다. 실제 유일영도체계 확립 10대 원칙 제10조 2항은, 북한은 ‘당과 혁명의 명맥을 백두의 혈통으로 영원히 이어 나가며’ 라고 명시하고 있다. 김씨 일가로만 세습을 명문화한 것이다.
마지막 분석은 김정은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김정은이 갑자기 사망하면,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에게 무슨 일이 발발한다 해도 혼란과 체제 붕괴를 미연에 차단하려면 김여정으로 권력이 이양 되어야 한다는 체제안정론이 그 핵심이다.
김여정은 최소 2014년부터 실권을 행사한 동생이자 2인자이다. 자녀들은 너무 어리기 때문에 후계자로 낙점하기에 시기상조이다. 김 위원장의 자녀가 적어도 15~16세가 되기 전에 사망하면, 김 부부장이 수렴청정 형태로 역할이 가능하다. 김 위원장의 후계자는 아니지만 가장 신뢰를 받고 있기에 후계자가 성장할 때까지는 그 역할을 다할 것이다.
● 현실론! ‘백두혈통 전적 충성’
김주애의 군 관련 행사 등장은 북한의 핵보유국 정당성 선전 쇼에 대한 주목을 끌면서 한편으로는 대북제재 논의를 분산시키는 이중 포석을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김정은이 딸 김주애를 공식행사에 빈번히 노출시키는 실질적 배경은 “근래 후계자로 김여정이 지나치게 부각되자 본인 자식이 ‘몸통’이고 나머지는 ‘곁가지’라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공식 천명한 것”이다.
열병식에 참여한 북한 군인들은 ‘백두혈통 결사옹위’를 연신 외쳤다. “김주애를 전면 선보이는 것은 백두혈통에 대한 충성을 요구한 것”으로, 결국, 모든 연결고리 최상부에는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맹세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핵무력을 앞세운 북한의 공고한 세습체계 야욕에 혈안이 되면 경제·산업 발전이 한층 쇠락하면서 해외 투자의 문을 아예 닫아버리게 한다. 당장 먹고살기 어려워지게 되면, 북한 고위층 내에서 쿠데타 움직임은 전혀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아울러 현재 남북한 긴장이 최고수위에 이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재래식 무기의 국지적 충돌이라는 끔찍한 현실화는 저 넘어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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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선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