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주년 전승절 ‘러중과 함께 열병식’
지난 7월 27일, 북한은 전승절(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을 맞아 중·러 사절단이 참관한 가운데 대규모 군사퍼레이드 야간 열병식을 개최했다. 중국은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자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인 리훙중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러시아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파견했다. 특히 전승절에 러시아가 대표단을 이끌고 북한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26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북러 국방장관 회담을 가졌다. 또 지난 26일에는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국회부의장 격)이 이끄는 중국 당 및 정부대표단도 평양에 도착, 환영연회까지 열었다.
북한은 6·25 한국전쟁을 ‘조국 해방 전쟁이다’라고 공식화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공모해서 북침을 수행했기에 ‘미국의 한반도 식민지지배 위협으로부터 조국의 해방을 사수했다’는 의미이다. 북한의 혈맹인 중국은 6.25 전쟁 참전을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도왔다’는 뜻으로 항미원조라 칭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4월 미국을 국빈방문 해 ‘핵 기반 안보협력’을 마련하는 워싱턴선언을 채택했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5월 답방하면서 한미일 공조가 강화되고 있다. 이에 맞서 북한으로서는 생존압박의 무게가 커져 중국·러시아와 밀착 추세가 한층 강화되어 가고 있다.
특히 올해 전승절은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를 결정적으로 강화하는 절호의 계기이다. 한미일 결집으로 압박 수위가 가파르게 높아진 북한이 대한민국에 날선 대립각을 세우며 전운이 감돌 정도로 매우 고수위 임계점에 이르고 있다.
● ‘한미일·북중러 3국’ 찰떡공조
지난 4월 18일, 시진핑 중국공산당 중앙위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에게 “지금 국제 및 지역 정세는 심각하고 복잡하게 변화하고 있다”고 노동신문에 밝혔다.
시주석은 “중국과 조선은 산과 강이 잇닿아 있는 친선적인 인방(이웃)”이라며 “전통적인 중조 친선은 오랜 기간 국제 정세 변화의 시련을 이겨내고 발전 추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왔으며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올해 3월 27일 왕야쥔(王亞軍) 신임 대사가 2년여만에 평양에 부임했다. 왕 대사는 2021년 주북 대사로 내정됐으나 코로나19 발생 이후 북한의 국경 봉쇄 상황으로 그동안 현지에 부임하지 못했다.
이날 왕 대사는 대사관 홈페이지에 올린 인사말을 통해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최근 몇 년 동안 양당과 두 나라 최고영도자의 전략적 지도 하에 새로운 역사적 시기에 접어들었다”라며 “각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증진하고 북중 간 상호 이해와 신뢰를 증진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북·중 국경 개방 움직임이 본격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봉쇄 조치가 완화되면서 미국과의 갈등 구도 속에서 북·중 간 인적 교류가 서서히 재개될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은 무역갈등을 위시 대만문제, 신장위구르족 인권탄압에 대한 동시다발 제재에 나서며 중국은 북한을 지렛대로 삼으려는 전략이 노골화된 셈이다.
한편, 7월 27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에 축하 서한을 보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서 푸틴 대통령은 축전을 통해 북한 열병식에 대한 러시아의 지지를 표하고 주요 세계 현안과 관련해 서방 세력에 맞서는 공통된 유대를 강조했다. 크렘린궁은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군사 작전에 대한 북한의 확고한 지지와 주요 국제 이슈에 대한 러시아와의 유대는 서방에 맞서는 공통된 관심과 결의를 더욱 강조한다”며 상호 우의와 결속을 다짐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본격적인 밀착은 지난해인 2022년 3월 2일 유엔총회 투표에서 시작됐다. 당시 유엔에서는 특별총회가 열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놓고 찬반투표가 벌어졌다.
이 표결에서 미국과 한국, 일본 등 국제사회 141개국이 결의안에 찬성했고, 중국과 인도, 이란 등은 기권했다. 북한은 이 결의안에 반대했다. 전 세계에서 이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나라는 북한과 벨라루스, 시리아, 에리트레아, 러시아 등 5개국뿐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러시아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손을 들어 줬다. 지난해 5월 26일 미국은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려 했다. 그러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거부권을 행사해 이 결의안을 부결시켰다.
이처럼 북한과 러시아의 찰떡 공조는 우크라니아 전쟁에서 러시아가 비축한 탄약이나 여러 가지 무기가 매우 부족한 상태에서 북한의 무기지원에 따른 것이다. 대신 러시아는 북한에 식량난을 완화시켜 주고 있다.
● “진보·보수 초월 대재앙 피해야”
그동안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 작년 이후 안보리 차원의 공동 대응 논의 때마다 매번 제동을 걸어왔다. 중러는 지금 같은 신냉전 시대에 북한이 미국을 견제하는 일종의 대항마 역할을 하는 것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더욱이 북한은 현재 최악의 경제 상황이고, 대북 제재, 코로나, 국경 봉쇄로 워낙 어렵기에 돌파구로 북중 관계, 북러 관계 증진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북한과 러중관계가 공고화되면 대북제재가 느슨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과 협력관계를 증진시켜 ‘반미전선’을 구축한다면 ‘대화’ 대신 ‘대결’을 선택할 가능성을 높인다.
현 시점에서 미국과 일본은 중국과 러시아를 가장 큰 공동의 전략적 도전으로 규정하고 군사동맹을 노골화하자 중국과 러시아는 대미 관계에서 전략적으로 상호 보완하면서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동북아지역에서 ‘북·중·러’ 대 ‘한·미·일’의 냉전적 구도가 강화되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안보 불안은 점점 더 커지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며, 우리의 입지는 매우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작년 5월 10일 윤석열 정부의 출범 이후 남북관계는 더욱더 꽁꽁 얼어붙었다. 북중러 와 한미일은 강대강 맞대응 전략으로 인해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진보와 보수를 초월하여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해 어느 쪽이 바람직한지를 최고 지도자의 결단과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우발적인 사고에서 파생하는 우발적인 참상일 것이다. 제2의 한국전쟁은 궁극적으로 백의민족의 공멸을 의미한다. 북한체제의 붕괴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 국민들은 핵전쟁으로 인해 공멸될 개연성이 높다. 대화 없이 한반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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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선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