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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4.12.06 [20:21]
<신년 특집> 한여름 태양과 함께한 세계일주(제2회)
 
노운하 회장

동행자를 찾았으나 자발적 나서는 친구가 없어

아내의 아찔 순간 중앙아시아 폭염고열과 설사

시계가 20m도 안되는 밤길운전 목숨 걸고 돌진

62일간 여행추억! 영원히 밝은 빛 발하리라 믿어

 

 

우여곡절끝 천운에 맡기고 결행

 

▲ 노운하 회장

지난 7월초부터 9,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세계 일주를 좋은 계절과의 동행을 통해 무사히 다녀왔다. 큰 도전이었으나 엄청난 행운이었다. 5년이상 꿈꿔왔기에 1년전 부터 계획하고, 6개월전에 항공예약과 구체적 여정을 정리한 후, 숙박과 이동편을 준비한 덕분에 흡족한 여행이 될 수 있었다.

 

늘상 언제쯤이 좋을까생각하면서 환갑에 맞춰 떠나기로 결정하고 동행할 친구를 찾았다. 크루즈 세계일주는 너무 긴 여정이어서 비행기 일주를 하기로 정한 뒤 수백 회가 넘는 해외출장으로 쌓인 마일리지를 이용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세계일주 프로그램은 비즈니스 두좌석을 6~9회 지구 한바퀴 탑승하는 것임에도 44mile로 꽤 괜찮은 제도였다. 2020년도까지만 주어지는 혜택이라니 환갑인 시기가 딱 맞았다.

 

▲  맨오른쪽 부터 필자 부부. 코리아와 BTS에 환호하던 멕시코 사람들과 함께, 2500고지의 자연폭포 노천온천 똘란똥고에서

 

환갑에 60일간의 여정을 꿈꾸며 동행할 친구를 찾았지만 여의치 못해 아내와 둘 만의 여행도 생각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생겨서 꿈은 사라지는가 싶었고 불가능해지는 듯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항공사에서도 제도변경을 1년씩 연기해 오다가 작년에 2023년까지 이용 가능한 제도로 최종 확정했다. 내게는 절호의 기회가 다시 주어져 너무도 기뻤다.

 

2019년 말부터 동행자를 찾았으나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는 친구가 없었다. 2021년에 고교동기인 황정한 이사장(병원)이 관심을 가졌다. 이어 네부부가 같이 가보자는 의견을 모았으나 시기와 여행지에서 부터 각각 생각이 달라 포기하고 친구 부부랑만 떠나기로 했다.

 

북반구 여행으로 잡고 여름휴가 시즌이 끝나는 8월 하순부터 가을까지 두 달로 상정했다. 그러나 마일리지 티켓은 반 년전 임에도 대륙 간 이동 비행기 표는 없었고 간혹 한 두좌석 밖에 없는 상황이라 예약담당자는 4명의 동반여행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답변이었다. 난감했다.

 

아내와 둘만이 여행하기에는 이런 긴 자유여행은 쉽지도 않을뿐더러 비용도 엄청난데 아내마저 자신 없다고 포기선언을 하니 암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내는 5년여 전 간단한 수술이 의료사고로 이어져 4개월 동안 사경을 헤매며 죽을 고비는 넘겼으나, 그 이후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뒤 체질이 약해져 여러 질병이 생겼고 지금까지도 고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 시기에 두 아들의 결혼과 분가는 우울증세까지 가져다주었다. 여러 병원 신세를 지며 다양한 약으로 버티고 있었으니 이해할 만도 했다. 그러나 다른 질병은 몰라도 우울증세라도 극복시켜 보고자 올해 초에 엄청난 리스크(의사들의 극구 반대에도)를 안고 20일간 체험1용 일본 자유여행을 시도했는데 주효하게 성공했다. 이에 용기와 힘을 얻었었고 자신감과 정신적 활력을 되찾는 계기가 되었다.

 

▲   항공10, 크루즈2, 단독패키지2, 그룹패키지1, 자유여행3차례 약6.5km(항공4.4km, 크루즈7850km, 자가운전7382km, 도보409km/55만보등)62일간 여정이었다.   pixabay.com

 

그래서 세계일주도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심어주며 설득하여 다시 추진키로 했다. 그런데 동행하기로 한 친구네 집안 상황이 갑자기 바뀌었다. 외손주와 친손주 잉태 소식이 한꺼번에 전해졌고 8월 중순과 9월에 출산예정이라는 낭보였지만 이로 인해 친구 아내가 갈 수 없다는 선언을 했다. 내가 고민을 하자 친구는 넌지시 셋이라도 갈 수 있다는 뜻을 비쳐왔다. 일단 4명으로 예약해 놓고 보자고 한다. 최악의 경우 3인행이라도 하자는 뜻이렸다.

 

다시 마일리지 항공표를 샅샅이 찾다 보니 시차를 두고 귀국 가능한 편도 4개 좌석이 확인되어 희망의 빛을 찾았다. 그 이후 1주일간 혼자 사이트를 검색하며 찾았지만, 유럽행 구간이나 대서양 횡단 마일리지 항공표는 찾지 못했다. 막막했다.

 

▲  필자  맨 오른쪽, 사모 맨 왼쪽   한국인이라고 환호하던 사람들과의 만남, 마르세이유 크루즈승선에 앞서 

 

아시아 권역을 통한 유럽행 항공편이 전혀 없어, 아시아전 노선을 검색했는데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행 항공편이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유럽행 연결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마일리지로 연결되지 않아 항공권을 구매하면 되지만 그이후 연결편이 없는 것이 또 문제였다.

 

다시 타슈켄트에서 아시아권역으로 연결해보니 이스탄불로 해서 파리로 가는 유럽편이 하나 있었다. 이것도 야간과 새벽 비행기뿐이었지만 희망의 등불이 되었다. 이제 대서양횡단 항공편만 찾으면 되는데 여름 휴가철까지 겹친 상황이라 한두 좌석도 없는 상황이었다.

 

가능성이 없는 대기요청을 해두고 예약센터와 여러 차례 통화하다가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는 속담을 믿고 다시 예약센터를 찾아갔다. 다시 검색해 보자고 방문하니 한달이나 노력했는데. 또 귀찮 은 빈대(?)가 왔구나하는느낌 이었지만, 예약담당자는 친절히 대해주며 일일이 노선을 체크해 주었다.

 

잠시 검색을 하다가 영미간 항공 노선이 코로나 이후 새로 재개되는 게 있어서 런던에서 JFK로 가는 버진항공편이 가능하다고 한다. 순간 환호성과 함께 벅찬 감동을 받았다. 모래사막에서 바늘을 찾은 느낌이었다.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고 무척 기뻤다. 새로운 노선 재개로 친구 아내의 미국 방문 일정에도 맞춰 예약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귀국편에 맞춘 항공편의 역순예약이라 가능일자에 예약을 하다 보니 7월 초순에 출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번에는 우리 차남의 손주 출산 예정일인 719일을 생각해야겠기에, 아내가 또 난색을 표했다. 아들에게 이해를 구했다. 그러자 둘째 내외가 쿨하게 날짜를 앞당겨서 출산 일을 잡겠단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런 행운과 도움, 협조가 만들어낸 천재일우의 기회를 포기할 수 없었다. 더 큰 의욕이 살아났다.

 

세계일주 항공편을 예약한후, 친구 아내가 미국동부(뉴욕)까지 동행하도록 꾸준히 설득해 동의를 얻었고 결국 동행하게 되었다. 결정까지는 긴 시간이 걸렸지만 항공편을 때맞춰 잘 예약해둔 결과였다.

 

그러나 병원의사들이 과별로 연이어 사직하는 사태가 발생하여 친구의 동행 여부가 다시 문제가 되었다. 다행히 그 문제는 1개월 만에 해결되었고 친구 손주 출산후의 여정에도 친구가 재합류하기로 결정해서 우여곡절 끝에 세계일주는 넷이 출발할 수 있었다.


여행지의 한여름 폭염예보나 우기의 장맛비 소식으로 걱정도 많았지만 주사위는 던져졌다. 나도 긴여정이라 두렵긴 했지만 아내가 이를 극복할수 있을까가 최고의 걱정거리였다. 친구도 아내가 약한편이라며 무리하지 말고 여유있는 여행을 하자고 해 의견일치를 보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중앙아시아 폭염(42~43)속 실크로드 탐방을 마무리하기도 전에 사고가 터졌다. 아내가 배탈, 설사에 고열이 나는 암담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현지 의사가 왕진을 와서, 주사와약으로 하루만에 해결해줘 1차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지중해 크루즈에서도 아내가 연일 35도가 넘는 찜통 무더위에 지친탓인지 알 수 없는 박테리아균에 감염되어 또다시 고열과 설사로 드러누웠다. 2차위기는 심각했고 아찔했다. 선상병원에서 3일간 집중치료 덕분에 쾌차하였고 여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천만다행이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이 연이어 발생했다. 융프라우를 오르고자 가장 가까운 지역 그린델발트에 호텔을 2박 예약했고 오후6시경 주소지로 찾아갔는데 해당 호텔이 없는 것이 아닌가.

 

1시간 이상을 헤매다가 모호텔 지배인에게 물었더니 예약시트의 우편번호를 보고서는 해당호텔로 전화를 해 확인해 주었다. 2시간이 넘는 먼거리의 외딴 산간지역인데 주소가 오등록 되었단다. 귀책사유를 들어 숙박취소를 요청했지만 그럴리 없다며 거절했다.

 

어쩔수없이 어두워지는 저녁에 산적이 나올 듯한 두메 산골길을 내달려 새벽 1시반에 호텔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한 후, 다음 여정인 피르스트 방문을 감안하여 남은 1박을 취소하고 다른 호텔을 찾아보기로 했다. 숙박할 룸이 많지 않았다.

 

예약한다면서도 놀라 정신없던 터라 깜빡 잊고 다음날 융프라우를 올랐다. 정상에서 이른 저녁식사를 한뒤 하산할 때 생각나서 예약을 하려고 보니 이미 호텔룸은 매진이었다. 정상에서 거리상 가까운 호텔을 찾아 예약했는데 하산해보니 산능선의 정반대편에 위치하고 있었다.

 

▲ 마테호른의 황금빛 정기를 받으며


2시간이상 주행해 가야 하는 먼거리인데다 최악의 절벽 산길이어서 아찔했다. 저녁이라 차량운행도 별로 없고 능선을 넘는 절벽계곡에 운무까지 덮여 시계가 20m도 안되는 밤길 운전을 목숨걸고 갈 수밖에 없었다.

 

오싹함을 넘어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인채 몇시간을 달려 한밤중에 도착했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 이후로는 컨디션 조절은 물론 안전여행을 최우선으로 하여 특별한 사고없이 무사히 다닐 수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한여름 시즌이었기에 북유럽 빙하나 피오르드도 볼 수 있었고 침간산, 마테호른, 융프라우를 올라 빙하나 만년설, 몽블랑도 가볼 수 있는 좋은 여정이었다는 점이다.


실크로드를 거쳐 프랑스전역과 스위스, 지중해 크루즈, 모나코, 북유럽 크루즈, 영국남부, 미동부 및 캐나다, 멕시코와 마야문명, 미서부 일주 등 긴여정으로 칸, 니스, 칸쿤 등 유명해변은물론 지중해 연안 해변들, 불가사의 한 퐁트더 가르드, 스톤헨지, 치첸잇사 등 세계문화유산들과 똘란똥고 등 특별한 곳들도 다녀왔다.

 

항공10, 크루즈2, 단독패키지2, 그룹패키지1, 자유여행3차례 약6.5km(항공4.4km, 크루즈7850km, 자가운전7382km, 도보409km/55만보 등)62일간 여정이었다.

 

의미있고 보람찬 나날이었으며, 용기와 행복을 가져다주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pixabay.com

 

우기인 지역도 4000m가 넘는 고산지대의 비바람지역도 바다의 거친 폭풍우지역도 비는 모두 비켜갔고 늘 햇살을 받으며 다녔다. 태양의 신이 늘 함께 동행해 준 행운의 여정이었기에, 63세의 장년들에게는 버거웠지만 한 번도 인상쓰거나 싸우지 않고 다녀왔다.

 

내가 전체 일정 및 예약 등을 했고 여행지는 친구네가 가보고 싶은 곳으로 정했으며 방문지도 친구가 정하도록 역할분담을 했기 때문이다. 또한 친구부부의 양보와 배려덕분이기도 했다. 처음 만난 아내들인데 너무도 닮은 점이 많았고 자매같이 가까워져 언니로 호칭하며 이해와 공감을 통한 협동, 협심을 해준 덕분으로 정말 멋지게 여정을 마칠 수 있었다.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동행해준 친구부부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하며, 우정을 듬뿍담아 사랑을 전한다. 이번 여정을 극복해내고 건강에 자신감을 회복한 아내에게도 진정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긴여정이 의미있고 보람찬 나날이었으며, 용기와 행복을 가져다주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뜨거운 태양과 함께 동반한 친구와의 여행추억은 그 햇살과 함께 영원히 밝은 빛을 발하리라 믿는다.

 

노운하 프로필

1961312일생, 한국미디어영상교육진흥원이사장, ()모피아이회장, PHP KOREA 회장, PHP국제교류회 회장, 좋은아빠 멘토단 단장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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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1/02 [03:29]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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