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빛 불 빛
서리인듯 새하얗게
병동지붕 내려앉은 건 달빛인데
세월 달려온 바람 가슴을 치고
별 몇개 떨어져내린 양
불규칙하게 뿌려진
먼 농가 알전구 불빛 수선스러움에
입벌려 크게 숨쉬어도
가슴속 불길은 더 세게 타올라
호흡 가쁘게 하네
어룽어룽 눈물도 고여,
굴러내리는 바람에
불빛이 달빛 믿고
야광용수철처럼 함부로
들까불며 흔들려지면
혹은 가을서리마냥 모질다가도
또는 봄바람같이 낭창낭창도하여
웅숭깊은 희망에의 단초
차마 다가오지도 못한 채
멈칫거리는 몸짓
겨울달빛은 불빛 사이로
저만큼 멀리에 서서 보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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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作 note
며칠 전 올려다보았던 밤하늘의 달빛은 분명 둥그렇게 밝은 모양이었는데 금세 한 쪽 볼이 움푹 파여져 찌그러지고 말았구나. 흐르는 세월만큼이나 부지런히 얼굴 바꾸는 달을 바라보며 판에 박은 넋두리를 하고 있자니 어느새 다시 살아난 근심이 뒷덜미를 움켜쥔다. 명색이 새 해이거늘 이제는 어떤 희망을 가슴에 품으면 걸맞게 되는 겐가? 늘어가는 한숨 감추면서 기왕이면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밝은 웃음 보여주기 위한 연습에 돌입한다.
괜시리 찡그린 표정으로, 얼굴 마주 대하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줄 필요는 없는 노릇이라, 덕담에 어울리는 근엄한 미소로 뻔뻔하게 눈 내리깔은 거울 속의 모습이 퍽도 어색하여 차라리 외출을 포기하고 다시금 주저앉고 싶은 아침이다. 축복받은 새 시작의 연휴가 끝나고 열려진 본격적인 새 해의 행보가 어찌 이토록 무거운 발걸음으로 시작된단 말인가? 어찌할 수 없는 고뇌에 전전긍긍하다가 핑계 삼아 밤을 기다린다.
‘견리망의(見利忘義)’. 교수신문이 전국 대학교수 1315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여 지난 연말에 선정했던 ‘올해의 사자성어’다. 사전적 의미는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이다. 한자어 ‘망(忘)’은 ‘버린다’라는 뜻도 된다. 각자 자신의 이익 찾기에 급급해 의로움을 버리는 사회. 교수들이 바라본 올 한 해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물론 새삼스럽게 사자성어를 선정할 필요도 없이 누구나가 쉽게 공감하는 현실이기에 애써서 풀이를 할 이유조차 없긴 하다.
‘김병기 전북대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는 견리망의의 현상이 난무해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며 “견리망의하면 우선은 풍요를 누릴 수 있을지 모르나 결국은 공멸하게 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의 지적처럼 이익을 찾아 각자도생한다는 것은 사회가 분열돼 갈등하고 반목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에도 “서로를 이기려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한다” (영남대 최재목 교수)는 뜻의 ‘공명지조’가 올해의 사자성어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국민통합을 목표로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민통합 위원회’까지 신설했다. 그럼에도 4년여 전의 ‘공명지조’한 세상이나 현실의 ‘견리망의’한 세상이나 별반 차이는 없다.
집권 2년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의 각 사회 부문별 정책 역시 국민통합에 기여하기 보단 연중 내내 논란의 대상이 됐다. 윤 대통령이 ‘공정과 정의’를 외치며 제시한 노동·교육·연금의 ‘3대 개혁안’만 해도 각각 노동권 후퇴, 공교육 훼손, 개혁안 부재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사회 정책을 놓고 정치·이념 성향에 따른 갈등과 반목이 재현됐고, 사안에 따라선 이익 집단별로 ‘견리망의’가 극대화돼 표출되기도 했다.
새롭게 열려진 2024년은 ‘청룡(靑龍)’의 해다. 오행 사상에서 청룡은 ‘새로운 시작’ 내지는 ‘변화’를 상징한다. 분열을 딛고 새해엔 대한민국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이제 겨우 취임 2년 차인 대통령을 향한 퇴진 시위가 매주 서울 도심에서 열리고 있으며, 국회의원 선거(총선)를 앞두고 이합집산의 정치권은 한층 더 혼란한 상황이다.
고금리·고물가가 장기화되며 시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 칼부림 사건, 전세 사기 피해 급증 등 공동체의 신뢰 자산을 갉아먹는 사건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여성·장애인·노동자·성소수자·이주배경여성 및 청소년 등을 향한 혐오의 언어가 거름망 없이 흘러넘친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방사 피폭에 대한 불안은 증가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끝나지 않았건만, ‘이스라엘-하마스’ 교전이 발발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고, 뉴스를 아무리 살펴봐도 암울한 소식 뿐인 듯 하다. 그럼에도 공동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도처에서 열심히 의무를 이행하고 있기에, 아직은 그래도 완전한 절망이라고 단정하기엔 이르다.
아마도 그래서 필자는 오늘도 열심히 희망을 빚고 있는 건지 모른다. 그렇기에 필자는 내일도 쉼 없이 꿈을 캐고 있을지 모른다. 또한 밤에도 지치지 않고 두 눈 똑바로 뜬 채 사랑을 바라며 달빛 닮은 불을 켜고 섰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에 사랑이 넘치면 눈이 맑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눈이 맑은 사람은 부정적인 말로 남을 판단하기 보다는 긍정적인 말로 남을 이해하려 애쓰게 된다.
마음에 사랑이 넘치면 맑은 웃음이 늘 배경처럼 깔려 있어 만나는 이들을 기쁘게 할 것이다. 매우 사소한 것일지라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그를 위해서 열려 있는 사랑의 행동은 그 자체가 아름다운 보석이다. 찾기만 하면 늘 널려 있는 이 보석을 찾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게으름 때문이다. 늘 감사하며 사는 맑은 마음엔 남을 원망하는 삐딱한 시선이 들어올 틈이 없을 것이다. 참으로 고운 마음이란 잘 알아보지도 않고 남을 비난하고 흥분하는 것과는 애초부터 거리가 멀다.
소망하건대 올 해는 가능하면 많이 사랑하고 많이 웃으며 많이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모든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꿈을 쌓아올리기 위한 노력을 하며, 양보와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노력을 기울일 수 있기를 바란다. 넒은 마음을 갖고, 다툼과 비방의 전장에서조차 향기를 흩뿌리는 아름다움으로 우뚝 서기를 바란다. 우리의 웃음은 의심을 녹이며, 편견의 벽을 허물고, 사람에게 편안함을 준다.
또한 웃음은 면역계를 강화시킨다. 웃음은 원만한 성품의 필수 조건이다. 웃음은 높은 혈압은 내려주고, 낮은 혈압은 높여준다. 웃음은 소화를 돕고, 노폐물의 제거를 돕는다. 웃음은 침울 감에 대한 특효약이다. 웃음은 아토피를 치유케 한다. 웃음은 조깅의 효과도 있다. 일종의 ‘내적 조깅’이다. 웃음은 심장을 부드럽게 안마해주어, 혈액 순환도 돕는다.
웃음은 긴장을 풀어주고 친근감을 주어 많은 친구를 사귀게 도와준다. 맑고 진실한 웃음은 자신이 선한 사람임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올 한 해 동안 내내 항시 웃음과 건강만이 깃들기를 기원하며 한 해를 시작하는 것이다.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시작’이란 단어는 참 아름다운 말이다. 한 해의 시작, 한 달이나 일주일의 시작, 작게는 또 하루의 시작 등, 시작이란 단어에는 무한한 희망이 담겨 있다.
지금 바라보고 있는 새 달력이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의 메시지, 희망의 메시지를 강하게 전해주고 있음은 분명하고 확실한 의미의 표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오늘 하루를 바쁘게 준비하며 살아가는 한 우리는 언제나 희망이며 청춘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2024년 새 해도 어느덧 사흘이 지났다. 아직도 완벽하게 버리지 못한 묵은 생각일랑 훨 훨 털어버리고 정말로 새로운 다짐, 새로운 각오로 새롭게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물론 어렵고 힘든 일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작에 같은 꿈을 꾸는 동반자 한 사람만 있으면 1년 365일 하루하루가 늘 생기에 넘칠 것이다. 새로운 다짐, 새로운 각오로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되리라는 기대로 함께 손을 맞잡은 동반자가 필요한 아침이다. 솔선수범하여 기꺼이 다른 사람의 동반자가 되어주리라는 마음으로 길 나서면, 새 해의 밝은 햇살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줄 것이라는 희망으로 오늘 하루의 창을 열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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