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선 영향받지 않으려면’ 거부권 자제해야
4·10 총선을 앞두고 여권의 리스크가 최대 정점을 행해 증폭되고 있다. 바로 그 주범은 ‘김건희 쌍특검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전격 통과이다. 이들 재의요구권(거부권)은 이미 예견된 바이지만 비단 거부권 행사는 이전에도 연례 행사처럼 스스럼없이 수행되었다. 그럼에도 야권은 압도적인 의석수에도 불구하고 여권의 잇따른 거부권 행사에 대응논리가 치밀하거나 기민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4월 총선을 앞두고 어떤 휘발성으로 비화할지는 정쟁 여부를 떠나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형국이다. 여론을 등에 업는 야권의 대응 논리에 여권이 평상시 의례적 수사법으로 적당히 무마하기에는 사정이 매우 긴박한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마저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총선을 앞두고 야권이 추진하는 각종 입법 사안들이 여당에 위기 요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짐짓 여당의 신중한 태도에는 지난 5일 쌍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또다시 거부권 카드를 꺼내 들 경우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양곡관리법·간호법·‘노란봉투법’·‘방송3법’·‘쌍특검법’이 본회의에서 처리되자마자 윤재옥 원내대표가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 입장을 밝혔던 것과 상이한 태도다.
그럼에도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거부권 행사는 도루묵 신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 사흘째인 12일까지도 명확한 대응 방침에 앞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 9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1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골자로 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정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재석 177명, 찬성 177표로 가결되었다. 여당에 악재로 작용하는 법안을 잇달아 처리하고 있지만, 여권에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 외에 뾰족한 대응책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하면서 이마저도 여권에 부담 요소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실은 그간 여야 합의 없이 야당이 강행 처리한 법안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대원칙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거부권을 행사하기에는 여론 악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이태원참사 특별법 통과 직후엔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여권은 특조위 운영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과 더불어 특조위 조사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점 역시 문제라는 판단이다. 조사 대상자에 대한 동행명령 가능, 청문회 실시 등 특조위 권한은 사실상 특별검사 수준의 무소불위 권한으로, 이태원참사 특별법은 총선을 앞둔 야권이 정쟁 목적에서 한 치의 물러섬도 없다는 입장을 무슨 배짱인지 여권은 철통같이 견지하고 있다.
● 야권 新병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역대 어느 대통령도 본인과 본인의 가족들을 위한 특별검사 그리고 검찰의 수사를 거부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월 8일 이른바 ‘쌍특검법’에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와 관련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 위한 법리 검토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쌍특검법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개발사업 ‘50억 클럽’ 뇌물 의혹을 각각 수사할 특별검사를 도입하는 법안이다. 헌법재판소의 인용 여부를 떠나 여권에 치명적인 타격과 명분을 가하겠다는 빅카드인셈이다.
“윤 대통령이 무분별하게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데 의문을 제기한 분은 아무도 없다. 다만 민주주의 원칙을 벗어난 것이므로 권한쟁의 심판 대상이라는 견해(인용)와, 정치적 결단의 영역인 만큼 정치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견해(기각 또는 각하)가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권한쟁의심판은 헌법상 국가기관 간에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발생한 경우에, 헌법재판소가 유권적으로 심판함으로써 각 기관에게 주어진 권한을 보호함과 동시에 객관적 권한질서의 유지를 통해서 국가기능의 수행을 원활히 하고, 수평적·수직적 권력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고자 하는 제도이다.
권한쟁의심판은 3가지로 구분돤다. △먼저,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심판으로 국회, 정부, 법원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호간의 권한쟁의심판이다.
△다음은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의 권한쟁의심판으로 정부와 특별시·광역시·도 또는 특별자치도 간의 권한쟁의심판 정부와 시·군 또는 지방자치단체인 구(= 자치구) 간의 권한쟁의심판이다.
△마지막으로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권한쟁의심판은 특별시·광역시·도 또는 특별자치도 상호간의 권한쟁의심판 시·군 또는 자치구 상호간의 권한쟁의심판 특별시·광역시·도 또는 특별자치도와 시·군 또는 자치구 간의 권한쟁의심판으로 분류된다.
이에 맞서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 대안으로 거론된 제2부속실 설치와 관련해 ‘국민 대다수가 원하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는 지난달 12월 28일 야당 주도로 쌍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8일 만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매우 늦은 미봉책으로 조건 없이 제2부속실을 설치하면 쉽게 해결될 일이다.
여권은 대통령실이 쌍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설치 뜻을 시사한 특별감찰관제도를 두고도 공방을 벌이고 있다. 특별감찰관은 가족·친인척 등 대통령과 특수관계인 사람의 비위를 감찰하는데, 국회가 후보자 3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한다. 이 자리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이후 8년째 공석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야당은 계속 특별감찰관 설치를 요구했으나, 여당은 ‘북한인권재단 이사도 동시에 추천해야 한다’고 맞서 왔다.
제2부속실 설치나 특별감찰관 임명은 대통령실이 당연히 해야 할 일로, 거부권과 관련해 정치적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특히 “특별감찰관 임명을 하겠다고 하면서 조건을 붙이면 안 할 생각이 더 많다는 것 아니냐”는 따끔한 지적에 부끄러워 할 줄을 알아야 한다.
이에 따라 쌍특검 법안을 재의결해야 한다는 여당의 희망적 요구 실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와 함께 민주당이 지난 1월 5일 윤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직후 야권의 쌍특검 추진을 강하게 비판한 법무부에 대한 법적 조처 예고는 너무 당연한 수순이다. “법무부 발표는 중대한 국기 문란이고, 정치적 중립과 선거법을 위반한 사안”이라며 고발을 적극 검토하겠다”
● 여론 무시하면 필패 ‘존중하면 기회’
국민 65%는 쌍특검을 거부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유권자 10명 중 6명 이상은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지난 1월 11일 발표한 신년 첫 전국지표조사에서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해 ‘잘못한 결정이다’는 65%, ‘잘한 결정이다’는 평가가 23%에 이르렀다.
또한 국민의 70% 이상은 이번 ‘이태원 참사’의 가장 큰 책임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면직을 바라는 국민 또한 절반이 넘었다. 2023년 11월 4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72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3.1%가 이태원 참사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 책임이 있다’(책임이 매우 크다 53.0% / 책임이 있는 편이다 20.1%)고 응답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 힘이 분투하는데, 이런 여론조사 수치가 절대 나올 리 없다. 아울러 정권심판론에서 야당이 여당을 훨씬 능가하는 것을 여론조작이라고 폄하한다면, 이는 분명 큰 낭패를 보게 되는 것으로 예정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민주당이 1월 임시국회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채수근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 오송지하차도 참사 사건 등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 또한 결과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특히 국정조사는 민주당이 재적 의원 본회의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실시 가능한 사인들이기에 너무 경솔하게 대응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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