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春來 불춘래不來春’라는 말이 있다. 이는 ‘봄이 왔으나 봄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면 만물이 새싹을 틔워야 하지만 꽃샘추위로 세상만사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인용하는 말이다.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는 우리나라의 4월은 역사적으로 얼룩진 달이다. 1948년 4월 3일에 발생한 '제주 4·3사건’은 제주도에서 발생한 남로당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 충돌과 토벌대의 진압 과정에서 다수의 주민이 희생당한 사건이었다. 1960년 04월 19일에 일어난 ‘4·19 혁명’은 학생이 중심세력이 되어 일으킨 민주주의 혁명이었고,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 16일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을 포함해 476명의 승객을 태우고 인천에서 제주도로 항해하다가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여 304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2018년 4월 27일에는 판문점 남쪽 평화의 집에서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런가 하면 노벨 문학상을 받은 미국 시인 T, S 엘리엇은 장편시 '황무지The Waste Land' 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총 434행으로 구성된 ‘황무지’의 첫 구절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러 시인이 생명이 소생하고 꽃피는 4월이라고 노래하는 데 비해 엘리엇은 4월을 잔인한 계절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시는 겨울이 봄보다 좋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겨울은 하얀 눈으로 세상의 고통을 잊게 하고 더러움을 덮어주고 비축한 식량으로 연명할 수 있었음에도, 봄은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욕망으로 혼란스럽게 한다는 역설이다. 그는 20세기 현대사회가 과학의 발달로 풍요로워졌지만, 따뜻한 정을 나눈 옛날을 그리워하고 있다.
대부분 사람은 엘리엇이 말한 것과는 관계없이 그의 싯귀를 인용하여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여긴다. 물론 세월호 사건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에게는 잔인한 달이고, 4·19 민주화 운동으로 인해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도 잔인한 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4월을 잔인한 달로만 여길 것도 아니다. 박목월은 ‘4월의 노래’로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라며 4월을 칭송했다. 또한 메조소프라노 강화자와 바리톤 오현명이 '4월의 노래’를 불렀다.
1992년에 마이크 뉴웰Mike Newell 감독이 연출한 영화 ‘마법의 4월Enchanted April’은 제1차 세계대전 후의 영국에 사는 서로 다른 4명의 여성이 이탈리아의 휴양지에서 만나는 봄의 이야기다. 영화는 일상의 고단함에서 벗어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우리에게 삶의 진정한 가치와 행복을 찾는 법을 가르쳐준다.
4월에는 세계적이고 다양한 축제도 많다.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 매년 개최되는 브뤼셀 국제 영화제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며, 영화인들과 관객들이 만나는 장이다. 또한 스위스의 관광도시 취리히에서 4월에 열리는 취리히Zurich 젝세로이텐Sechselaeuten 축제는 봄의 도래를 기념하는 행사다.
미국 캘리포니아 코첼라밸리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들의 공연과 함께 다양한 예술 작품을 전시한다. 뉴올리언스 재즈 & 헤리티지 페스티벌New Orleans Jazz & Heritage Festival 축제는 재즈 음악의 발원지인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며,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들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리는 세비야 세마나 산타Sevilla Semana Santa 축제는 부활절 주간을 기념하는 행사로, 대형 행진과 음악 공연 등이 펼쳐진다. 외에도 전 세계에서는 다양한 축제와 행사들이 4월에 열린다.
우리나라에서도 4월에는 다양한 축제와 행사가 열린다. 4월 1일 만우절은 장난스러운 축제다. 이날은 서로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농담하거나, 장난을 쳐도 용서가 되었다. 하지만 요즘 만우절에 장난 또는 거짓 신고를 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이런 신고는 수많은 경찰 및 소방 인력과 행정력 낭비를 야기하고, 사건·사고 시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우절이라고 해서 장난 전화나 거짓 신고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4월 5일 식목일은 나무를 심는 날이다. 1949년에 제정되었으며, 산림을 보호하고, 환경을 개선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날은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나무를 심고, 산림체험을 하고, 나무에 대한 교육을 받는 등의 활동을 한다. 4월 14일은 싱글들의 날로 자장면 먹는 날이다. 밸런타인데이(2월 14일)와 화이트데이(3월 14일)에 연인이 없는 사람들이 싱글임을 고백하고, 위로하고, 즐기는 날이다. 이날에는 검은색 의상을 입거나, 짜장면 같은 검은색 음식을 먹는다.
이 외에도 4월에는 다양한 꽃축제가 열린다. 제주 유채꽃 축제를 비롯하여, 고려산 진달래 축제, 태안 세계 튤립 축제와 에버랜드 튤립 축제, 고양 국제 꽃박람회, 양평 산수유·한우 축제가 있다. 특히 인산인해를 이루는 벚꽃 축제는 진해군항제가 있다. 이에 못지않은 경주 벚꽃축제, 화개 벚꽃축제, 전·군간 도로 벚꽃축제 등이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4월에는 다양한 봄 축제가 열린다. 이들 축제는 봄을 최대한 즐길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2024년 4월의 달력은 풍성하다. 1일, 어촌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된 ‘수산인의 날’을 비롯해서, 일 년 중 날이 가장 맑다는 ‘청명淸明’이 4일이다. 5일은 산림녹화를 위해 해마다 나무를 심도록 정한 ‘식목일’이자, 설날·단오·추석과 함께 4대 명절에 해당하는 명절 ‘한식寒食’이 있다. 또한 안보 의식과 향토애를 공고히 하기 위한 ‘향토예비군의 날’이기도 하다. 7일은 보건 의식을 높이기 위하여 지정된 ‘보건의 날’이다.
10일은 ‘제22대 국회의원선거일’, 11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 12일 ‘도서관의 날’, 16일 ‘국민 안전의 날’, 19일은 ‘4·19 혁명 기념일’이자, 모심기에 필요한 비가 내린다는 ‘곡우穀雨’, 20일은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장애인의 날’, 21일은 과학 기술의 진흥을 위한 ‘과학의 날’, 22일은 정보통신의 중요성과 관계 종사자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제정된 ‘정보통신의 날’, 25일은 준법정신과 법의 존엄성 고취를 위한 ‘법의 날’, 28일은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이 있다. 좋은 날과 기념일이 이렇게도 많은데, 4월은 잔인한 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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