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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7.04.30 [14:59]
창밖…듣다보면 맴돌아 물들인다
(POET VIEW) 林 森 '푸른 비'
 
림삼/ 시인
광고

 

 

 

 

 

  

 

 

'푸 른 비'

 

 

 

 


 

 

 

 

林  森

 

맘속까지 스며든 비는
푸른 빛으로 맴돌아
푸른 밤을 물들인다 


창밖 빗소리
귓전으로 듣다보면
어느새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와서는
온 몸을 푸른 빛으로
만들어버리고
속절 없이 휘돌아 나가
나의 내일은 또
푸른 잎으로 솟는다 


내 피가 푸르러
누리에 뿌리워지고
밤조차 별 수 없어
푸르게 빛날 때
그 비는 그침 없이
실핏줄 속으로 뿌려댔다


푸르게
   푸르게....
 
 

 

 詩作 note 

 

일생동안 써온 시인데 아직도 시가 뭔지는 잘 모르겠다. 남들은 기초적인 자작시 몇 편 써놓고는 시인입네, 문학인입네 하고 자랑스럽게 떠들기도 하고, 일견 보기에도 허접한 낙서에 불과한 하찮은 걸 대견하게 흔들면서 걸작입네, 유산입네 하면서 만족해하기도 하는데, 도대체 나라는 위인은 무얼 그리 평생의 삶 내내 파헤치고, 찾아 헤매면서 주구장창 돌아치고 있는 건지, 도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이거야 개 보다도 못난 수준인 건지, 왜 그렇게 시가 어려운지, 번지수를 제대로 찾지 못해서, 그래서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해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꼴이 영락없는 반푼이다. 허기사 필자도 젊어 한 시절 자화자찬에 몰입하던 적이 있긴 있었다. 문학강좌나 세미나 등에 초청되어 시학개론이나 시 짓는 방법등을 강연하면서, 마치 시인의 최고봉인 척 거들먹거리던 적도 있었고, 꼴난 지면에 시가 게재되기라도 하면 그걸 무슨 자랑거리인 줄로 여겨 무더기로 갖고 다니면서 호외처럼 나누어주던 시절도 있었다.

 

팬클럽이니 카페, 블로그, 미니홈피 등을 통해서 일부 독자들로부터 달콤한 말 몇 마디 들으면, 그것이 세상 최고의 평론인 양 곧잘 강의에 인용하면서, 보편적이며 객관적인 수준 향상에 빗대려 애를 쓰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얼굴 붉어질 일이었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부끄러움인 줄 몰랐고, 그래서 더욱 열을 올려 필자의 프로필을 각인시키기 위한 노력에 심취했었다.

 

시집 아홉권 엮어낸 것이, 70년대 중반에 일찍이 시문학지를 통하여 등용의 문을 비집은 것이, 몇 번의 개인시화전이나 동인전, 또는 특별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했던 이력들이, 여기 저기 팔려다니며 시에 관한 각종 강연이나 수업을 진행한 경력들이, 이곳 저곳 너절하게 많은 신문, 잡지 등에 시와 수필과 칼럼 등이 게재된 소소한 기억들이, 개인적으로 무한한 영광이요, 분에 넘치는 호사였다는 걸 전적으로 부인하자는 건 아니다.

 

어찌보면 다른 사람들이 누리지 못하는 경험과 기억을 소유하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필자는 길지 않은 일생에 감사를 해야 할지 모른다. 금전이나 권력을 성공의 잣대로 삼는 현실의 기준으로 보자면 별 볼 일 없는 삶의 수준에 불과했다고 남들로부터 가치절하를 당해도 정작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나름 아주 실패한 삶은 아니었다고, 그래서 부담 없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약소한 성공작은 될 거라는 잠정 결론을 내려도 무방하다 자부하고 싶다.

 

그런데 오늘 시작노트가 왜 이렇게 군소리로 길게 늘어지냐고 지적을 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오늘 모처럼 작심하고 필자가 사적인 항변을 한 번 하고 싶을 따름이다. 얼마 전, 한 친인으로부터 필자의 평생 동안의 시에 관한, 한 마디 함축된 평가를 받았다. “아마도 독자가 별로 없을 거로 여겨진다.”... “시가 너무 어려워서 몇 번을 읽어도 이해가 안 되는데, 요즘처럼 복잡한 시대에 어떤 사람이 골치 아프게 이런 시를 읽으려고 하겠느냐?”는 말이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어떻게 그렇게 명료하게 핵심을 꿰뚫어볼 안목을 가졌을까? 필자가 평생 고민한 화두였는데, 그리고도 답을 찾지 못해서 끙끙거리는 영원한 숙제였는데, 한 편으로는 꼭꼭 감춰두고 아무에게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약점이요 비밀이었거늘, 한 순간에 발가벗겨졌다. 졸지에 나체로 백주대로에 내팽개쳐진 기분이었다. 수십년 전에 이미 모 평론가로부터 필자는 신랄한 혹평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림삼시인님의 시에서는 피 냄새가 납니다.” 그리고 어떤 기자는 이렇게 말했었다. “무슨 한이 그리도 많은지, 시마다 한이 절절이 서려있어서 대하기가 겁이 나요.”

 

당시 아마도 필자는 목소리 높여 이리 주장했을 거다. “나라고 곱고 상투적인 시, 쓸 줄 몰라서 안 쓰는 줄 알아요? 그깐 말초신경이나 자극하고, 대중가요 가사처럼 감정 나부랭이나 간질이는 시가 무에 그리 대단하다고? 나는 이 시대의 마지막 남은 정통시인입니다. 시의 본질을 파헤치고 깊이 있는 시어의 발굴과 표현으로 가슴 깊은 곳의 울림을 대변하는, 그렇게 역사적 사명을 수행하는 작업이 바로 시를 쓰는 고행의 길인 겁니다. 아무도 그 길을 걷지 않기에 나라도 그 험난하고 어려운 길을 외롭게 걷고 있는 중인 겁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앞뒤도 없고, 밑도 끝도 없는, 가당치도 않은 궤변이다. 그냥 시를 쓰면 되는 거지, 시는 안 쓰고 무슨 넋두리나 해대는 주제에 뭔 이유가 그리 많은지, 결론적으로 아주 꽉 막힌 논리와 아집의 집합체가 아닌가? 그 변함없는 고집을 견지하는 가운데 수십년이 속절없이 흘렀으니, 세상의 인심이 바뀌지 않은 이상 달라질 결과는 아무 것도 없다. 다만 필자만 그 사실을 잊고 살아왔을 뿐이었다. 누구도 별다른 시평이나 감상평을 해주지 않는 덕에 무난하고 평상적인 시작을 그저 이어온 거였는데, 딴에는 많이 발전한 시를 쓰고 있는 시인이었다고, 우물 안의 개구리로 헛세월만 흘려보냈다는 걸 이제사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으니 이런 통탄할 비극이 어디 있을까?

 

그래서 세상의 모든 독자들에게 오늘 중대한 선전포고를 하는 바이다. “앞으로는 림삼의 시를 보고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침을 뱉거나 욕을 할 요량이 아니라면 절대로 읽지 마시오.” 그리고 작은 소리로 덧붙인다. “제발 시를 어찌 써야 좋은 건지 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두 손 모아 간절히 빕니다.” 60년 넘게 퇴색해버린 몸뚱아리를 적시며 푸른, 아주 짙푸른 색의 비가 실핏줄에 내리는 밤이다. 세상은, 삶은 온통 푸른 빛이다. 푸른 비에 젖어드는 삶은 푸른 꿈으로, 푸른 시를 써내려가고 있다. 그곳에서 필자는 푸르게 다시 태어나고 싶다.

 

어머니의 품처럼 영원한, 고향의 자연처럼 아늑한 필자의 또 다른 세상으로, 삶이 푸르게 피어나는 모양새다. 푸르고 푸르며 푸르고도 푸른 꿈이 다시 시작된다. 오래 전, 한 어머니가 홀로 키운 아들을 장가보내며 비단 주머니 하나를 아들에게 주었단다. “어미 생각이 나거든 열어 보아라.” 신혼 첫날 밤이 지나고, 잠자리에서 일어난 아들은 어머니가 주신 비단 주머니가 생각이 나서 살며시 열어보았다.

 

거기에는 여러 마리의 종이학들이 들어 있었는데, 한 마리의 종이학을 꺼내서 풀어보았다. 그 종이학에는 이런 말이 담겨 있었다. “아들아, 네 아버지처럼 말을 아껴라. 같은 생각일 때는 당신과 동감이라고 하면 된다. 그리고 빙그레 웃음만으로 만족 또는 거부를 표시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

 

결혼한지 몇 달이 흐른 어느 날, 반가이 내리는 봄비에 아들은 어머니가 문득 그리워졌다. 그래서 비단 주머니를 열어 다른 종이학을 풀었다. 이번에도 어머니의 당부 말이 나왔다.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이 네 말을 잘하는 것보다도 효과가 크기도 하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어느 날이었다. 아들은 아내와 의견 충돌로 부부싸움 일보 직전에 있었다. 아들은 잠시 화를 진정하고, 작은 방으로 건너가 어머니의 비단 주머니를 열었다.

 

종이학에는 이런 글이 씌여 있었다. “아들아! 지금 막 하고 싶은 말이 있거든 한 번 참아보아라! 그리고 오솔길을 걸어가면서 대화해보아라. 네 아내와 나뭇잎과 산새들과 흰 구름과 함께...” 누구나 언젠가는 부모님 품을 떠나 홀로서기를 한다. 새로운 가정을 꾸리거나 자립을 하게 되었을 때 미처 생각하지 못한 어려운 문제에 직면할 때도 있다. 과연 우리 부모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를 생각해보자.

 

인생에서 막막하고 힘겨운 상황에 부딪쳤을 때 혹시 가까운 곳에 부모님이 계신다면 주저 말고 여쭈어보자. 어느 사람보다 사랑의 마음으로 인생의 지혜를 아낌없이 가르쳐주실 것이다. 말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고 듣는 것은 지혜의 영역이다. 필자가 조용히 스스로에게 던지는 제언을, 이렇게 다시 시작하는 삶 앞에서, 조심스럽게 문을 여는 심정으로 음미한다. 고향을 그리듯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듯이, 푸른 비를 가슴에 소중히 담아 안으면서, 필자가 필자에게 속삭이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어느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고 있던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해초가 많아서 물고기를 잡는 데 방해가 되었다. 아들이 투덜대자 이 말을 듣고 있던 아버지가 말했다. “아들아! 그렇게 투덜거리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아라. 바다에 해초가 없으면 새우도 없고, 새우가 없으면 결국 물고기가 있을 수 없단다.”

 

우리의 삶도 살다 보면 장애물이 꼭 있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우리 삶에도 해초 같은 존재가 있었기에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려움 속에서도 감사해야 할 까닭이다. 살다 보면 우리의 삶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가 그것을 피하고자 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그 문제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거기에 있는 것이다. 그걸 깨달아야 한다. 필자가 평생 찾아 헤맨 삶의 트라우마가, 모름지기 스스로를 알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 스러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하는 이유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 티베리우스 그라쿠스의 아내 코르넬리아는 훌륭한 교양을 갖춘 지혜로운 부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녀는 일찍 세상을 떠난 남편을 대신해 홀로 남은 자녀를 사랑과 헌신으로 키웠다. 어느 날 코르넬리아의 집에서 정치가 부인들의 모임이 있었다. 모두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때 한 부인이 자신의 손을 내보이며 끼고 있던 보석이 박힌 반지를 자랑하기 시작했다.

 

다른 부인들은 모두 반지에 관심을 보이며 칭찬했다. 그리고 곧 제각기 자신의 몸에 지니고 있는 반지, 목걸이, 귀걸이, 팔찌 등을 하나씩 내보이기 시작했다. 부인들이 자랑하는 보석들은 하나같이 번쩍거렸으며, 상당한 고가의 물건들이었다. 그런데 유독 코르넬리아만 가만히 보석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자 다른 부인들이 앉아 있는 코르넬리아에게도 가지고 있는 보석을 보여달라고 재촉했다.

 

처음엔 이를 사양하던 코르넬리아는 결국 성화에 못이겨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갔다. 다른 부인들은 코르넬리아가 가지고 나올 보석에 대해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잠시 후, 코르넬리아는 두 아들을 데리고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는 부인들을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 아이들이 나의 가장 귀한 보석입니다.” 아무리 귀한 재물이라도 사랑하는 가족에 비할 수는 없다. 희생과 헌신이라는 고귀한 감정을 통해 세워진 가족만큼 세상에 크고 귀한 보석은 없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자는 멀리서 행복을 찾고, 현명한 자는 자신의 발치에서 행복을 키워간다. 예컨대 행복의 조건은 만족에서 오는 것이며, 진정한 만족은 욕심 없는 무욕의 마음, 평정심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남에게 드러내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는 비교와 견주고자 하는 평가의 마음이 깃들게 마련이고, 그것은 곧 더욱 갖고 싶은 욕심과 불만의 마음으로 자라난다. 그리고 계속해서 스스로는 제압하지 못하는 과욕의 괴물로 성장해간다. 결국은 끝까지 충족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서, 행복을 외면하는 삶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한 젊은이가 새로운 일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떠나게 되었다. 그는 고향을 떠나기 전, 마을에서 가장 존경받는 노인을 찾아가 가르침을 부탁했다. 노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글을 써서 건네주며 말했다. “이건 지난 날 내 삶을 이끌어준 인생의 비결이네. 하지만 지금은 절반의 글만 줄테니, 나머지 글은 자네가 다시 돌아오면 주겠네.” 젊은이는 노인이 준 종이를 펼쳐보았다. “서른 살 이전에는 두려워하지 마라.” 라고 적혀 있었다. 젊은이는 짧은 글이지만 그것을 늘 품에 지니고 다니며 힘들 때마다 그 글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성공한 그는 중년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노인을 찾아갔지만 몇 년 전 세상을 떠나고 없었다. 실망한 채 집을 나서는데 누군가가 불렀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아버님이 남기신 글이 있어요. 언젠가 당신이 찾아오면 꼭 전해주라고 하셨어요.” 그는 그제서야 인생의 비결을 반 밖에 받지 못한 사실을 기억하고 바로 봉투 안의 종이를 펼쳐보았다. 종이에는 다음과 같이 씌여 있었다. “서른 후에는 후회하지 마라.”

 

누구나 후회 없는 삶을 원하지만, 누구나 후회를 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살이다. 그러나 후회 없는 삶을 사는 비결이 여기 있다. 첫째는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두려움 없이 도전하며 사는 것이고, 둘째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넘치게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결정하는 것이다.

 

SNS에 올라온 90대 노부부의 사진이 지금까지 많은 사람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미국의 한 식당에서 부인의 식사를 살뜰히 챙기는 남편의 모습에서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사랑이 묻어난다. 96세의 남편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93세의 아내에게 음식을 먹여주면서, 음식을 흘리면 입가를 닦아주곤 했다. 결혼 75주년을 앞둔 노부부의 저녁 식사 모습은 여느 젊은 연인보다 더 다정해 보였다.

 

요즘 TV 프로그램처럼 쉽게 만나고, 쉽게 사랑하고, 쉽게 이별하는 게 신세대식 사랑법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간단하게 이별하는 사람의 마음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죽음도 사양하지 않는 사랑도 있다. 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어지고 단단해진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노부부의 아름다운 모습처럼 우리도 저렇게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사랑에는 한 가지 법칙밖에 없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진실한 행복의 모습은 어떤 걸까?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까? 상대에 따라, 여건에 따라,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 그건 진정한 행복은 아니다. 상대가 누구이던지, 상황이 어떠하던지, 그리고 그것이 언제이던지, 변함 없는 행복으로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심어준다면 바로 그것이 사랑의 완성이며, 삶의 궁극이다.

 

필자에게 깊은 깨달음을 준 어느 아빠의 진솔한 행복 사연을 소개한다. 갑작스러운 정리해고, 아내의 가출, 그리고 두경부 비인두암 3’... 5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었던 효진(가명)이 아빠에게 감당하기 힘겨운 시련이 닥쳤다. 하루에도 열두 번 세상과 이별하고 싶을 만큼 힘들었지만, 그때마다 그의 귓가에 맴도는 건 딸 효진이의 목소리였다.

 

아빠만 있으면 행복해요...” 생과 사를 넘나드는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그는 이를 악물고 견뎠다. 딸을 위해서라도 살아야 했다. 지난 겨울,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사연을 접하고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주었다. 얼마 전, 효진이 아빠로부터 후원을 주선한 단체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후원자 여러분에게 보내는 감사의 인사였다.

 

너무도 감사한 여러분께. 추운 겨울이 지나고 어느덧 봄이 왔습니다. 저 역시 춥고 아렸던 시절이 지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저와 제 딸에게 관심을 가져준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딸이라는 동아줄 때문에 겨우 삶을 움켜잡고 있긴 했었지만 저에게 희망은 책에서나 접할 수 있는 너무 먼 단어로만 느껴졌습니다. 그런 저에게 여러분과의 만남은 기적과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그 만남은 저에게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큰 용기를 주었고, 포기해버렸던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지금껏 가족들과 웃으면서 대화를 나눈 적이 언제였던가 싶었는데 얼마 전 딸 효진이와 어머니, 여동생이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정말 그 순간의 행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정직하게 땀 흘리며 열심히 살겠습니다. 제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을 보내주신 것을 보면서 침울했던 마음이 따뜻하게 녹아내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남겨주신 댓글 하나하나를 읽으며 결심했습니다. ‘그래, 나는 살아야 한다.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도록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많이 부족한 저에게 따뜻한 말씀 건네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여러분에게 진 마음의 빚, 꼭 갚겠습니다.

 

그리고 준비 단계지만 그동안 생각만 하고 실천할 수 없었던 일을 여러분의 도움으로 하나씩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곧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암 후유증으로 앞으로는 일반적인 경제 활동을 못할 거라 절망했던 저로서는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지 모릅니다.

 

얼마 전 임대 주택 대상자에 선정되어 딸과 함께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껏 가장 마음이 무거웠던 것은 하나 뿐인 사랑하는 딸과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한 아빠지만 포기하지 않는 아빠, 긍정적인 아빠의 모습으로 사랑하는 딸과 함께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도움을 주시고 댓글로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을 잊지 않고, 앞으로는 저희 부녀도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살아가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들이 모두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행복과 사랑과 미래의 꿈을 소중하게 가슴에 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며 살아간다. 때로는 슬프고 힘겹고 버거운 삶의 굴레 때문에 눈물과 한숨과 실망을 맛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굴복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아름다운 사연으로 시를 쓰면서, 곱디 고운 줄거리로 시를 지으면서, 사랑겨운 내용으로 시를 엮으면서, 그렇게 살아간다. 푸른 비가 내리는 밤마다 우리들의 시는 끊임없이 씌여진다. 영원히 이어진다. 그렇게 푸른 빛으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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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4/14 [00:55]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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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비의 여운 꽃다지 17/04/14 [09:50] 수정 삭제
  푸른비, 잘 읽고 갑니다. 시에서 많은 여운이 느껴집니다. 아주 수준 높은 글이라 여겨집니다. 즐필하세요.
초롱이 17/04/14 [10:34] 수정 삭제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들이 모두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행복과 사랑과 미래의 꿈을 소중하게 가슴에 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며 살아간다. 때로는 슬프고 힘겹고 버거운 삶의 굴레 때문에 눈물과 한숨과 실망을 맛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굴복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아름다운 사연으로 시를 쓰면서, 곱디 고운 줄거리로 시를 지으면서, 사랑겨운 내용으로 시를 엮으면서, 그렇게 살아간다.
마음에 내리는 비 꺽다리 17/04/15 [21:39] 수정 삭제
  정말로 푸른 색의 비가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온 세상이 푸른 색으로 염색되면 지워지지 않고 모두가 푸르게 변하겠지요
행복의 모습은? 청솔 17/04/15 [22:28] 수정 삭제
  진실한 행복의 모습은 어떤 걸까?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까? 상대에 따라, 여건에 따라,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 그건 진정한 행복은 아니다. 상대가 누구이던지, 상황이 어떠하던지, 그리고 그것이 언제이던지, 변함 없는 행복으로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심어준다면 바로 그것이 사랑의 완성이며, 삶의 궁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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