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그립다. ‘타향살이 몇 해던가 손꼽아 헤어보니 고향 떠난 54년에 청춘만 늙고.’
한마음 회는 전주에 거주한 전남구례군 출신들의 모임이다. 내가 경찰공무원이 되어 50여 년 전 전주에 왔을 때는, 재전구례향우회가 있어, 전라북도청 장으로 근무하는 왕(王)국장님이 모임을 이끌어나가고 있었다.
몇 명인지는 알 수 없으나 80여명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전주에 와서 사는 사람이 많은 것은 교통이 좋아서다. 구례에서 광주를 가려면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데 전주는 열차를 타고 오면 된다.
그 뒤에 전체모임은 해체되고 동갑(同甲) 모임과 노고회(老姑會)가 생기고 한마음회도 생겼다.
노고회는 구례군 산동면과 토지면에 걸쳐있는 지리산의 노고단 이름을 따서 노고회라 하고, 한마음 회는 몸은 비록 따로지만 마음은 한사람같이 지내자고 지어진 이름이다.
동갑모임 회원들은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고, 노고회원들은 젊은 사람들로 학교교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세월이 흐르다보니 동갑모임도 해체되고 지금 남아있는 모임은 노고회와 한마음회 뿐이다.
노고 회원들은 그들이 주관해서 일 년에 한 번씩 한마음 회와 합동으로 모임을 했었다. 모임을 할 때는 전주시 팔복동에 있는 삼양사 연병장이나 학교강당을 빌려서 돼지를 잡고 푸짐하게 행사를 했다.
노고 회원들은 부부간에 나와서 함께 음식도 장만하고 오락 게임도 하고 즐겼다. 가을이 되면 버스를 대절해서 관광도 하였다.
지금은 나이들을 많이 먹어서 노고회와 한마음회가 일 년에 한 번씩 만나는 것도 안한다. 그래서 한마음회는 따로 모이고 있다.
한마음 회 회장은 나이가 제일 많은 선배가 하였다. 경찰공무원이었던 林선배님, 중학교교장이었던 李선배님이 하다가 주사(酒邪)가 심한 후배가 보기 싫다고 그만두고, 내가 회장을 하였다.
나는 회장을 20여 년 간 하다가 다음 연장자에게 넘겨주었다. 회원들은 20명이었는데 3명은 죽고 11명은 퇴하고 지금은 6명이다. 6명은 전북대학교 교수, 직원, 통신공사 출신, 사업을 하는 사람, 현재 전북대학교 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옛날 20명일 때는 매년 연말 때면 부부동반으로 나이트클럽에 가서 망년회를 했었다. 돈을 잘 버는 사업가가 있어 나이트클럽에 가서 술을 사서 함께 마시면서 춤을 추고 노래도 불렀다.
지금은 6명뿐이라서 가족모임은 하지 않는다. 모임 날은 매월 20일 낮이다. 인원이 많을 때는 저녁에 하였는데 6명밖에 되지 않아 낮에 만나 점심을 먹고 헤어진다.
모임 장소는 전북대학교교수 출신인 류(柳)회원이 정한다. 그는 전주시내 맛집을 많이 알고 있다. 음식을 맛있게 하는 집 50개소를 스마트폰에다 보내주기도 한다.
직장에 있다가 정년퇴직을 한사람은 나름대로 다 모임을 많이 가지고 있다. 모임 중에는 별로 나가고 싶지 않은 모임이 있고 그날이 기다려지는 모임이 있다. 한마음 모임은 기다려지고 만나고 싶은 모임이다.
‘衣莫若新, 人莫若故(의막약신 인막약고) 옷은 헌 옷이 새 옷만 못하고 사람은 새 사람이 옛 사람만 못하다’란 말이 있다. 고향 구례를 떠나 전주에 와서 함께 살면서, 죽지 말고 오래 오래 건강하게 모임에 잘 참석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게 바로 애향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