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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8.11.21 [15:02]
‘어제보다 다르고, 작년보다 다른 어른’
<이춘명 칼럼> ‘어르신으로 익어가기’
 
이춘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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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노고에 감회가 새롭다.

 

 

이춘명 칼럼니스트   

장위동 주민이다. 일은 놓은 어른이다. 귀에 익은 말 어르신이 정답다. 얼마나 제대로 익은 어르신인가 생각해 본다. 아직 설익었다. 성숙된 어르신이 되기 위해 나의 행동을 돌아본다.

 

아침 저녁 공기가 다르다. 창문을 닫고 비 한 번 오고 나면 얇은 이불을 덮게 된다. 반바지 반팔이 하나씩 들어가고 긴팔 옷으로 갈아입는 9월은 두 달 동안 견뎌낸 여름의 보상이다. 잘 지낸 힐링이다. 말복만 지나면 하던 희망이 지켜졌다. 계절은 속이지 못한다는 자연의 이치에 머리가 숙여지고 지금 이 시원한 행복에 이웃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추석이 다가온다. 명절이면 고향을 생각한다. 어린 시절이 떠오르고 동네 친구들이 보고 싶어진다. 어느새 나이를 먹었나 손꼽아본다. 내 손을 잡고 있는 보살펴야 하는 가족들을 보고 새삼 놀라는 시간의 흐름을 짚어본다. 귀향길로 텅텅 비어질 서울을 둘러보고 이곳을 채우던 수많은 땀과 노고를 다시금 짚어 보고 있다.

 

지금 참으로 편리하고 맘껏 공유하는 시대에 사는 것에 만족한다. 이 여유로움은 나와 같은 시대와 그 윗세대들의 고통과 노력으로 다져졌다. 보이지 않게 쌓아 올린 것들이 뿜어내는 활력 충전으로 젊은 세대들이 누릴 수 있는 범위는 점점 늘어 가고 있다. 그 다음 세대들이 자라면서더 풍요롭게 자유를 만끽할 수 있게 어른들이 남긴 고생한 시간의 결과물이다. 캥거루족을 거두는 현재의 부모들이 차려 놓은 잔치상에 골라 먹는 여유를 남겨 놓았다.

 

같이 살고 있든 아니든 어른들의 노고에 먼저 감회가 새롭다. 그래서 어른을 받들고 대우하여야 하는 책임도 막중하다. 그러나 생존의 일선에서 미처 다 돌려주지 못한 아쉬움이 많다. 늘 마음속으로 공경하고 있는 어른들이 어른답지 않을 때도 많다. 버릇이 없고 이기적인 젊은이들이라고 책망하기 전에 어른부터 어르신이 되는 겸손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숙된 어르신이 부족하다고 본다. 인생의 수확기에서 익은 벼의 모습은 점점 희박하다.

 

더 어른답게 도리를 지키겠다.

 

 

 

▲  이 나라의 한 부분을 채울 어른이다. 어제보다 다르고 작년보다 다른 어른이다.   


그래서 나에게 스스로 주문을 건다
.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도리를 지키겠다. 출퇴근 시간에는 지공철(지하철 무임 승차) 이용을 자제한다. 천안행, 용문행, 강남과 강북 사이, 서울과 경기 인근 사이를 한 시간 전후로 출입하도록 한다.

 

젊은이의 최단 거리의 공간에 양보하는 미덕을 실천한다. 경로석으로 향한다. 임산부석 분홍 좌석에는 절대로 앉지 않는다. 젊은이들 앞에서 양보를 강요하거나 밀치고 눈치를 주며 부모를 들먹이며 효도나 가정 교육이나 양심이나 버릇이있니 없니 하며 투덜대지 않는다. 종일 일 하는 그들도 힘들고 피곤하다. 앉을 권리가 당연히 있다.

 

좌석은 평등하다. 먼저 자리를 피해 줄 것이다. 경로석에서도 나이를 따지며 친구를 부르는 시끄러움을 저지르지 않는다. 대접 받을 권리라고 버티지 않는다. 아이를 동반한 어린 엄마들에게 관용을 베푸는 너그러움을 보여 준다.

 

나이가 들수록 대우를 받기를 바라지 않고 먼저 대우해 주는 선행을 먼저 할 것이다. 가난한 나라를 일으켜 세우고 경제 회복을 위하여 이만큼 잘 살게 한 부분에 조금의 할당량이 있다. 나의 청춘을 인정 한다. 그러나 젊은 사람 1명이 8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면서 초고령화 시대에 그들의 희생으로 노후를 의지해야 하는 나는 어르신이 되어야 한다.

 

경쟁 시대에서 자식을 위해 평생을 바쳐 남아 있는 것이 없는 나의 현실은 정당하다. 남은 과제는 젊은 세대나 또 그들의 자녀들에게 맡겨진 나머지 사명을 도와주기 위해 올바른 어르신이되는 생각이 우선이다. 나의 오늘까지의 습관을 점검해 본다.

 

줄서기 문화에서도 나이 값을 한다. 순서는 나이에 상관없다. 새치기를 하면서 무조건 어른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끼어들기를 하지 않는다. 순간 겉으로 마지못해 내어주는 자리만큼 인격적 대우는 곱으로 막혀 있다. 화장실에서도 공연장에서도 추태와 고집불통을 많이 본다. 그럴 때 같은 어른으로 창피하고 찡그릴 때가 많았다.

 

부끄러워서 어린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없을 때도 종종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예의와 염치에 대한 깊은 반조가 필요하다. 패스트푸드 4인석에 혼자 오래 앉아 있거나, 공공장소에서 전화 통화의 소음으로 회피 대상이 되는 것을 자각해본다.

 

일상생활에서 공손한 진짜 어른이 되려 한다. 늙음이 무조건 장점만이 아니다. 늙은이가있어서 더 고맙고 더 필요한 부분이 되고 싶다. 어울리는 분위기에 열외자가 되지 않으려 한다. 명절 빈집 증후군에 던져지지 않기 위해서 어르신 되는 연습을 한다.

 

말을 줄이고 있다. 한번 입 벌리면 끝이 없다는 핀잔을 듣지 않으려 한다. 자기도 모르게 반복하는 실수를 하지 않겠다. 수업 시간이나 놀이 시간에 마이크를 잡으면 놓지 않으려는 미련함을 버린다. 잘 나갔던 옛일을 단골 스토리로 늘어놓지 않는다. 남들이 귀를 막고 시선을피하는 사람이 되지 않는다. 입은 가장 늦게 가장 더디게 여는 멋진 어르신이 된다.

 

경험과 지식에 관한 나열을 짧게 끊는 센스를 갖는다. 육십년을 보내면서 나는 어른답게 살았나, 어른으로 모범을 보여 주었나 점검해 본다. 동물적인 생존에 갇혀 지낸 시간들이었다. 돌아보면 잘 살아왔구나, 풍성한 결실을 거두었구나 하는 것이 변변히 없다.

 

그저 목구멍을 채우는 일에 급급했다. 그것을 쇄뇌 시키고 과시하며 내세우기만을 요구했다. 책임과 의무를 희생이라고 착각 했다. 나에게 최면을 건 시간들이었다. 지금 왜 그렇게 살았냐 라고 물으면 구구절절한 이유는 나의 변명뿐이었다. 중장년을 거쳐 노인이 되기까지 껍데기만 입히고 포장하고 살아 왔다. 알곡이 꽉 찬 심성이나 교양에는 소홀했다.

 

9월 저녁 하늘에 구름이 지나간다. 나의 젊은 날도 지나갔다. 그 지나간 자리에 남은 빈 터에는 비교하고 아쉬워하는 한숨만 남아 있다. 동방 고개 주택가에 대추나무, 모과나무에 파란 열매들이 가을을 기다리고 있다. 빨갛게 익을 때 까지 노랗게 익을 때 까지 서서히 기다리고 있다.

 

어르신으로 익어가고 있는지?

 

나는 어르신으로 익어가고 있는지 거울을 본다. 어떻게 해야 현명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까 생각하는 시간에 바람이 창을 통해 깊숙이 들어온다. 사계절이 오가는 동안 사람도 변하고 나이에따라 제대로 된 인간으로 물들고 있는가를 들여다본다.

 

생색내지 않는다. 평생을 바쳤다, 꿈을 포기했다, 올인했다 하며 부담감을 주지 않는다. 그것은 섭섭함으로 나오고 보상으로 나오고 화냄으로 나온다. 빈둥거리며 막무가내 손 벌리지 않는다. 내 밥벌이를 채우면서 나의 노동으로 나를 치켜세우며 살 생각이다. 도시 재생 구역에 산다. 개조, 개량으로 동네 살리기 활동이 활발하다.

 

나의 남은 삶도 재탄생 시켜야한다. 경험을 통한 어떠한 일도 겁나지 않는다. 수입에 관련이 있든 없는 짜투리 시간에 나를 개발할 수 있는 노력과 사회 환원할 수 있는 기회를 향한 발품으로 쓸모 있는 어르신이 되는 순서를 차곡차곡 채울 것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로 있으면서 그들의 말에 경청한다. 대중들의 이야기를 공손히 끝까지 최선으로 들어줄 마음이다.

 

듬직한 어른으로 자리매김한다. 총알박이가 되기도 하고 바람막이가 되기도 한다. 얼굴에 생기는 주름살만큼 희끗해지는 새치머리만큼 지혜와 힌트의 보물 상자가 되어 준다. 나의 남은 생은 재생 구간이다, 아름다운 어른신이 되는 특화 지역이다. 60살 나이대로, 70살 나이대로 얼굴을 내세울 수 있는 어르신으로 발효되고 싶다.

 

나는 서울 시민이다. 이 나라의 한 부분을 채울 어른이다. 어제보다 다르고 작년보다 다른 어른이다. 내가 더 얼마큼 변할지 모른다. 지금도 계속 익어가는 어른이다.

 

 

 


원본 기사 보기: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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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9/06 [23:52]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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