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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8.09.25 [13:01]
‘어찌 꾸는 꿈에… 거반 되면 보이는 모습’
(POET VIEW) 林 森 '잊으리야'
 
림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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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으리야'

 

 

 

 

 

 

 

  


 林  森

 

이제는 정- 잊을 양

애쓰는 맘이라면

그런대로 더디 더디

잊혀질 법 하건만은

 

 

잊으려 잊으려

어찌 어찌 꾸는 꿈에

잊었으리 거반 되면

보여지는 모습인 걸

 

 

잊었는가 돌아봐도

새록 새록 돋아나니

그럭 저럭 흘러간들

- 잊을 리 있으리야

 

 

  

 

 詩作 note

 

가을이다. 아직도 한낮으로는 폭염의 잔재가 남아 마지막 용을 쓰고는 있지만, 이미 가을의 절기 중 세 번째 관문인 백로를 지나 계절은 우리에게 조석으로 서늘한 기운을 건네주고 있다. 이렇게 가을이 왔다. 영 올 것 같지 않아 혹시나 가을이 아주 없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불러일으키더니, 8월 지나고 9월 오니 영낙없이 우리에게 독서의 계절’ ‘결실의 계절’ ‘만추의 계절,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능청스럽게 반가운 얼굴을 내밀었다.

 

이렇게 막상 가을이 오고 보니 그 길고도 지겨웠던 여름의 기억들이 슬며시 희석된다. 역사상 최고의 기온을 기록하고, 최장의 기상특보를 발효시켰던 무더위가, 언제 그런 적 있었을까 할 정도로 거리마다 점포마다 순식간에 긴소매 옷들로 장식되었다. 그러고 보면 계절의 흐름과 바뀜이 정말 오묘하고도 신비롭다. 사람들의 힘으로는 억지로 어찌할 수 없는 절기의 흐름이니 우리는 그저 계절의 흐름에 따라 몸과 마음을 알맞게 적응시키고, 그에 걸맞는 삶의 철학을 배우면 그 뿐이리라.

 

잊을 건 잊고, 기억해야 할 건 기억해야 하는 것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함없는 진리요 인지상정이다. 잊는 것이 순리이거늘 잊지 못해 아등바등한들 달라질 게 무에 있으며, 당연히 기억해야 할 것을 애써 지우려 해봤자 어차피 기억 속에 또렷이 남게 될 것이니, 순리를 거슬러 거짓 망각을 추구하는 것이야 말로 쓸 데 없는 노력이요 억지춘향이다. 그러니 그냥 진솔한 마음가짐으로 잊고 또 기억하자. 보낼 건 보내고 잡을 건 잡아두자. 멈춤과 흐름이 한낱 윤회의 편린인 것을.

 

임진년(1592)’ 4, 왜군의 침략으로 한반도 전역이 불길에 휩싸인 임진왜란이 발발하였다. 같은 해 106진주성앞에 몰려온 왜군의 수는 30,000명이 넘는 인원이었고, 성을 지키는 조선군의 수는 3,800명이었다. 그러나 같은 해 1011일까지 5일 동안 총 10회의 전투에서 조선은 완승하였다. 조선군의 사망자는 800명 정도였지만 10,000명이 넘는 왜군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 전투는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진주대첩이다.

 

81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극적인 승리를 거둔 진주대첩은 지금도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더 많은 관심을 받아야 하는 전투가 있다. 다음 해 15936, 진주성 앞에 93,000명의 왜군이 몰려온 ‘2차 진주성 전투이다. 이때 진주성을 지킨 조선군은 관군 3,000명과 의병 2,800명으로, 171의 싸움이었다. 특히 1차 진주성 전투에서 진주목사 김시민이 이끄는 관군에게 크게 참패했던 기억이 있던 왜군은 최대한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을 진주로 집결시켰다.

 

명군은 진주성을 포기했다. 지원군은 오지 않는다. 한 줌의 병력으로 어디 감히 대군에 맞서 항거하느냐?”는 왜군의 주장에 우리 나라의 백성들은 죽을 힘을 다해 싸울 뿐이다. 용감한 우리 군은 너희를 남김없이 무찌를 것이다.” 라는 조선군의 대응은 차라리 처절하였다. 하루에도 수차례 씩 치열한 교전이 오가고, 89일 동안 이어진 24회에 걸친 전투는 조선군이 모두 승리했다. 하지만, 9일째 되던 날 폭우에 동문 성벽이 무너지면서, 그 틈으로 밀려온 왜군에 의해 끝내 진주성은 함락되고 말았다.

 

이후 조선군과 60,000명이 넘는 수많은 진주 백성이 학살당했다. 이렇게 결과적으로는 패배한 전투였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패배는 그냥 패배가 아니다. 2차 진주성 전투에서 조선군은 1차 전투보다도 더 열세에도 불구하고 왜군 38,000명을 사살했다. 주력군의 1/3을 잃은 왜군은 결국 부산 이남으로 퇴각해야 했다. ‘이순신 장군의 승리와 더불어 임진왜란의 마침표를 찍은 이 전투는 사실상 패배한 전투가 아니다. 2차 진주성 전투는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승리의 역사일 뿐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지키고 존재하기까지 수많은 목숨이 이름도 없이 희생당했다. 무참하게 쓰러져 가는 와중에 그분들이 마지막까지 품었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전투에 지고 적의 칼에 쓰러졌지만 그분들은 패배자가 아니다. 우리가 그분들을 기억하고 있고, 그분들이 지키고 물려준 이 나라와 우리의 후손들을 우리가 아름답게 지킬 수 있다면, 그분들은 역사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영원한 승리자가 될 것이다. 우리가 지금 기억해야 할 것이 무엇이고 잊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확연히 구분되게 해주는 명제가 이 속에 담겨있다.

 

작금의 국제 정세나 남북의 상황을 돌아보면 정말로 긴급하면서도 변화무쌍하다. 어떤 때는 모든 국민들에게 환희와 기대를 심어주는 역사적인 회동이나 교류가 있음으로 인해 밤잠을 설치게 하다가도, 아무 이유도 없이 그 기운이 소멸되어 침울하고 불안하며 꽉 막힌 미래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야말로 요지경 세상이다. 어느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에게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뼈아픈 역사의 교훈과, 반드시 기억해야 할 국가적인 소명이 있다는 것이다.

 

오래 전 노예제도가 있던 시절이었다. 사람들을 가축처럼 사고 팔았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흑인 노예들은 생기 없는 얼굴로 땅만 쳐다보며 무서움에 떨고 있어야 했다. 엄마, 아빠 그리고 아들이 있는 노예 가족이 있었다. 그 가족의 가장 큰 희망은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자유인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지지 않게 되는 것이 그들의 유일한 소망이었다. 하지만 무참하게도 세 사람은 각각 다른 농장으로 팔려가게 되었다.

 

노예 가족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이렇게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 수 있는지 아무 기약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이 슬픈 광경에 노예 상인과 새로운 주인들은 짜증을 낼 뿐이었다. 급기야 시간을 허비하게 한다면서 화를 내더니 노예 가족들에게 매질을 가하기 시작했다. 결국 노예 가족들은 비참하게 울부짖으며 각자 끌려가야 했다. 많은 사람은 이미 익숙한 광경인 듯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한 소년은 가족이 그렇게 끌려가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 온 몸을 심하게 떨었다. ‘만일에 내가 저 자리에 있으면 어떤 대접을 받기 원할까?’ 그 후 소년이 성장하는 내내 그날의 모습과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소년의 이름은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미국에서는 남북전쟁이 끝나 흑인 노예들이 해방되고, 우리나라에서는 갑오개혁으로 천민의 신분이 사라진 지 10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수많은 사람이 차별받고 갑질을 당하는 시대다.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으로 살면서 우리는 아직 인간의 근본적인 권리인 인권(人權)’이 정확히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사람으로서 내가 소중하다면 당연히 다른 사람도 소중한 것이다. 타인을 존중하고 아끼면 나 자신도 존중받을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뭐냐고 물으면 사람, 사람,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다.”라고 한 마오리족의 격언이 있다. 우리가 사람으로 태어나서 사람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억해서 간직해야 할 인성이 있고, 꼭 잊어야 할 이기심과 개인주의의 성향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아 되새기자.

 

타조는 적이 가까이 다가오면 모래 속에 머리를 처박는데 이 모습을 본 많은 사람으로부터 괜한 오해를 받게 되었다. ‘자기 눈을 가려서 천적이 안 보이게 되면 천적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거야?’ , 사람들은 타조가 워낙 머리가 나빠 모래 속에 머리를 처박은 채 몸을 다 숨겼다고 착각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타조의 이런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은 자신의 큰 몸을 웅크려서 몸을 감추는 것이다.

 

타조의 평균 신장은 2m가 넘는다. 적이 나타나면 가장 첫 번 째로 그 커다란 몸을 숙여 적의 눈을 피하는 것이다. 그리고 땅 속에 머리를 숙이는 더 큰 이유는 땅으로 전해지는 소리를 듣고 주위 상황을 살피기 위해서다. 타조는 보기보다 판단력이 우수하고 청력이 매우 좋은데, 땅속으로 머리를 넣어 접근하는 육식동물의 발소리를 통해서 상대의 크기와 위치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탐색을 통해 달아나야 할 방향을 재빨리 파악하고 시속 80km의 속도로 달아날 수 있다.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에서 베짱이는 놀기 좋은 여름날 왜 놀지 않고 바보같이 땀 흘리며 일하냐고 개미를 놀린다. 하지만 개미의 행동 의미를 알고 있다면 누가 바보인지는 바로 알 수 있다. 누군가를 얕잡아 보고 낮게 판단하며 비웃을 때, 어쩌면 그 비웃음이 고스란히 나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을 바보라고 비웃고 싶다면, 혹시 최종적으로는 진짜 바보가 되는 것은 내가 아닌지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먼저 생각해 보자.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첫인상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정확성은 그리 신뢰할 만하지 않다는 것이 정설이다.

 

나당연합군앞에 멸망한 고구려인들은 당나라에 무너진 말갈족과 함께 세상을 떠도는 유민이 되었다. 하지만 당나라의 끈질긴 추격 끝에, 말갈족을 이끌던 걸사비우는 살해당하고 남은 인원들은 할 수 없이 대조영아래로 뭉치게 된다. 그러나 나라가 망하고 적에게 쫓기며 떠도는 민족에게 특별한 힘이 있을 리 없었다. 헐벗고 굶주리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떠돌이 인생에 모두 지쳐갔다.

 

유민들은 당나라군의 잦은 습격에 사람들이 죽어가고 자신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만 있었다. 그 와중에도 대조영은 조금씩 군사를 훈련하며 힘을 길렀다. 그러나 당나라는 그것을 두고 보지 않았다. 결국 당나라 장수 이해고가 이끄는 대군과 만주지역의 천문령에서 모두의 운명을 건 큰 전투를 벌여야 했다. 그런데 결과는 놀라웠다. 멸망한 나라의 오합지졸이라 여겼던 유민들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대국 당나라의 군사를 전멸시키며 완전히 격파해 버린 것이다.

 

당나라에서는 따를 자가 없다며 용맹을 떨쳤던 이해고는 겨우 목숨만 보전해 달아났다. 그리고 마침내 대조영은 광활한 대지 위에 국호를 발해라고 하는 나라를 세웠다. 만주지역을 평정한 발해는 해동성국이라 불리며 그 뒤로 200년이나 존속한 강력한 나라였다. 한민족이 해동성국 발해를 세우고 드넓은 만주를 호령할 수 있도록 했던 대조영의 힘은 강한 의지와 화합이었다. 우리 한민족의 반만년 역사는 수많은 침략과 억압에 물들어 있다.

 

하지만 비극 속에서도 언제나 그것을 극복하며 찬란하고 새로운 역사를 다시 써내고 있다. 그것은 우리 민족이 가진 의지와 화합의 힘 덕분이다. ‘시간과 인내, 그리고 끈기만이 모든 것을 달성한다.’ 우리가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영원한 좌우명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말한 어느 정치가가 있다. 작은 힘이라도 뭉치면 커다란 저력을 발휘할 수 있다. 힘을 하나로 모으는 데에는 어떤 조건이나 규제가 필요치 않다. 특별한 자격이나 원하는 바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그냥 하나로 뭉치면 된다. 너와 나가 아닌 우리라는 명분 앞에 협력의 의지로 함께 하면 되는 것이다.

 

10년 전 대학교 기숙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같은 방을 쓰는 친구끼리 사소한 말다툼이 벌어졌다. 같은 고향 출신의 친한 친구 사이라 특별히 같은 방을 배정받은 학생들이었는데, 함께 생활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다툼이 일어난 것이다. 소동에 놀란 다른 학생들이 두 사람을 붙잡고 말려, 싸움이 되는 것은 막았지만 화가 풀리지 않은 듯 서로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싸움의 원인은 슬리퍼 때문이었다.

 

문 앞에 슬리퍼를 벗어둘 때, 한 사람은 슬리퍼 앞 쪽이 문 쪽을 향해야 했고, 다른 한 사람은 실내 쪽을 향해 놓아야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었다. 고작 이런 일로 친했던 두 사람이 이렇게까지 말다툼을 해야 하는지 모두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때 상급생 한 명이 그 자리를 지나가자 두 학생은 서로 자신의 편을 들어달라고 상급생에게 말했다. 상급생은 두 사람을 쳐다보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나는 내 방에서 슬리퍼 안 쓰고 맨발로 다녀. 그러면 나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인가?”

 

그렇게 다투던 두 학생은 상급생의 말에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사소한 이유로, 극히 지업적인 문제로, 마치 사생결단을 내려는 듯 처절하고 치열한 싸움으로 까지 번져가는 경우를 우리는 비일비재하게 본다. 사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정말 하찮고 사소한 문제인데 비단 당사자는 왜 그걸 발견하지 못하는지 정말 아이러니하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정작 그들도 그 사실을 알고 계면쩍어 할 일인데 말이다.

 

풍자소설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소인국 릴리퍼트블레푸스크, 삶은 달걀의 껍데기를 깨는 순서가 다르다는 이유로 전쟁을 벌인다. 이를 단순히 웃고 넘길 풍자로만 볼 수 없는 것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는 먼저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문제이며, 결국은 서로에게 배려심이 부족해서 생기는 단순한 일이다.

 

배려는 서로 하는 것이다. 한 쪽이 한 발짝 물러설 필요는 없다. 서로가 반 발짝씩만 물러선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다툼과 분쟁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보자. “밀가루 장수와 굴뚝 청소부가 싸움하면 밀가루 장수는 검어지고 굴뚝 청소부는 희어진다.”라는 탈무드의 교훈이 실천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 나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에만 집착하지 말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공생하려 한다면 세상은 좀더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이다.

 

후배의 친구가 어느 날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그는 얼굴도 잘 생겼으며 건강해 보였고, 모든 면에서 뛰어난 사람처럼 보였다. 후배와 같이 있는 동안 편안한 마음이 된 그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시를 읊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매혹된 필자는 악기도 다룰 줄 아십니까?” 하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악기요...?” 하더니 한참 무언가를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실은 학창시절에 바이올린을 전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이 되었지요.” 필자는 왜 그만 두었냐고 물었다. “실은 결혼할 당시 제 아내한테 바이올린을 켜주었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제 바이올린 솜씨가 형편없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자기는 바이올린을 정말 잘 연주하는 사람을 몇 명 안다고 말하더군요. 무슨 뜻이었는지 알 수 있었죠.” 그 후로 그는 20년 동안 단 한 번도 바이올린을 잡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는데, 자기 아내가 무심코 던진 한 마디에 20년 동안이나 바이올린을 잡은 적이 없다고 생각하니, 인간이란 참 상처받기 쉬운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우리 가족들도 얼마나 많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숨기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정말 그 사람은 목소리도 좋고 노래를 아주 잘했다. 그런데 그는 자기 집에서 편한 마음으로 노래를 할 수도 없다고 했다. 아이들도 싫어하고... 아내는 너무 시끄럽다고 한다고....

 

필자는 진정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렇듯 정감 있고 사랑이 넘치는 노래를 어째서 그 사람의 아내와 아이는 들어주지 않는지 이상할 정도였다. 설사 자기의 남편이 노래를 음정이 틀리게 부른다 해도 가슴에 사랑이 있다면 기꺼이 들어주고 만족해 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 언뜻 그런 생각에 그의 노래를 거듭 칭찬하면서, 기회가 되면 정식으로 반주를 곁들인 노래를 들어보고 싶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언젠가 쉬는 날 집에서 조그만 의자를 만들었다. 값 비싸고 고급스런 의자와는 달랐지만 필자는 그것이 나름대로 큰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아내는 그저 아무 말없이 그 의자에 앉아서 기뻐해 주는 것이었다. 가족들이 밖에서 있었던 일을 자랑삼아 얘기할 때, 그것이 다소 지루할지라도 조금은 감탄하며 들어주는 것 역시 그에 대한 작은 사랑이자 배려라고 생각해 왔다. 가정이란 무엇이든 자랑삼아 나눌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다정하고 관대한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

 

굳이 그렇게 볼품없고 조잡한 의자는 당신이나 앉으라.”는 말로 남편을 외롭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아마츄어인 남편의 실력은 서로 알고 있는 건데. 그런 의미 없는 말들은 남편의 가슴에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하나 더 보태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사람이 돌아간 후 후배는 필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선배는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울게 만들어주는 사람이라구요...”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울게 해주었다는 후배의 따뜻한 말 한 마디가 계속되는 한, 필자의 마음 속에도 역시 울지 않는 바이올린이란 없을 것이다.

 

세상에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많다. 눈길 하나에도 손길 하나에도 발길 하나에도 사랑이 가득하게 담겨 있다. 이 따뜻함이 어떻게 생길까? 마음 속에서 이루어진다. 행복한 마음, 욕심없는 마음,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그 마음을 닮고 그 마음을 나누며 살아야 한다. 우리가 우리의 사전에서 지워버리고 영원히 잊어야 할 단어들이 있다. 미움, 시기, 질투, 오해, 투쟁, 분란, 원망.... 등등이다. 가을이 조금씩 영글어가고 있다. 이 가을에는 더없이 평화스럽고 아름다운 삶만 이어졌으면 참 좋겠다. 그런 바람으로 오늘도 착하게 시작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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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9/10 [23:50]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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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둘레햄 18/09/11 [19:51] 수정 삭제  
  세상에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많다. 눈길 하나에도 손길 하나에도 발길 하나에도 사랑이 가득하게 담겨 있다. 이 따뜻함이 어떻게 생길까? 마음 속에서 이루어진다. 행복한 마음, 욕심없는 마음,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청산 18/09/13 [09:35] 수정 삭제  
  애틋한 사랑의 시와 유익한 시작노트 잘 보고 갑니다. 늘 즐필하세요.
홀로코스트 18/09/13 [22:22] 수정 삭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말한 어느 정치가가 있다. 작은 힘이라도 뭉치면 커다란 저력을 발휘할 수 있다. 힘을 하나로 모으는 데에는 어떤 조건이나 규제가 필요치 않다. 특별한 자격이나 원하는 바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그냥 하나로 뭉치면 된다. 너와 나가 아닌 우리라는 명분 앞에 협력의 의지로 함께 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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