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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8.12.11 [03:03]
'서독으로 파견된 간호사의 레터 수기’(5)
 
임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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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대를 회고해보면, 국민들의 지행합일적 헌신적 조국사랑은 부국강병의 초석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만방에 한강의 기적을 알리는 힘찬 고동소리였다. 당시 서독에 간호사로 파견되어 노심초사 가족사랑과 불철주야 조국애를 불사른 레터 수기를 입수하여 독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지면을 생생하게 구성하여 주말 연재한다.(편집자주)

 

 


상상치 못하던 이국의 풍경에 난 정말 행운아다!’

올케언니! 오빠가 리드를 아주 잘 해주셔야 해요.

 

근무지건 어디선 독일어 사전에 눈을 고정시키고

조카 아기들! 기회되면 사진 찍어 보내주실래요?

 

 


오빠 안녕하십니까?(1) 1970. 7. 26.

 

오빠의 정성어린 편지를 받고서 이제 소식 드리게 됨을 양해해 주세요. 그 동안 아무 사고 없이 군무에 임했는지요? 저는 여전히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이곳 날씨는 변덕쟁이라 이름 붙여도 좋을 것 같아요.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은 속엔 여름옷을, 겉엔 스프링코트 또는 오버코트에 털목걸이를 하고 있어요.

 

오빠! 지난 일요일 얘기를 할까요? 우리 한국 간호사 130명이 베를린의 하펠 강에서 뱃놀이를 했거든요. 이번 뱃놀이 행사는 저번에 내가 집으로 보낸 편지에 언급한 바 있는 쿠루제목사 부부가 주선해 주었어요.

 

한국인과 국제 결혼한 쿠루제목사가 부인과 함께 정성을 다해 주네요. 물이 맑지는 않지만 고풍스런 집들과 숲과 숲이 어우러져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광을 가진 하펠 강과 그 연변에서 꿈같이 황홀한 하루를 즐겼네요.

 

쿠루제목사의 게임 구상도 무척 재미있었고요. 호수위에는 백조, 오리, 물새들이 평화로운 모습으로 무대를 장식하고 연출해 주었어요.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탄 배와 같은 큰 배 혹은 돛이 달린 작은 배나 보트를 타고 뱃놀이를 즐기고 있었고요.

 

숲속의 좋은 장소엔 텐트들이 즐비하게 설치되어 있어 독일 사람들의 여유로운 생활 모습이 돋보였어요. 꿈에도 상상치 못하던 이국의 풍경이며 고국에선 경험해보지 못했을 우리의 즐거운 모임! “난 정말 행운아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오빠의 편지 기쁘게 잘 읽었어요. 시간 허락하는 대로 또 써주세요. 오빠! 올케언니는 어떠세요? 올케언니는 오빠가 남편이니 리드를 아주 잘 해주셔야 해요. 서로간의 신뢰와 애정을 두터이 쌓으려면 언제나 쉼 없는 노력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잘하실 줄 믿어요.

 

이곳에 저는 새로운 세계를 접하면서 배우고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앞으로 내가 걸어 가야할 미래에 대한 비전과 시야가 좁았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해요.

 

언제 불행이 닥칠지도 몰라’ ‘언젠가는 내게 죽음이나 불상사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것 아니야?’ 같은 유치하고 무책임한 잠재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발견하고요.

 

이제야 내가 앞으로 살아 가야할 인생행로의 수 십 년이 내일처럼 느껴지고, ‘오늘 미래를 위해 무책임하지 않고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하며 절제하며 살아야 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내가 내일 죽어야 한다면 죽을 수 있는 마음의 태세는 필요할 거예요? 앞으로 보다 더 의욕적인 생활을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그럼 오빠 항상 건강하고 안녕히 계십시오. (동생 옥진 드림)

 

 

어머니! 아버지! 그 동안도 어떻게 지내시는지요?(2) 1970. 9. 19.

 

큰아버지, 큰어머니, 오빠, 올케언니 모두 안녕하시겠죠? 귀여운 조카들도요?

 

저는 하나님의 은혜로 좋은 병원의 좋은 병실 HNO, 이비인후과에서 일하게 된 지 어언 20일째가 되는군요. 박영애 언니가 갑자기 고향에 가게 되었어요.

 

내일 출발하니 모래면 우리 고국에 도착하게 되다니... ! 어머니 아버지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적셔 옴을 어쩔 수가 없군요. 그 언니는 실제로 한국에 모래면 도착하는 거잖아요.

 

 

 

일은 딱히 고된 줄을 모르겠는데 독일어를 잘 해야 된다는 과제 때문에 시간만 나면 근무지건 어디서건 독일어 사전에 눈을 고정시키고 외우며 말똥거리고 집중하게 되는군요. 그래서 ‘2주에 한 번은 집에 편지를 써야겠다!’고 저 스스로 했던 결심이 무너지는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아버지 그리고 엄마! 감이 익어가고 있겠네요? 쇠 부딪치는 소리가 나는 벼는 벌레가 먹은 건가요? 평작 이하는 아니겠죠? 조가 익어가고, 고구마도..!

 

병실에 들어갈 때면 환자들이 항상 환한 웃음으로 다가와 준다며 고맙다고 햇빛(Sonnen schein)" "천사" "다이아몬드" "귀여운 소녀"라고 반겨주는군요.

 

환자들이 무척이나 친절해요. 그런데도 엄마 아버지가 보고 싶군요. 우리 조카아기들도요. 기회 되면 모두 사진 찍어 보내주실래요?

 

여기 제 사진 6장을 보냅니다. 독일 여자 분은 이 대학병원의 병원장이에요. 그녀는 커다란 사무실 한 동에서 총책을 맡고 있어요. 이달 송금은 내 근무시간과 은행시간이 맞지 않아 아직 못 보내고 있어요. 시간 나는 대로 400Mark 붙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애언니 편에 책을 좀 보내주실 수? 아니에요. 그 언니에게 부담이 될 것 같네요. 선편으로 보내주실 수 있으면 너무나 감사하겠습니다. 영한사전, 국어사전. 세계지도. 필독 문학 서적 류 중 영희, 정희가 찾아봐서 보내주면 대단히 고맙겠어.

 

그럼 머지않아 또 쓰겠어요. 오늘도 아버지 어머니 건강하시고 안녕히 계셔요. 오빠, 올케언니 그리고 경선, 옥희, 병환, 정희, 영희 부디 편지 해 주지 않으련? 그럼 모두 안녕!

 

 

 

임옥진 프로필

독일 베르린 자유대학병원 근무

英國 The Bible College of Wales 졸업

한국여자신학교 영어교수

<역저> ‘영적인 싱글

하나님의 능력과 연결되는 믿음

당신의 교회는 준비되어 있는가?’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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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2/01 [04:11]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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