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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7.21 [00:02]
<가정의 달 특집> 이춘명 ‘가장 긴 달 5월’
 
이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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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com

 

 

듣기도 보기도 싫은 달이다.

 

매월 5일이면 오는 쌀 10kg 한 포대는 이틀째 문 앞에 있다. 지역에서 보내주는 식량이다. 자식이 보낸 어버이날 선물은 선불로 찍힌 택배 상자로 초인종을 누른 배달 기사의 걸음을 바라보며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임대 주택에 사는 독거노인들의 현관은 주말 연휴에 대체 공휴일 내내 열리지 않고 있다. 사람의 목소리나 냄새가 나오지 않는다.

 

늙을수록 거짓말은 늘어난다. 밥 먹었다. 잘 먹고 있지. 세끼 꼬박 꼬박 먹는다. 내 걱정 마. 너희들만 잘 살면 돼. 더 바랄 것 없다. 잘 받았다. 고맙다. 한 가지씩 늘어난다. 안부 전화로 답하는 목소리는 거짓말인줄 바로 느낄 수 있는 옆 방의 목소리이다.

 

바쁜 자식들은 우편으로 나름의 선물을 보내고 카카오톡으로 꽃바구니를 보낸다. 외로운 밥을 먹는 어버이날 저녁 한 끼라도 서툴게 느리게 따끈하게 만들어 주는 냄새가 더 그리운 혼자 사는 부모님들의 방안은 어두워도 불을 켤 생각이 없다. 숨소리가 나는 적막이다.

 

가끔 찾아오던 딸은 가정의 달은 더 바빠 오지 않는다. 아들은 남의 자식이 되어 버렸다. 팔십이 넘은 나이에 건강할 때 돌봐준 손주들은 냄새 난다는 핑계로 얼굴이 점점 희미해져간다. 학원 가기도 부족한 시간에 친구가 되어주는 것을 바라지도 못한다. 오로지 TV수상기의 수다뿐이다. 그러나 남들의 호화스러운 이야기들뿐이다. 듣기도 보기도 싫은 달이다.

 

간간이 이야기 나누던 이웃들 중에 북적북적 소리가 나는 문을 외면하고 계단에서 장을 봐 오는 이웃도 건성으로 인사하는 삭막한 봄이다. 삼거리 골목 입구에 걸터앉아 오지 않을 자식을 목을 빼고 혹시나 기다리는 왼쪽 가슴에는 종이꽃도 없다. 남들 눈에 누군가 오겠지 추측이다.

 

자식들이 부모가 되고 학부형이 되면 더 틈이 없는 5월이다. 평일 어버이날은 거리에 붉은 꽃을자랑하거나 어버이 은혜의 노래 소리는 옛말이다. 꽃집에서 파는 한 송이 카네이션 생화는 스승의날을 기다리는 대박의 준비로 바꿔지는 쓸쓸한 날이다.

 

명절이나 휴가 때는 먼 여행을 가는 자식의 빈자리에 애완견을 지키는 사람이 된다. 급한 소포물을 확인 수령할 때 꼭 필요한 늙은 부모의 일 년 중 가장 지루하고 외로운 달이다. 봄나들이 꽃구경으로 요란한 밖의 소리를 차단하는 이중창 안에서 나오는 인기척은 다만 살아 있다는 희미한 그림자이다. 문을 열고 내다보는 수고조차 게으른 달이다.

 

따라 다닐 수 없는 속도와 자식에게 불편을 주는 외관상의 장애가 더욱 고독하게 만든다. 연금이 나오면서 끊어진 자식들의 용돈은 으레 주거니 받거니의 인사까지 잊혀졌다. 생존 경쟁하는 일선보다 더 낫다하는 뒷걸음은 따로 사는 날부터 시작된 이야기이다.

 

복지관의 점심 급식 한 끼 3,500원이 없거나 외출이 귀찮을 때도 밥 냄새는 나오지 않는다. 동네 중국 음식점 자장면 한 그릇을 먹으며 듬성듬성 앉아있는 4인석의 홀로 먹기도 보기 드문 대낮이다. 편의점 유리창 안 쪽에 컵라면이나 음료수 캔 1개와 빵을 뜯는 노인도 없는 조용5월이다. 아이들이 요란하게 움직이는 자동차들은 밀린 좁은 도로에서 기다리고 있다.

      

부모님들의 어버이날은 눈요기뿐이다.

 

잘 사는 자식이 대납해 주는 뒷목 뻣뻣한 노인과 노인 복지관 회비가 없는 노인들의 쌈짓돈이 주저하는 모습이 오월이다. 어버이날 기념으로 교회나 기관에서 당일 여행 갈 때 며느리가 싸준 간식 주머니와 아들이 한 턱 내는 후원품이나 찬조금도 오월이다.

 

촉촉한 눈으로 보면서 괜시리 가는 귀 먹은 듯 딴 짓하는 노인들의 오월이다. 행사가 많고 시끌벅적할수록 가장 긴 달이 오월이. 가장 지루하고 서럽고 명이 왜 이리 길까하는 달도 오월이다.

 

기프트 쿠폰으로 어버이에 대한 사랑과 수고를 되새김하는 달, 낳아 길러준 은혜에 보답하려고매장을 찾아 가는 달이다. 날짜를 놓치고 못 먹어서 도리어 핀잔 듣는 노인들에게 향기 없는 조화가 차라리 더 나은 달이다. 자식이 어릴 때 학교에서 만들어 오는 꽃이 그리운 달이다. 고사리 손으로 카드를 꾸미고 써올 때의 효도를 생각하는 먼 날의 행복했던 달이다.

 

월차를 내서 온종일 놀아주는 딸은 없다. 출장이나 회의 회식 모임을 뿌리치고 달려오는 아들은 없다. 기다리는 것은 늘 거짓말이 되고 생각조차 낭비라고 금지되는 달이다. 오늘 밖으로 나오지 않는 부모님들은 라디오나 매스컴에서 다정한 이야기나 눈물겨운 자식들의 후회를 드라마 줄거리로 흘리는 달이다. 일년치의 효도가 배탈이 나는 달이다.

 

남은 쌀로 누룽지를 만들어 갖고 가면 경비실에 놓고 가길 지시한다. 기름에 튀겨 설탕 뿌려 아이들 먹이라고 하면 쿠팡 택배 무료 배송으로 샀다고 한다. 남겨둔 돈으로 도매 시장에 가서김치거리를 무겁게 들고 와 양손 가득 잘 먹던 맛으로 만들어 서둘러 갖다 주면 지난번 준 것도 남았다고 짜증을 부린다.

 

괜시리 그런 일 하고 아프다 하지 말라 잔소리를 한다. 바리바리 싸 들고 와 이웃들 나눠 주라고 하면 옆집 얼굴도 모르는 현실을 모르냐 핀잔이다. 만나면 싸우고 안보면 걱정스러운 달이다.

 

오월은 자식들에게 이유가 많은 달이다. 골목의 아이들에게 먹던 사탕 주는 것은 오지 않는 몸짓이 그리운 마음이다. 질겁하는 방어에 더 외로운 달이다. 보이는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칭찬한 것은 군내나는 입술이 저절로 그 몸짓을 부르는 속울음이다. 다들 꺼려하는 이웃 노인들의 접근은 손끝에 남아있는 손주들의 목소리가 희미해져서 다가가는 오월이다.

 

어버이날이 낀 둘째 주까지 시간은 일 년 같다. 엄동설한 겨울날이다. 부부의 날까지 지나는 중순쯤부터 골목에서 만나는 같은 처지의 노인들은 서로 묻지 않는다. 다시 겉으로 평범해지고평등해 지는 날만 기다린다.

 

마트에서 만나도 반찬차를 기웃거릴 때도 드러나지 않는 격리에 대해 별 관심없는듯 한다. 다시 자식들이 보내온 것을 나누며 자랑질 하는 것은 그 후의 긴 소일거리이다. 그런 외로움의 허세는 부풀어지는 풍선으로 수다의 내용이 된다. 자식들의 직업과 학업과 출세와 드나드는 외국나라 나열까지 증가할 때 속아주는 시간이 된다.

 

달력을 찢고 싶은 큰 달 오월이다. 첫날부터 부르지 않고 찾아가지 않는 줄 당기기 하는 달이다.입에 발린 사랑해요. 습관이 된 죄송해요. 급할 때만 미안해요는 귀에 못이 박혔다. 남들의 사연으로 불효라는 짧은 목소리들은 다시 사무적으로 바빠, 응 으응, 단답형이 된다.

 

이른 봄에 보내준 먹거리가 추석 때까지 남아있는 노인들의 방은 비슷하다. 그 다음 해 오월까지 냉동실 구석구석으로 헤매는 동안 다시 혼자가 되는 부모님들의 어버이날은 눈요기뿐이다. 문득 양심을 흔드는 곧 시들어 갈 꽃은 바로 부모님의 주름살 깊은 얼굴이 된다.

 

 

 


원본 기사 보기: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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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13 [01:16]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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