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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11.17 [15:57]
서독으로 파견된 간호사의 ‘레터 수기’(38)
 
임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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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대를 회고해보면, 국민들의 지행합일적 헌신적 조국사랑은 부국강병의 초석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만방에 한강의 기적을 알리는 힘찬 고동소리였다. 당시 서독에 간호사로 파견되어 노심초사 가족사랑과 불철주야 조국애를 불사른 레터 수기를 입수하여 독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지면을 생생하게 구성하여 주말 연재한다.(편집자주)

 

 

 

 

좋은 남편감 골라 남부럽지 않게 살아보기 소원이다

너의 장래 위해서는 좋은 혼처 선택해서 결혼해야지

여자 신분에 나이가 많아가니 더욱 그런 생각뿐이다

 

제가 결혼하지 않았기에 우리 온 가족에게 지금까지

도움을 드리고 제반 최선 다할 수 있지 않았겠어요?

하나님은 나이와 상관없이 합당한 결혼 허락하실 것

 

딸 옥진에게, 어머니의 말(1-1977. 11. 20)

 

어머니 소원을 들어 보아라. 남들과 같이 우리도 마음 뜻 맞는 좋은 남편감을 골라 결혼해서 생남 생녀하고 남부럽지 않게 살아 보기가 소원이다. 여자 나이가 많아지면 아무리 좋은 사람도 시집 갈 곳이 없단다.

 

너와 같이 독일에서 있던 친구들도 나이 어린 사람들은 좋은 곳으로 시집갔지마는 나이 많은 처녀들은 계면쩍고 무색할 정도로 혼처 없어 방황만하고 있단다. 너도 나이 많아 어찌 할 것이냐?

 

▲  좋은 남편감을 골라 결혼해서 생남 생녀하고 남부럽지 않게 살아 보기가 소원이다. pixbay.com  

 

걱정이 되는구나. 눈도 잘 안보여 두어 자 기린다. 그리운 딸을 외국에 두고, 보고 싶지마는 볼 수가 없고 편지 올 때마다 너의 얼굴 본 듯싶다. 정희와도 자주 만난다고 하니 어머니 소식 전해주기 바라며 너의 건강을 빌면서 고향에서 어머니가 보낸다. 다음은 아버지 말씀이다. 엄마 씀.

 

아버지의 말

 

117일 날 너의 편지를 잘 받아 보았다. 그간이라도 몸 건강하며 보는 일에 충실하느냐? 이곳에도 부모를 비롯해서 온 가족이 무고히 안과하니 다행한 일이다.

 

너의 영국 가는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편지 사연으로 들으면 낯익은 독일보다 더 사고무친척한 먼 나라이고 별무취직도 없이 무슨 경제 사정도 확실치 못한 곳으로 갈려고 하는지 궁금하기 말할 수 없다.

 

이곳 부모는 물론이고 형제 친척들이며 듣는 남들까지도 너의 장래를 위해서는 좋은 혼처를 선택해서 결혼하고 사는 것이 장차 보람이 아닐까하는 생각인 것이다.

 

▲ 너의 장래를 위해서는 좋은 혼처를 선택해서 결혼하고 사는 것이 장차 보람이 아닐까하는 생각인 것이다.  pixbay.com      

 

여자의 신분에 나이가 많아가니 더욱 그런 생각뿐이다. 남들의 딸이 사는 것을 볼 때마다 그러한 마음이 안 갈 수 없고 사람 장래가 일생일사가 아니냐? 너를 붙잡을 수 없으니 잘 생각해서 하여 주기 바란다.

 

또 정희나 영희도 많이 생각지 않고 얼른 결혼을 하다 보니 자기들이 고생이지 않느냐? 부모 된 나는 너희들을 마음대로는 못할망정 상의껏 해 보려 했지만 뜻과 같이 안 되니 걱정이 산과 같구나!

 

오빠 취직 관계는 국립과학연구소에 입사 준비를 끝내고 최후 신원조회까지 필하였는데 아직은 결정이 없으며 오는 1월 초경 가부를 알 듯 싶다더라.

 

서울 병환이도 무고히 근무한다고 종종 편지 보내온다. 우리 집 형편을 보면 농토는 상당히 있지마는 우리가 노쇠해 감으로 가꿀 수가 없고 인부 부족과 임금 앙등으로 벌어 보아도 별 소득이 없음으로 농토는 대부분 타인에게 경작을 맡겼다.

 

이번에 정희의 편지에 우리 내외를 독일로 초청해서 구경을 시키겠다고 가부의 소식을 전해 달라고 했지만 그렇지 못할 사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비자관계도 있고 내왕 노비며 집안 일 돌볼 사람이 없고 하니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정희 말은 늙어가는 부모이기에 이번 기회를 벗어나면 다시 올 수 없다고 하는 말이며 만일 우리가 반대하면 내년 봄쯤 해서 정희 내외가 다녀갈까 하는 말이더라.

 

연이 아버지도 못 간다는 편지를 하련다마는 상면 기회가 있으면 갈 수 없다는 말을 해 주기 바란다.

 

우리 옥희는 취직 문제로 심려가 많은 듯싶고 어떻게 될 테지만 아직은 걱정이 되는구나. 경선 역시 부지런히 공부하고 있어 성적은 우수한 편이나 장차 취직문제가 우려되는구나. 좀 더 자세한 말을 쓰고 싶어도 지면 관계도 있고 또 정신이 없어서 대강 쓴다. 두서가 없으니 살펴보아라.

 

재언이지마는 옥진 너의 일을 잘 처리 생각하고 장래 후회 없기를 바라며 먼 곳에 있는 부모형제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 아비 하는 말 잘 생각해서 작정하기 바란다.

 

부탁한 부양가족증명서 동봉하니 잘 쓰기 바라며 영희 주소는 완도군 노화면 보길 동국민학교란다. 그 곳서도 한국 소식 들을 수 있는지 모르나 이곳저곳서 교통사고 투성이니 부디 주의 바란다. 그럼 이만 쓰고 다음 소식 전해 주기 바란다. - 아버지씀 -

 

사랑하는 부모님께!(2- 1978. 01. 10)

 

1120일 보내주신 편지 121일에 잘 받았습니다. 그 동안도 무척 바쁜 나날을 보냈네요. 늘 제 마음속에 부모님과 온 가족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처 소식을 전해 드리지 못해 마음 아프게 생각합니다.

 

영국으로 가는 문제와 결혼 문제에 대하여 무척 상심하시는 부모님의 심정을 잘 이해합니다. 하지만 부모님을 불순종하려는 것이 아님을 부모님께서 잘 아실 것입니다. 저는 가능하면 부모님을 위해서나 저를 위해서나 온 가족을 위해서 최선의 길을 가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부모님도 아시다시피 오늘날 제가 저 된 것은 주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지금까지 저를 사랑해주시고 이끌어 주시고 지켜주시고 키워주시고 돌봐주신 분이 그리스도 주 예수님이십니다!

 

그분은 우리가 알 수 없는 모든 것, 미래와 전체를 보시고 아시기에 그 분을 따르는 것일 뿐입니다.

 

나이도 있는데 외국에서 언어와 풍습이 또 다른 외국으로 가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두려움 없이 의연하게 진행하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고 뜻과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께서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려움이 없지는 않을 테지만 다 유익한 어려움이 될 것입니다. 타인들의 말보다 제 말을 더 믿으시기 바랍니다.

 

제 결혼에 대해 걱정하시지만 제가 결혼하지 않았기에 우리 온 가족에게 지금까지 도움을 드리고, 물질적, 심적, 영적, 모든 면에 신경을 쓰고 최선을 다 할 수 있지 않았겠어요? 그래서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이 예비하시고 정해주신 사람과 결혼을 할 것입니다.

 

나이가 많은 것을 무척 걱정하시는데 저 또한 나이 많으면 결혼은 못하는 것으로 단정 지은 적이 있었습니다만 하나님께는 불가능이 없고 나이에 한계가 없다는 것을 압니다.

 

물론 적령기에 결혼하면 좋겠지만 하나님은 나이와 상관없이 얼마든지 합당한 결혼을 허락하실 수 있는 줄로 생각합니다.

 

시집가서 가족을 이루고 사는 것이 당연지사지만 우선 위에 하나님을 두지 않으면 불행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나의 삶은 하나님과 연합되었고 또 하나님은 옳으시고, 전지전능, 자비하시며,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시는 분이기에 모든 결정권을 주님께 드리고 싶은 겁니다.

 

주님이 없는 사람에게는 결혼 못하면 큰 일이 날 손해지만 만약의 경우, 혹시 결혼을 못해서 큰일 날 것도 없고 무엇을 놓치는 것도 없을 것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

 

사랑하는 부모님! 저는 1223일까지 일을 마쳤는데 그 동안 어느 정도 짐 정리를 하고 일부를 선편으로 송부했습니다. 1120일 보내주신 편지를 121일에 제가 받았을 때는 이미 사표도 내고 진행 중이어서 계획을 되돌릴 수도 물론 없는 일이고요.

 

10kg짜리 소포 5개 중 4개는 127일에 경기도 부천시 소사동에 사는 이0순 친구가 귀국하게 되어 소포 4개를 그 친구가 집으로 부쳐 주기로 했습니다. (완전 귀국은 세금을 물지 않아 고맙게도 4개를 자기가 집으로 부쳐 주겠다고 해서요. 영희에게 보내는 5kg 소포 1개도 친구가 보내 줄 것입니다). 나머지 한개는 12월 중순에 집으로 직접 보냈고 책은 5kg8개 모두 오빠네 집으로 보냈습니다.

 

1223일 일을 마치고 24일에 본 정희 집에 갔었습니다. 28일까지 45일 머물면서 참 좋은 시간을 가졌으며 정희와 하인츠와 시모네로 인해 저는 정말 기쁩니다.

 

정희가 다시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 사랑의 관계로 돌아왔을 때, 남편도 구원을 받게 되고 선한 목자 되신 그리스도께서 다스릴 수 있는 가정이 될 것입니다. 하나님이 정희와 함께 하시게 되면 부모님과 우리 가족도 더 돌아볼 것이고요.

 

▲ 벌써 아기 엄마가 된 시모네  

 

시모네,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어머님 아버님을 독일로 초청하여 구경시키고자 하는 문제에 대하여 정희 남편이랑 이야기 나눴는데요. 정희 남편이 정말 부모님을 초청하기를 원합니다. 누구에게 집을 맡길 수 있으면 비자는 걱정 마시고 내년 겨울 쯤 그렇게 하셔도 좋을 것 같군요.

 

정희와 남편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보다 부모님이 독일로 오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하네요. 독일까지 나오시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닐 테지만 정희와 남편이 기꺼이 원한다니 한번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희 남편이 퍽 부모님을 생각하는 것 같아요. 말하기로 돈을 부치더라도 자식들을 위해 써버리고 부모님을 위해 쓰지 않기 때문에 돈 안 부친다고 하는군요. 부모님께서 오기를 원치 않으시면 그 경비를 다른 곳에 쓴다고 하고요.

 

본에서 베를린으로 돌아오는 길에 저는 하노바에 들렀다가 1230일 집에 도착하여 11일부터 일주일동안 밤 근무를 한 다음, 110일 영국으로 가는 도중입니다.

 

이곳은 홀란드에요. 베를린에서 런던까지 기차와 배로 약 24시간 걸립니다. 베를린에서 홀란드까지 갈아타지 않고 직행합니다. 기차에서 하차하면 바로 배를 탈 수 있으며 6-7시간 배를 타고 영국 하릿치라는 곳에서 내려 다시 기차를 타고 런던까지 갑니다.

 

지난 16일에는 헤어지기 아쉬운 친구들과 독일 친구 분들 30여명이 함께 모여 송별회를 가졌습니다. 참 소중한 친구들과 참 소중한 독일 친구 분들을 두고 헤어지기가 너무 마음 아프고 안타까웠지만 서로의 축복을 빌고 주님께 의탁하면서 저를 보내주었습니다. 많은 선물도 안겨주고 주님께서 제게 베풀어주신 많은 사랑과 은혜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1978120

 

다시 시간이 빨리 지나갑니다. 그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무척 궁금하시겠지요? 저는 목적지 런던까지 무사히 잘 도착했으며 지금 학교 기숙사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앞서 베를린에서 온 두 친구도 가까이에 있어서 가끔 만나고 있고요.

 

영어 학교는 그리스도인들이 경영하고 가르치는 학교이며 학생들도 대부분이 그리스도인입니다. 그 중에 상당수가 선교사로 나가기 위해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입니다. 학생들은 약 80명가량이며 함께 기숙하는 학교로 종일 공부하고 숙식을 함께하며 지냅니다.

 

저는 학교에서 도보로 15-20분가량 떨어진 기숙사에서 스위스에서 온 두 여학생과 지내고 있습니다. 옆방에는 독일에서 온 두 여학생이 살고 있는데 저와 친하게 마음을 나누는 그리스도인들입니다. 학생들은 대부분 스위스,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일본, 브라질, 스페인 등지에서 왔고 한국인은 저 외에 한 서독 간호사가 있습니다.

 

음식은 생각보다 좋고 풍성하며 영국은 겨울에 실내가 아주 춥다고 들었는데 아주 춥지는 않습니다. 몸 건강하고 영어 학습도 재미있습니다. 영국은 독일보다는 가난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런던 내에 어디를 가나 외국인들 뿐 인 것 같습니다. 영국에는 참으로 인도, 아프리카 등 유색인들이 많고, 일본, 중국인 등 외국인들이 많습니다.

 

그건 그렇고 짐들(소포)이 집에 잘 도착 되었으면 좋겠네요. 하나는 가방인데, 필요할 때 사용하시기 바라고 혹시 독일 구경 오실 때에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병진이가 결혼했다니 잘 되었군요. 축하한다고 전해 주세요. 큰아버지 큰어머니께도 안부 전해 주십시오.

 

오빠의 취직 문제는 지금쯤 잘 결정되었습니까? 옥희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병환에게서 종종 소식 온다니 오랫동안 서로 소식 오가지 못했는데 다행이며 영희네는 어떻게 지냅니까? 온 가족이 주 예수님의 은혜 가운데 있기를 바라면서 부모님 이만 안녕히 계십시오.- 런던에서 딸 옥진 드립니다.-

 

오빠, 언니, 승온, 경온, 정온, 큰아버지, 큰어머니, 영희, 지은아빠, 지은이와 동생, 병진내외, 병환, 옥희, 경선, 경희 모두 잘 있기를!

 

 

임옥진 프로필

독일 베르린 자유대학병원 근무

英國 The Bible College of Wales 졸업

한국여자신학교 영어교수

<역저> ‘영적인 싱글

하나님의 능력과 연결되는 믿음

당신의 교회는 준비되어 있는가?’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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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8/24 [16:11]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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