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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9.23 [05:02]
서독으로 파견된 간호사의 ‘레터 수기’(39)
 
임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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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대를 회고해보면, 국민들의 지행합일적 헌신적 조국사랑은 부국강병의 초석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만방에 한강의 기적을 알리는 힘찬 고동소리였다. 당시 서독에 간호사로 파견되어 노심초사 가족사랑과 불철주야 조국애를 불사른 레터 수기를 입수하여 독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지면을 생생하게 구성하여 주말 연재한다.(편집자주)

 

 

 

 

제 삶에 마치 바울서신과 같은 신선함

언니 편지 속에 변함없는 주님을 향한

열렬한 마음에 깊은 감명 받는 답니다

 

언니! 가는 길에는 하나님 뜻이 있어요

언니의 일은 언니가 너무 잘 하시기에

저희들은 아무런 걱정 절대하지 않아요

 

저는 요즘 집에서 좋은 일자리가 속히

생기기 바라며 구직에 힘쓰고 있어요

늘 고국을 생각하시는 언니 건강빌어요

 

 

▲ 언니의 편지는 피곤한 제 삶에 마치 바울서신과 같은 신선함과 소망을 가져다줍니다.

 

● 영희가 고마운 옥진언니에게(1-1977. 11. 21)

 

추위가 다가온 11월의 중순을 넘어 하순에 접어든 이때 그곳의 날씨는 어떠한지요? 먼저 편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너무나 바쁜 생활로 쫓기다보니 먼저 받고 답을 쓰는 처지가 되었군요. 언니 편지 속에 언제나 변함없는 주님을 향한 열렬한 마음에 깊은 감명을 받는 답니다. 세상의 어떤 일도 주님 안에 충만하게 사는 것 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요즘은, 결혼하는 일도 자녀를 두는 일도 한갓 고생을 짊어지는 일이며 결코 최선의 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육신의 유혹을 이길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냥 지내는 것이 얼마나 다행일지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답니다. 그런 일이 가능하게 되는 것 역시 주님께로부터 오는 은혜라 믿습니다. 사도바울 같은 분이 받는 특별한 은혜라고 여겨집니다.

 

지금의 저의 형편은 너무나 험난하고 피곤한 생활입니다. 이곳 보길동초등학교에 197591일 첫 발령을 받아 1976210일 큰 아이를 낳고 197798일 둘째아이를 낳았습니다. 이곳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궁벽한 벽지, 아이를 기르기에 적합하지 않아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큰 아이 지은이는 이제 할머니가 키우고 계시지만, 둘째 갓 난 지숙이는 교직생활을 하며 혼자 키워야하니 아이에게 무슨 일이나 나지 않을까 두려운 맘이 듭니다. 지금은 2개월이어서 누어서 크지만 조금 더 지나면 손이 더욱 필요할 것이니 걱정이군요.

 

모유 수유로 기르고 있어서 수업이 두 시간이 끝날 때마다 쉬는 시간에 수유를 하곤 합니다. 먹고 자고 먹고 자는 아이가 한없이 예쁘고 또 안타깝습니다. 어서 지금 같은 불안함이 사라지는 대안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정희는 어떻게 아이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하는지요? 마음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다니 큰 다행이군요. 우리 남편과도 예전에 늘 열정적이었던 정희언니에 대해서 얘기를 하곤 하지요. 정희가 살아가는 길에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보고 싶습니다. 쌍둥이 언니가 늘 그립습니다.

 

고마운 옥진언니, 언니가 가는 길에는 하나님의 뜻이 있어 풍성한 일들이 이어지리라 믿습니다. 내 결혼을 위해 독일에서 한국 고향집에 휴가 받아 와서 결혼비용을 부담 해준 언니가 내게는 부모나 다름이 없습니다. 언니의 고마운 마음과 뜻을 길이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길이길이 이 고마운 맘을 가지고 살아가려고 합니다.

 

결혼한 아내로 남편을 잘 받들고 아이들을 양육하는데 힘써야 할 일인데 직장으로 인하여 가정에 충실하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직장도 가정도 충실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매사 마음을 졸입니다. 참으로 슬프고 마음이 아플 때가 많습니다. 바닷가에 자리 잡은 이곳 보길동초등학교에 밤이 오면 파도소리에 잠 못 이루고 밤마다 눈물로 지새다 잠이 들곤 합니다.

 

남편은 교회 일과 사업으로 할 일이 많아 같이 지내지 못하고 목포에서 지내다가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곳에 옵니다. 남편이 보고 싶고 큰 아이가 보고 싶습니다. 외로운 섬에서 둘째 아이를 혼자 기르는 이 상황을 하나님은 아시리라 믿어집니다.

 

언니가 말한 대로 성경 읽을 겨를도 없는 지경이에요. 두 생명을 주신 이 귀한 은혜를 입고 감사해야 할 줄 알면서도 불평이 먼저 나오는 생활이 되어 버렸으니, 본이 되지 못하는 상태라는 걸 알지만 계속되는 직장과 가정을 양립해야 하는 이 생활, 더구나 섬 생활이 정말 어렵습니다.

 

출산 후 조리도 충분치 못해 몸이 고단하고 피곤해지기가 일쑤입니다. 먹는 것도 충실치 못한 낙도에서 출산휴가 1개월, 그것도 예정일을 10여일 넘어 낳아서 20여일 쉬고 교단에 섰답니다. 특히 오른쪽 팔이 말을 듣지 않아 칠판에 글씨도 쓰기가 어렵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삶에 대한 도피자와 무능력자로 만들어 버리는군요. 귀찮아지는 삶이라고나 할까? 감사도 기쁨도 다 가버리고 나에게는 육아와 교육이라는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중대한 두 개의 굴레가 나를 묶어 끌고 가고 있으니 어찌하면 좋을까요? 주님께서 허락하신 삶이 이런 것일까?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른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아이를 기르며 겪는 일들은 다 말할 수 없으나 출근하려던 참에 지은이가 자지러지게 울어서 관사 옆방 박선생님께 여쭈니 아이의 몸을 잘 살펴보라 하시며 이곳은 지네가 많아 물리는 수가 있다고 하시기에 보니 귀 뒤에 물린 자국이 있어 학교 실험실에 가서 암모니아수를 가져다 바르고 괜찮아졌답니다.

 

갓난아이가 아파도 치료할 수 없고 필수품 하나 구입할 수 없는 막막하고 답답한 섬 생활입니다. 내 근무지가 좀 나은 곳으로 옮겨지기를 바라며 인사이동을 기다립니다. 하나님께 울부짖으며 무기력한 섬 생활에서 생활여건이 보다 나은 곳으로 인도함을 받고 싶습니다. 지금은 확실히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삶이군요. 어떻게 하든 남편과 하나의 길로 가야 하는 줄 알면서...

 

그러나 언니의 편지는 피곤한 제 삶에 마치 바울서신과 같은 신선함과 소망을 가져다줍니다. 읽고 또 읽으며 되새김질하고 주신 말씀도 외우며 앞으로 더욱 도움을 삼으려고 합니다. 정말 고마워요 언니, 안녕히 계세요. - 보길도에서 영희-

 

옥희가 보고 싶은 큰 언니께(2-1978. 2.18)

 

오랜만에 소식 드리는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집에서 좋은 일자리가 속히 생기기를 기대하며 구직에 힘쓰고 있답니다. 그런데 집에 있는 게 답답하군요.

 

언니의 일은 언니가 너무 잘 하시기에 우리들의 일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마음은 우리가 어른이 되어도 늘 아이 같은 생각이 드시는 모양입니다.

 

큰 오빠의 직장관계는 잘되어 21일 자로 대전으로 가셨는데 대우가 여기보다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언니가 보내준 소포 중 124일에 보낸 책 세 박스는 받아 보았답니다. 나머지는 소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카들은 잘 크고 있으며 승온이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세월이 정말 빠른 것 같습니다. 막내도 고 2학년이 되고요. 영희 언니로부터 소식 종종 오는지요? 영희 언니네는 애들이 둘이나 되다보니 벅찰 것 같습니다.

 

정희 언니네는 행복하게 잘 지낼 테지요? 큰아버지, 큰어머니 잘 계십니다. 큰집의 모든 일도 잘 되는 것 같이 보입니다. 병진이 오빠네 새댁도 잘 있고요.

 

저의 직장에 관한 것과 장래 일이 걱정이 됩니다. 언니의 기도가 있으시길 빌겠습니다. 저희에게 필요한 유익한 말도 많이 해 주십시오. 다음에 또 소식전하기로 하겠어요. 그럼 몸 건강히 잘 계세요. -동생 옥희 드림-

 

경선이 사랑하는 언니께

 

애타게 기다릴 언니를 생각하면 날마다 쓰고 싶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 사람의 일인가 봅니다. 늦게나마 용서를 빕니다. 언니 이곳은 매우 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답니다. 추위 때문에 50일 동안이나 방학을 했었고 213일에서야 겨우 개학을 했답니다.

 

언니도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입시 경쟁이 매우 심해 웬만큼 공부해서는 대학을 생각할 수가 없어요. 좁은 대학문을 들어가려면 지금부터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답니다. 전 이제 고2학년이 됩니다. 승온이도 벌써 초등학교를 들어가니 대견스럽고 신기하기만 합니다. 정온이 또한 우리 집 재롱둥이로 굴림하며 잘 있답니다.

 

저는 토요일이면 가끔 집에 갑니다. 엄마 아버지 두 분이서 고생하고 사시는 것을 보면 언제나 제 마음은 언짢고 가슴이 아프답니다. 우리 형제가 많아도 이렇게 뿔뿔이 흩어져 나가니 집에 가면 쓸쓸하고 외로움마저 느낄 때가 있어요.

 

언니, 난 언니를 매우 존경하고 언니처럼 훌륭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타국에서 고생되시겠지만 늘 고국을 생각하시는 언니 건강하시길 빕니다. -동생 경선 올림-

 

▲ 언니, 난 언니를 매우 존경하고 언니처럼 훌륭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사랑하는 동생 영희에게(3-1978. 3. 22)

 

소식이 이렇게 늦어져 마음이 안타깝구나. 하지만 내 마음은 너에게서 멀리 있지 않았어. 너와 지은 아빠와 두 아이들이 늘 내 마음에 있었지만 계속 바빠서 편지 쓸 여가도 얻지 못했구나. 오직 주님은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끊임없이 성실과 인내로 보호하고 너를 주목하셨을 거야.

 

항상 경책치 아니하시며 노를 영원히 품지 아니하시는 주님, 우리의 허물과 죄과를 따라 갚지 아니하시는 주님을 떠올리며 감사한다. 그 인자하심이 자기를 경외하는 자에게 하늘이 땅에서 높음만큼이나 크시니 우리 주님은 얼마나 놀랍고, 신비하고, 위대하신 분이신가?

 

50일이나 방학을 해야 할 정도로 올 겨울 날씨가 추웠다는데 열악한 섬에서 영희는 추위에 아기랑 어떻게 지냈을까? 온 가족이 모두 몸 건강하기를 기도한다! 영국에 와서 처음 쓰는 소식이구나.

 

이곳 영국에서 일하지 않고 공부만 하고 있으면서 마음 속 깊이 감사하고 행복하게 느끼는 것은 지낼 수 있는 방과 따듯한 침대가 있고, 매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양식이 주어지고, 귀한 그리스도인 친구들이 곁에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고 얼마나 큰 주님의 은혜인지 그 때 그 때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하고 상상하다 보면 신실하신 주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게 된다. 그래, 생각하면 할수록 독일에서나 이곳에서나 변함없이 베풀어 주시는 주님의 은혜가 말할 수 없이 크구나.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하여 주어지는 주님의 사랑과 관심, 갖가지 은혜가 한없이 가슴 벅차게 느껴지고 정말 감사드리게 되는구나.

 

주안에 귀한 사람들과도 헤어져야 하고 정든 곳들도 떠나가야 하지만 주님만은 떠나지 않으시고 끊임없이 동행하시며 새로운 만남을 주시고, 위로, 격려, 용기, 지혜, 능력을 주시며 사랑의 손길을 느끼게 해 주신다. 갈등과 어려움이 있을 때에도 홀로두지 않으시고 마음속에 잔잔한 기쁨과 평안이 깃들게 해 주신다.

 

동일하신 주님께서 영희에게도 아가페의 사랑, 인내와 성실하심으로 분명 함께 하시겠으니 감사한다. 어떤 형편과 상황에 있어도 조건이 없는 일정한 사랑과 온유하심으로 너와 함께 하시는 것을 믿는다.

 

어떤 형편과 상황에 있어도 조건이 없는 일정한 사랑과 온유하심으로 너와 함께 하시는 것을 믿는다.    

 

사랑하는 영희야! 그럼에도 영적, 환경적, 육신적으로 처한 너의 고생을 한없이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럴지라도 네가 정말 행복한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주 앞에서 낮추라 그리하면 주께서 너를 높이시리라> <하나님을 가까이하라 그리하면 너를 가까이 하시리라> <너는 하나님께 복종할지어다 마귀를 대적하라 그리하면 너를 피하리라> <하나님이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네게 은혜를 주시느니라!> 4:5~10절까지 그리고 약 3:9-18절 약 5:7-9절을 묵상하기를! 4:14-17 25-32, 5장 말씀들 꼭 읽고 묵상하기를 바란다.

 

확실히 주님께서 너에게도 한없는 은혜를 베풀어 주셨고 또 베풀고 계시니 원망하거나 누구하고도 비교하지 말고 나 자신에게 베풀어 주신 은혜만을 헤아리고 감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의 죄 사함을 위해 주님 자신을 내어주신 은혜는 물론이고, 먹을 것, 입을 것, 살 거처, 남편, 자녀들, 시어머니, 직장, 네게 주신 지혜와 달란트를 진심으로 감사하고 주님께 영광을 돌리기를 바란다.

 

그리고 절대로 남편을 말로 변화시키려고 하지 말기를 바래. 정말 우리는 사람을 변화시킬 수 없다. 우리 자신이 먼저 하나님 앞에서 변화를 받는다면, 그분의 사랑으로 인해 그 후에야 가능한 일이며, 변화시키는 그 능력이 역사하게 된다.

 

주님은 너를 통해 남편에게 힘과 용기, 담대함과 자존감을 주기를 원하시므로 모든 문제를 주님께 진지하게 간구 드리면서 남편 그대로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낙심하지 않게 할 수 있기를 빈다. 확실한 것은 너는 이제 너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고 주님을 위해 있으며, 남편을 위해서 존재하고 남편은 또 너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먼저 가정에서 화목이 이루어져야만 남편도 밖에서 주의 일을 할 수 있고 자신감 있게 일할 수 있다. 지은아빠에게 너의 가정을 항상 내가 생각한다고 전해주고 주님께만 소망을 두라고 전해주기 바란다. 나는 2주 방학을 맞아 1주 동안 Earl선교사님이 계신 웨일즈의 Swansea에 와 있다. 주님의 사랑을 한없이 감사 찬양한다. - 축복을 빌면서 옥진 언니 씀 -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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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9/04 [23:48]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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