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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12.09 [21:55]
평생 글쟁이…아직도 여전히 인생 초년생
<림삼 칼럼> 널리 공유 ‘언론의 무한기능’
 
림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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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림삼 칼럼니스트

 

 

누가 뭐래도 바로 책 읽기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이 세월무상을 넌지시 은유하며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슬며시 우리네 곁으로 다가섰던 가을은 어느새 다시 슬그머니 꼬리를 보여주고 섰다. 늘상 느끼는 바이지만 가을이라는 녀석, 참 매정하기도 하다.

 

한껏 감성 스물거리게 하고, 뭇 사람들을 시인 가객으로 만들어놓고는 언제 그러했냐는 듯 뒤돌아서서 총총 걸음 떼는 모양새가, 마치 요사스런 미소만 흔적으로 둔 채 꿈결 인 양 스러진 첫 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애써 주운 곱다운 단풍잎 몇 개 책갈피에 채곡이 모셔놓은 것으로 짧은 계절을 갈무리할 밖에.

 

가을을 향해 갖가지 제목들을 붙이면서 나름 절기의 유별남을 표현하고자 하는데, 그 중에서도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어휘는 바로 등화가친(燈火可親)’이다. ‘등불을 가까이할 만하다는 뜻으로, 서늘한 가을밤은 등불을 가까이 하여 글 읽기에 좋음을 이르는 말이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예컨대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을 제대로 드러내는 사자성어일 것이다. 헌데, 필자는 이 오래된 진실을 수긍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일말의 유감이 있음을 고백한다.

 

이제 무서리 산야에 지천으로 널리고, 소슬바람 옷깃에 스며들기 시작하니 머지않아, 불과 며칠 낮밤 지내면 동장군 기세 무쌍한 호령 등에 업고, 이내 한파 몰아치는 겨울 절기 세차게 몰아닥칠 게다.

 

인과의 시계추처럼 거리의 행인 줄어들 테고, 웬만해서는 칼바람 부는 바깥 활동보다는 따스한 온기 감도는 실내의 일상을 사랑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면 또 자연스럽게 등화가친의 시간이 여타 절기 보다는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등불을 가까이 하고 앉아서 할 수 있는 많은 일 중에서 으뜸이라고 꼽을 수 있는 건 누가 뭐래도 바로 책 읽기.

 

그런 식으로 생각의 궤를 이어가보면 정녕 독서를 하기에 적당한 계절은 가을이 아니라 겨울이라는 당연한 결론이 도출된다. 그러니 할 수 있다면 앞으로는, 정작 이제부터가, 철이 바뀌어지는 이즈막이야 말로 본격적인 독서의 계절이 시작된다는 것으로 공감대 함께 얹기에 주저치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너무도 바쁘게 허덕이며 현대를 살아가면서 책 한 권 제대로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 게 또 당면한 현실이다.

 

큰 맘 먹어 책 한 권 읽어보자 작심하고 구입한 책조차 처음 몇 쪽 건성으로 넘기다가 피곤과 짜증에 뒷전으로 밀려나, 하릴없이 다음을 기약하며 책꽂이에 던져지곤 먼지만 쌓여가기 일쑤다. 전문서적이나 긴 분량의 대하소설도 아닐진대 그저 얇은 에세이마저도 친하게 지내기란 여간 어렵지 않은 노릇이다. 이런 판국에 등화가친이 무슨 생뚱맞은 발상이며, 무에 건질 것 있다고 군소리 하느냐 종주먹 들이대도 시종 반박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필자는 말하고 싶다. 글은 책 속에만 있는 게 아니다. 글은 각종 종이에 인쇄되어 있어서 우리의 일상을 대변한다. 그러니 그냥 무엇이든 생활에서 만나는 활자를 눈여겨보는 버릇부터 들이는 게 우선이다.

 

신문, 잡지, 전단지, 안내장, 명함, 각종 제안서나 버려지는 서류까지도 다 따지고 보면 읽을거리다. 인터넷 상의 메일이나 포털의 정보들, 유튜브와 SNS의 무궁무진한 지식들, 주고받는 카톡이나 메시지의 사연들, 헤아리기 힘들만큼 넘쳐나는 이 모든 것이 우리의 호감을 유도하는 매개체다.

 

좋던 싫던 현대를 살아가려면 항상 지근거리에서 삶을 조율하는 이들을 외면할 수 없는 게 작금의 상황이니 만큼, 기왕지사 곁에 있는 이네들을 친구로 삼되 아주 가까운 친구로 만들어내는 게 선결 과제이다.

 

그렇게 눈으로 보면서 머리로 인지하는 습관이 자라나면, 한 줄의 글을 읽을 때 자동적으로 가슴에 입력시키는 계기가 되어지고, 한 쪽 분량의 긴 글을 마주해도 거부감이 없도록 조율할 것이며, 한 권의 책을 대하면서도 주저 없이 도전하는 독서의 매니아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어질 것이다.

 

필자는 참 많은 책을 읽는 부류에 속한다. 물론 직업상 글을 쓰고 강연과 상담을 주업으로 살아온 삶이었으니, 보통 사람들에 비해서는 책을 접하고 곁에 둘 기회가 그만큼 많았기에, 그저 밥 먹듯이 큰 의미도 두지 않은 독서를 일삼았다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어려서부터도 남달리 책 읽기를 즐겨했었던 기억이다. 아마도 그런 습관이 운명이 되어져 평생 글쟁이로 살아내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지도자나, 경제적으로 우뚝 솟는 거부가 되겠다는 꿈이 없어서였을까, 그냥 그저 그런 글 속에 파묻힌 주제밖에는 못되었으니 천생 팔자소관인 셈이다.

 

 

 

언론과 인연매번 새로울 뿐이다.

 

필자가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칼럼니스트나 오피니언으로 생활한지도 꽤나 여러 해가 지났다. 젊었을 적에도 이따금 지면을 통해 시와 에세이를 발표하거나 게재한 적도 더러 있었고, 몇 권의 시집을 출판하거나 동인지 활동을 하면서 독자들과의 교감을 형성해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전적으로 칼럼을 기고하여 특정한 코너에 연재하기 시작한지는 얼추 10년이 되어간다. 소중한 인연으로 맺어진 만남에서 처음에는 별 부담 없이 시작하였던 이 일이 지금에 와서는 마치 평생 숙명인 양 필자를 가두고 있다.

 

매 주 변함없이 초대시시작노트를 연재하는 해피우먼을 비롯하여 투데이전남, 격주로 소개되고 있는 서울일보초대시시의 창코너, 그리고 간간이 일요주간림삼의 살며 사랑하며시리즈를 위시하여 다른 매체들에도 시와 에세이나 칼럼 등을 실으면서 필자가 느끼는 소회의 화두는 단연 배우고 익힘이다.

 

그동안 한 주도 쉬지 않고, 때로는 한 주에 두 세편의 글들을 작성하면서 필자는 간혹 영혼의 목마름에 시달린 적이 있다. 짬짬이 여행을 하기도 하며, 다른 취미 활동을 통해 견문 지식을 넓히고 익히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무엇보다도 필자를 살지게 만든 양식은 바로 독서였다.

 

그리고 그 부단한 독서의 행로는 언제나 배신하지 않고 필자에게 배우고 익힘의 은덕을 베풀어주었다. 엄청난 지식의 바다를 항해하면서, 필자가 이제껏 갈급함 속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요인은, 그 속에 담겨있는 각종 지식의 탐구와 섭취였다.

 

그리고 거기서 체득한 양식들이 반죽되어 필자의 어줍잖은 글로 재탄생 되어졌다. 때로는 스스로 자책하며, 더러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혹은 눈물 흘려 절규하면서 그렇게 필자는 성장했다. 그리고는 그렇게 얻은 혜택을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어 이제도 글을 쓰고 있다.

 

혹자는 필자의 글을 보며 이리 말한다. “당신의 시는 너무 어려워서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당신의 글은 너무 길어서 읽기가 지루할 지경이다라고. “바쁜 시간인데 그렇게 긴 글을 읽으려면 얼마나 오래 걸리겠느냐. 그럴 때 필자는 웃으면서 이리 말한다.

 

시를 어렵게 쓰는 이유는 후닥닥 읽어버리고 지나칠까봐, 두 번 세 번 읽으면서 음미해보라고 그렇게 쓰는 거다라고. 그리고 긴 글을 읽기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문제라면, 그 긴 글을 쓸 때는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렸겠는가 생각해보라.

 

허기사 필자가 생각하기에도 어떤 건 참으로 길다. 짧은 글은 A4 용지에 10호 활자 기준으로 두 쪽하고 반 가량 작성하면 그 분량이 맞춰진다. 그건 인쇄를 목적으로 할 경우의 지면용이고, 분량에 제한이 없는 인터넷신문에는 같은 규격으로 다섯 쪽 이상, 심지어는 거의 열 쪽에 달한 경우도 있었다.

 

아마도 그걸 읽으려면 대충 훑어도 족히 10여분 이상은 소요될 거다. 그렇다 해도, 일부러 시간을 쪼개 책을 읽기 용이치 않은 일상에서 한 주에 한 번이라도 10여분 짬을 내어 잠시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라는 것이 어찌 탓할 일일까?

 

필자의 글에 사상은 없다. 이념이 없고 편 가르기가 없다. 다만 서로 사랑하고 세상에 향기를 발하라는 제언이 있을 뿐이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좀 더 사람스럽게, 사람답게 살아가라는 권면이 있을 뿐이다.

 

어떤 거부감도 선입견도, 그리고 잘 난 사람을 향한 아부도, 못난 사람을 대하는 업신여김도 없다. 더불어 화목하고 어울려 행복하라는 축원만 있다. 그래서 필자는 지인들에게 필자의 글을 자신있게 추천한다. 글의 수준을 평가하지 말고, 글 속에 담긴 성의는 헤아려달라고.

 

필자의 새벽 등산은 평생의 일과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거르지 않고 새벽잠에서 깨어나면 주섬주섬 뒷산을 오른다. 여명 채 밝지 않은 오르막길에서는 밤 지새운 밤새가 곤한 목소리로 아는 체를 한다.

 

햇발이 희망의 송곳처럼 숲 틈새 비집는 내리막길에서는 어느새 역할 바꾼 텃새들이 밝고 청아한 울음 울어 발길 반긴다. 자주 얼굴 대하다보니 제 깐에는 무척이나 고까운지 어떤 녀석들은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치지 않고 되레 빤히 쳐다본다. 필자의 덕담에 고개 주억이며, 함께 밭은 호흡 머금어 어깨겯고 아침 시작하는 폼새가 제법 정겹고도 훈훈타.

 

오늘도 영락없이, 다시 시작하는 아침 등산길에는 겨울 알리려 첫 선 보인 철새가, 예의 그 안면 두꺼운 친구 텃새 따라 필자의 곁으로 날아오더니 망설임 없이 내려앉는다. 그리고 지근의 귓전에서 소리한다.

 

지난 밤 늦게까지 씨름하던 엄청 두꺼운 책으로 인해 무거워진 머리일랑은 너끈히 비워버리고 대신, 이 노래 벗 삼아 상큼한 소재로, 빛나는 어휘로, 어여쁜 시 한 편 빚어보라고, 심금을 울릴 글 한 수 지어보라고. 그래서 온 누리에 퍼어져가는 햇살인 양 모두의 마음에 은은한 소망 씨뿌림 하라고...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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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1/11 [23:39]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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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둘레햄 19/11/13 [07:54] 수정 삭제  
  지난 밤 늦게까지 씨름하던 엄청 두꺼운 책으로 인해 무거워진 머리일랑은 너끈히 비워버리고 대신, 이 노래 벗 삼아 상큼한 소재로, 빛나는 어휘로, 어여쁜 시 한 편 빚어보라고, 심금을 울릴 글 한 수 지어보라고.
반곡동 19/12/03 [22:20] 수정 삭제  
  햇발이 희망의 송곳처럼 숲 틈새 비집는 내리막길에서는 어느새 역할 바꾼 텃새들이 밝고 청아한 울음 울어 발길 반긴다. 자주 얼굴 대하다보니 제 깐에는 무척이나 고까운지 어떤 녀석들은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치지 않고 되레 빤히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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