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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12.09 [20:55]
“자아성찰…스스로를 발전시켜가고 있어”
<양은진 칼럼> ‘나는 늘 젖고 있다’
 
양은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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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다.

    

▲ 양은진 칼럼니스트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다. 천천히 눈에 띄지 않게 진행되어 무언가 이루어지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언젠가 읽은 동화책이 생각난다. 하루 종일 운이 없어서 피곤했던 하루의 진실을 담은 내용이었다.

 

들판을 서성거리다 누군가 파놓은 굴속에 쏙 빠졌고, 막다른 길에서 내달리다 가시밭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발바닥에 가시가 박혔으며 간 떨어질 뻔하게 삵을 만나 잡아먹힐 뻔했다. 하지만 그 운이 없던 매 순간이 매에게 채일 뻔 했던 순간 들쥐를 구해낸 것이었는데 3번이나 천적이나 우연히 피한 그날이 가장 운이 없는 날이었던 것이다.

 

물론 일상에도 작동하는 옷 적시는 가랑비가 있다. 아파트 재활용장을 본거지로 삼고 있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다.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이들은 길고양이들의 캣맘을 자처하기도 한다던데, 어릴 적 키우던 나비가 책장 뒤로 들어가서 불러내던 차에 우연히 보게 된 주황빛 뿜는 눈동자를 본 후로 내게 고양이는 그 후로 쭉 무서운 존재가 되었다.

 

날씨가 추워지자 이제 막 시동을 꺼서 따뜻한 차 밑에서 웅크리고 있던 얼룩이와 덜룩이들이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차 근처에서 먼발치에서 발을 쿵쿵거리거나 흠흠 인기척을 내어 천천히 다가가고 어두워지면 어디서 나타날지 몰라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갈 때 아들을 대동해야해서 불편했는데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몇 년 전만해도 아파트 안에 쥐가 돌아다녔으나 근처에 사는 몇 마리의 고양이 덕인지 쥐가 안 보여서 나아졌다는 이웃어른의 말씀을 듣게 되었다. 고양이가 아닌 쥐가 내 앞을 쪼르륵 지나간다면 그야말로 기함할 노릇.

 

우리가 모르는 사이 일상 곳곳에서 보이지 않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작동하는 모든 자연의 섭리가 그렇게 가랑비에 옷 젖듯 진행되는지 모른다.

 

▲ 미물일지라도 모든 존재에 이유가 있다는 얘기도, 곡식을 쪼아 먹는 참새를 집중적으로 잡았더니 종국에는 곤충에게 더 많은 수확량을 뺏기게 되었다는 어느 나라 이야기도 생각난다   

 

미물일지라도 이유있는 존재

 

미물일지라도 모든 존재에 이유가 있다는 얘기도, 곡식을 쪼아 먹는 참새를 집중적으로 잡았더니 종국에는 곤충에게 더 많은 수확량을 뺏기게 되었다는 어느 나라 이야기도 생각난다. 큰 나무의 가지를 흔드는 것은 보이지 않는 바람인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함을 잠시 잊고 있었다.

 

얼마 전 내 글의 영향력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되었다. 스타 작가가 아니고 문단에 새바람을 일으킨 주역도 아닌 만큼, 담담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아름다운 시어에 실어 표현하는 나만의

치유방법에 대해 주변인의 반응에 대한 질문을 받으니 난감했다.

 

하지만 그 질문을 화두처럼 한 달 간 짊어지고 다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이제야 낼 수 있다.

 

내가 쓰는 글이 내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지나치게 개인적이고 솔직하여 어쩌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소 불편하게 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그런 글을 쓰는 것은, 진심을 담은 글을 쓰고 싶은데,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글속에 통찰력이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경지에 이르지 못한 탓일 것이다. 글의 융통성과 허용에도 불구하고 솔직해야 한다는 도덕적 교육에 물든 디지털 세대로 옮겨가는 걸쳐진 세대의 괜한 고집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

 

어린 시절 일기를 쓰고 학창시절 다이어리를 정리하는 것처럼 그렇게 중년 아줌마의 하루 그리고 주변을 정리하는 방식이라도 해둔다.

 

일필휘지의 멋진 글로 떠들썩하게 트렌드를 끌어가는 인기작가의 호들갑이 아니라 조용히 자기 방식대로의 글을 쓰며 천천히 꾸준히 걷고 있는 작가들에 의해 문단이 조금씩 발전해가고 있듯이 세상도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걷는 사람들에 의해 보이지 않게 그렇게 진행해가고 있듯이 나 역시 눈에 보이는 반응 없는 조용한 글을 자아성찰하며 써가면서 스스로를 발전시켜가고 있는 것이다.

 


원본 기사 보기: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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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1/13 [03:25]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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