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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0.01.27 [14:50]
“은빛바다 새하얀 자태…불모의 섬에”
(POET VIEW) 林 森 '억새밭 정취'
 
림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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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밭 정취

 

 

 

 

  

 林  森

 

  

가을 가는 소리,

은빛바다 새하얀 자태,

심층 도사린 예사롭잖은 파문,

쓸쓸해서

 

쓸쓸해서

더는 참을 수 없던 생애,

 

찡한 눈망울로 가슴 데우며 다가선 눈물

가을 적시면서 네 체온 느끼려할 때

그렇게 폐허의 이름으로 찾아온

내 가을의 사랑

불모의 섬에 결별 고하고-

 

모두로부터 떠남이

가장 아름다울 수 있다는 외롬에 젖어

아득히 넘나드는

운명의 궁극 사랑타가

평생 갈고 닦은 끼 엎어지는 지금,

 

나 이젠 무엇으로 살까?

 

완전 행복의 끝 바라예며

홀로이 선 억새밭엔

바람만 바람만

불어대고 있구나,

너는 가고 없거늘...

 

  

 

 詩作 note

 

림삼 제 9시집돼지 껍데기에 수록되어 있는 시다. 가을이 저무는 환절의 쓸쓸함을, 억새밭을 바라보다가 문득 강렬하게 느끼면서 썼던 시다. 해마다 반복되는 사계절의 윤회인데, 색 다를 것도 없고, 그저 매일 반복되는 하룻날들의 흐름일 뿐인데, 다 알면서도 어째서 늘상 이 맘 때만 되면 더없이 쓸쓸하고, 삶의 고독병을 한결 심하게 앓아야 하는 걸까? 내남 할 것 없이, 가을이 저무는 자연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상은 대동소이하다. 속히 왔다가 금세 가버리는 가을이 마치 삶의 단면 한 자락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여, 그리 느끼게 되는 걸 게다.

 

그러다가도 소슬바람 세차게 불기 시작하면 옷깃 여미며 따스한 불가를 찾게 되고, 더 지나서 엄동설한에도 거리를 쏘다니며 감성에 젖는 사람은 전혀 없다. 그 때는 그저 서로 보듬고 정담 나누기에도 바쁜 시간일 테니 말이다. 그렇게 겨울 한 철 견디다 보면 다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돌아올 테고, 새 봄에는 누구나 삶의 아련함을 느끼며 추억에 젖기 보다는, 생동과 활력의 노래로 솟아나는 새 생명을 축하하느라고 분주할 거야 뻔한 이치다. 그게 언제나 되돌이표로 거듭나는 우리 일상의 얼굴인 것이다.

 

그러니 이따금 이렇게 좀 센치해지고, 가끔 눈물겨운 추억으로 방황도 좀 하고 하는 낭만의 일탈은 가을, 그것도 지금처럼 낙엽 지고, 억새밭에 바람 소리 요란한 늦가을에, 햇살바라기로 스산함 녹이기에 십상인 초겨울에 누릴 수 있는 호사라 여기면서 조금쯤은 슬프게, 눈물겹게 하루를 살아보는 것도 그리 나쁜 건 아닐지 모른다. 그래야 가을 한 철 제대로 살다 보냈다는 위로라도 서로 나눌 수 있을 것 아닌가?

 

어차피 아웅다웅 하면서 저 잘 났다고 큰 소리치는 인간의 힘이라는 게 사실은 보잘 것도 없고, 대자연의 거력 앞에서야 허망하기 짝이 없는 허접쓰레기에 불과하거늘, 그저 세월의 순리 앞에, 자연의 호흡 앞에 서서라면 겸손하고 진솔한 모습 되어, 주어진 삶에 충실하고자 노력할 일이다. 한 평생 살아봤지 겨우 100년도 안 되는 세월의 편린일 뿐이니, 긴 긴 세월 흐르는데 영원이라는 의미를 깨닫는다면, 지금 주어진 오늘이라는 시간이 과연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사랑 추구의 시간인가는 지극히 자명한 결론인 것이다.

 

중세 런던은 도시화 되면서 2층 이상의 건물이 밀집했는데, 높은 층에 사는 사람들은 요강에 담긴 분뇨를 창문 밖으로 내버리곤 했다. 분뇨를 투척하는 행위로 인해 유럽의 도시는 불결하기 이를 데 없었다. 똥과 오줌이 거리에 범람하면서 사람들은 외출할 때 분뇨가 옷자락에 묻지 않도록 굽이 높은 신발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 하이힐도 탄생된 것이다. 그러다가 1596년에 마침내 영국에서 수세식 변기가 발명되었다.

 

이는 분뇨의 투척에 따른 위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만약 중세 시대에 더러운 분뇨를 집 밖으로 버리지 않았다면 반대로 집 안이 더러워졌을 것이다. 신사의 나라에서 수세식 변기를 통해 교양 있게 분뇨를 버릴 수 있게 되었던 것은 인류 문명의 발전상이었다. 사실 그 화려했던 베르사유 궁전에서도 분뇨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으니 말이다. 인류 역사에서 함께 공존하기 위해 끝없이 투쟁했던 사례들은 이처럼 문명의 발전을 통해 빛을 발해왔다.

 

미국 캘리포니아 세콰이어 국립공원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인 빅트리가 있다. 키가 평균 80내지는 100미터에 달하고 나무 둘레도 평균 32미터가 넘는다. 지름의 경우 무려 10미터에 이르는 나무들이 부지기수다. 그런데 이렇게 엄청난 나무의 뿌리가 2미터 깊이를 내려가지 못한다는 사실에 기겁을 하게 된다. 그러니 이 커다란 나무들이 어떻게 넘어지지 않고 존재할 수 있는 지 궁금했다. 그런데 이유는 군락을 이루어 자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나무들은 결코 혼자 서 있을 수 없다. 무리를 지어 자라면서 나무 뿌리들이 뒤엉키기 때문에 거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이다. 인간은 무리를 지어 살면서 이를 공고히 하기 위한 수단으로 문명을 발전시켰다. 서로 뭉치지 않으면 약자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던 것이고, 뭉치면 뭉칠수록 문명도 크게 부흥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문명은 인간과 자연을 격리시키는 역효과도 가져왔다.

 

자연의 위대함보다 인간의 위대함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를테면 청결에 대한 결벽증도 그러한 부작용 중 하나이다. 그래서 오늘날 도시는 너무너무 깨끗해 보인다. 결벽증이 심한 나머지 바이러스 감염에까지 신경을 쓰게 된 인간들이다. 과거 살모렐라균이 창궐했을 때 일부 국가에서는 달걀을 깨끗하게 세척한 후 냉장고에 넣어 판매하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세척한 달걀은 껍질을 보호하는 층이 사라져서 더 외부 바이러스 침투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그들은 깨닫지 못했다. 자기들이 자연의 섭리 위에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시력이 더 좋다고 한다. 또 알레르기나 습진, 천식도 더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햇빛을 얼마나 많이 쬐느냐와 연관이 있다. 햇빛을 덜 받는 지역에 사는 아이들일수록 음식 알레르기뿐 아니라 아토피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는 우리가 꺼리는 자외선이 나름 유용하다는 사실을 얘기하고 있다. 청결을 강요당하는 도시 아이들이 약할 수밖에 없는 것은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외선 때문에 비타민 D의 합성도 가능한 것인데, 노화를 촉진시킨다고만 생각해서 특히 여성들은 햇빛 노출을 꺼리고 있다. 결국 그 반작용에 시달리게 된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자연을 인간이 등한시 여기는 것 같아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이다. 자연의 위대함을 깨닫지 못한다면 반드시 그것으로 인한 반작용과 후유증을 앓게 된다. 문명이 얻은 발명과 발견도 중요하지만, 문명과 자연의 조화를 통해 인간이란 종족의 보존을 생각해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자연과 함께 공존해야만 답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새가 나무 가지에 잠시 앉았다가 날아간 다음 그 나무 가지는 한동안 흔들리며 날아간 새를 기억하는 것 같이 보인다. 이와 같이 저마다 지나간 자리에는 남기고 간 흔적들이 남게 된다. 세월이 지나간 자리에는 제행무상을 남기고, 봄이 지나간 자리에는 새로운 열매가 맺기 시작하고, 가을이 지나간 자리엔 알차고 풍성한 열매가, 그 후엔 낙엽과 추억이 남게 된다. 또 역사가 지나간 자리에는 인물과 유적이 남아서, 업적을 남긴 사람은 위안으로 남고, 부정한 일을 한 사람은 악인으로 남게 되듯이, 이렇듯 인간이 지나간 자리에도 분명한 자취가 남게 마련이다.

 

우리는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과연 어떤 모습으로, 어떤 흔적을 남기고, 그 자리를 떠나려 하는 걸까? 우리가 가지고 떠날 것은 많은 재산도 아니요, 빈 손도 아니요, 이승에서 내가 지은 죄와 복의 단 두 자만 가지고 가나니, 많은 재산을 자손에게 물려주는 것 보다 거룩하고 훌륭한 흔적을 자손들에게 물려주고 떠나는 아름다운 인간이 되기를 원해야 할 것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에서의 흔적은 무엇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 본다.

 

기억, 서로에게 기억이라는 흔적으로 남게 되는 것 같다. 과연 우리는 우리가 만난 사람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겨질 사람들일까? 아쉬움으로 남겨지는, 그리움으로 남겨지는, 그런 사람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떠나고 난 빈 자리가 느껴지는 사람, 아름다움으로 기억이 되어지는 사람, 남겨진 삶의 모습이 어느 싯점에서 볼 때 잘 살았노라 돌이켜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삶들로 장식되었으면 좋겠다.

 

두 천사가 여행을 하던 도중, 어느 부잣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거만한 부잣집 사람들은 저택에 있는 수많은 객실 대신 차가운 지하실의 비좁은 공간을 내주었다. 딱딱한 마룻바닥에 누워 잠자리에 들 무렵, 늙은 천사가 벽에 구멍이 난 것을 발견하고는 그 구멍을 메워주었다. 젊은 천사는 의아했다. “아니, 우리에게 이렇게 대우하는 자들에게 그런 선의를 베풀 필요가 있습니까?” 그러자 늙은 천사는 대답했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네.”

 

그 다음날 밤 두 천사는 아주 가난한 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농부인 그 집의 남편과 아내는 그들을 아주 따뜻이 맞아 주었다. 자신들이 먹기에도 부족한 음식을 함께 나누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침대를 내주어 두 천사가 편히 잠잘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날이 밝았다. 그런데 농부 내외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유는 그들이 우유를 짜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유일한 소득원인, 하나밖에 없는 암소가 들판에 죽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젊은 천사가 화가 나서 늙은 천사에게 따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내버려둘 수 있습니까? 부잣집 사람들은 모든 걸 가졌는데도 도와주었으면서, 궁핍한 살림에도 자신들이 가진 전부를 나누려 했던 이들의 귀중한 암소를 어떻게 죽게 놔둘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러자 늙은 천사가 대답했다. “우리가 부잣집 저택 지하실에서 잘 때, 난 벽 속에 금덩이가 있는 것을 발견했지. 나는 벽에 난 구멍을 봉해서 그가 금을 찾지 못하게 한 것일세. 어젯밤 우리가 농부의 침대에서 잘 때는 죽음의 천사가 그의 아내를 데려 가려고 왔었네. 그래서 대신 암소를 데려가라고 했지.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네.”

 

살다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언제나 보이지 않는 행복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유난히 고운 미소와 아름다운 말 한 마디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미소 안에 담긴 마음은 배려와 사랑이다.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는 자신을 아름답게 하며 누군가를 기쁘게 한다. 댓가 없이 짓는 미소는 자신의 영혼을 향기롭게 하고 타인의 마음을 행복하게 한다. 나를 표현하는 말은 나의 내면의 향기다.

 

칭찬과 용기를 주는 말 한 마디에 어떤 이의 인생은 빛나는 햇살이 된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말 한 마디는 우리의 사소한 일상을 윤택하게 하고, 사람 사이에 막힌 담을 허물어준다. 실의에 빠진 이에게 격려의 말 한 마디, 슬픔에 잠긴 이에게 용기의 말 한 마디, 아픈 이에게 사랑의 말 한 마디, 그렇게 한 마디를 건네 보자. 자기 자신이 오히려 행복해진다. 화사한 햇살 같은 고운 미소와 진심 어린 아름다운 말 한 마디는 내 삶을 빛나게 하는 보석이다.

 

나의 아름다운 날들 속에 영원히 미소 짓는 자신이고 싶다면, 더불어 사는 인생길에 언제나 힘이 되는 말 한 마디 건네주는 나 라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렇다고 말로만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다. 가장 깊은 사랑과 관심은 말이 아닌 포옹으로 이루어진다. ‘허그 테라피(Hug Theraphy)’, 그냥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만으로 아픈 곳을 치료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그저 따뜻한 포옹을 받는 것만으로 충분히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에 아픈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아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환자들이 아픈 곳은 몸이지만 치료의 근원지는 마음에 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마음의 의사가 될 수 있다. 아픈 사람에게 다가가 따뜻한 눈빛과 체온을 나누자. 그리고 느껴보자. 그의 심장이 당신의 심장에서 뛰고 있음을. 작고 여린 새처럼 당신 품 안에 안긴 그의 숨결을. 무슨 위로의 말을 해주느냐는 그리 중요치 않다. 그저 따뜻하게 꼭 끌어 안아주자. 그리고 느껴보면 되는 것이다.

 

내가 안았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안긴 것처럼 더없이 평안하고 따뜻함을. 사랑과 관심은 부메랑과 같아서 베풀면 반드시 되돌아온다는 것을. 우리 모두 살아야만 하는 그 근사한 이유를. 이 어찌 멋진 삶의 향기가 아니고, 어찌 아름다운 행복의 표현이 아니겠는가? 인도의 시성 타고르는 자기관리에 엄격했다. 그는 깊은 명상을 통해 예지로 빛나는 시를 썼다. 그에게는 따르던 다섯 명의 제자가 있었다.

 

어느 날 제자들이 그에게 어떤 사람이 인생의 승리자입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자기를 이기는 사람이다.” 그러자 한 제자가 다시 자기를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타고르는 다섯 명의 제자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주시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가 제자들에게 한 가지씩 질문했다. “첫째, 오늘 어떻게 지냈는가?” “둘째, 오늘 어디에 갔었는가?” “셋째, 오늘 어떤 사람을 만났는가?” “넷째, 오늘 무엇을 하였는가?” “다섯째, 오늘 무엇을 잊어버렸는가?”

 

그런 후 타고르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자신에게 매일 이 다섯 가지를 질문하라. 이것이 자기를 이기게 하고, 인생을 살리게 하는 질문이다.” 매일 하루를 마감할 때에 잠깐씩이라도 자신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지자.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자.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미처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을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게 해주고,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소중한 계기를 만들어준다. 편안한 휴식을 기대하는 마음도 즐겁겠지만, 나는 과연 어찌 살았나 잠시 시간을 내서 자신의 하루를 점검해 보는 것도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이 눈으로만 사람을 보지 않고 마음으로 사람을 볼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겉 모습에 의존하지 않고 혜안으로 사람을 느낄 수 있다면, 가슴으로 사람을 지킬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아름다움이 사라지거나 상대방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소멸되거나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무한 세월이 흐른다 해도, 상대방이 곁에 없어도, 변질되지는 않겠다는 건 지극히 당연한 섭리다.

 

무지개 같은 환상의 아름다움과, 노을 빛의 숭고함이 깃든 세월의 한 자락에서 꿈의 빛깔을 볼 때면, 순간적인 시력에 의존함이 아닌 영혼의 깊은 울림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비탈진 세월의 양지에서도, 그리고 그 세월의 언덕 후미진 음지에서도, 피어나는 서로 다른 아름다움은 자란다는 걸 알게 되는 날들 속에서, 우리가 간혹 역류하는 숱한 감정들을 어떻게 다스리며 살아가야 할까?

 

산다는 것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창조하는 일이며, 행복하기 위한 가파르고 힘든 고개 길을 넘어가는, 만족을 향한 길이 아닐까? 작은 것에서 오는 마음으로 느끼는, 비워진 마음으로 헤아리는, 그러한 아름다움이 있기에 늘 행복하게 느끼며 살아내는 건 아닐까? 아주 작은 것에서 잔잔한 기쁨이나 고마움을 누릴 때 마음 안에서 향기처럼 피어나는 행복이 진정 삶의 질이 달라지는 행복이 아닌가 생각한다. 행복의 미소가 온 누리에 울려 퍼지는 작은 기적들이 곳곳에서 일어난다면 참 좋을 것이다.

 

미소는 돈이 들지 않지만, 많은 것을 이루어낸다. 받는 사람의 마음을 풍족하게 하지만, 주는 사람의 마음을 가난하게 하지 않는다. 미소는 번개처럼 짧은 순간에 일어나지만, 그 기억은 영원히 지속되기도 한다. 미소 없이 살아갈 수 있을 만큼 부자인 사람도 없고, 미소의 혜택을 즐기지 못할 만큼 가난한 사람도 없다. 미소는 가정에서 행복을 꽃피우게 하고, 직장에서 호의를 베풀게 하며, 친구 사이에는 우정의 징표가 된다. 지친 사람에게는 안식이고, 낙담한 사람에게는 희망의 빛이다.

 

세상 어려움을 풀어주는 자연의 묘약이다. 하지만 미소는 돈으로 살 수도 없고, 강요할 수도 없으며, 훔칠 수도 없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모두 함께 더불어 산다는 마음과, 더불어 가는 마음이면 좋겠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나 자신을 돌아보고, 진정 타인의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상처주는 말로 다치게 하기 보다는, 다정한 조언의 말로 다독이면서 힘을 북돋아주는 그런 마음이면 좋겠다.

 

우리들은 글을 통해 많은 지식을 쌓고 있고, 그 지식을 쌓은 만큼 베푸는 방법도 알고 있다. 상대를 헐뜯고 경멸하기 보다는, 그의 자리에 빛을 주고 기도해주는 마음이 더 소중하며, 의심하기 보다는, 믿어주고 상대의 상황을 이해해주는 그런 마음들이면 좋겠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변화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하늘도 변화가 있고, 계절도 변화가 있듯이 우리 삶도 희망의 변화가 있기에, 변화의 아름다움을 품어내는 우리들의 마음들이면 좋겠다.

 

억새밭에 진득하게 묻어 있는 가을의 정취가 오늘은 더욱 애잔한 사연으로 마음에 파고 든다. 아마도 정말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의 체취가, 남겨진 모든 기운을 한껏 담고 있기 때문인가 보다. 이젠 정녕 올 가을과 헤어져야 할 때다. 석별의 정을 모두어 담고 늦가을의 쪽 햇살이, 초겨울의 한 뼘 햇살이 양지쪽으로 살그머니 내려앉는다. 가을 내내 꾸었던 꿈을 거기 오롯이 모아 쥐고. 그리고는 이내 마지막 숨을 몰아쉰다. 억새가 바람에 흔들린다. 가을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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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2/04 [19:15]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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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둘레햄 19/12/04 [20:25] 수정 삭제  
  억새밭에 진득하게 묻어 있는 가을의 정취가 오늘은 더욱 애잔한 사연으로 마음에 파고 든다. 아마도 정말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의 체취가, 남겨진 모든 기운을 한껏 담고 있기 때문인가 보다. 이젠 정녕 올 가을과 헤어져야 할 때다.
홀로코스트 19/12/05 [21:22] 수정 삭제  
  석별의 정을 모두어 담고 늦가을의 쪽 햇살이, 초겨울의 한 뼘 햇살이 양지쪽으로 살그머니 내려앉는다. 가을 내내 꾸었던 꿈을 거기 오롯이 모아 쥐고. 그리고는 이내 마지막 숨을 몰아쉰다. 억새가 바람에 흔들린다. 가을이 진다.
청산 19/12/07 [14:59] 수정 삭제  
  가을을 보내면서 멋진 글에 공감합니다.
반곡동 19/12/17 [17:31] 수정 삭제  
  세상 어려움을 풀어주는 자연의 묘약이다. 하지만 미소는 돈으로 살 수도 없고, 강요할 수도 없으며, 훔칠 수도 없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모두 함께 더불어 산다는 마음과, 더불어 가는 마음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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