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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0.02.26 [10:48]
“강제적 자유…비자발적 해방감”
<이춘명 칼럼> ‘내 인생에서의 30일’
 
이춘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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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 거부 반응 아름답지 않는 구속

 

▲  이춘명 칼럼니스트

흰마스크족으로 떨며 하루를 보내는 2월이다. 입춘이 지나고 꽃샘추위가 분명 겨울을 보내고 봄을 이끌고 있다. 내 인생에서 꼬박 한달 내내 내 동네 안에서 내 집 안에서 스스로 가두는 자가 격리 중이다. 사회적으로 이웃들의 거부 반응으로 아름답지 않는 구속이다.

 

미세먼지 방지 마스크 94번으로 안 되어 80번을 구입을 하려고 해도 품절이 되었다. 판매 사이트는 폭리 하고 있다. 주문 배달도 지연되고 있다. 손소독제 펌프는 중국 생산으로 중지되어 구할 수 없다. 약국마다 손 세정제. 알콜 소독제 소진이라고 문 앞에 써 놓고 들어와 묻지 말라 한다.

 

2월은 졸업식이 첫째 주, 둘째 주에 있다. 학부모 없이 각 교실에서 반별로 학생과 담임 지도하에 하겠다는 공지가 떴다. 교문에서 기다리는 학부모들은 꽃다발과 선물 세트를 들고 있다, 나오는 자녀를 데리고 늘 가던 상점을 지난다. 그날 먹어야 더 맛있는 자장면을 사먹지 않는다. 집으로 간다. 음식점 마다 빈 자리가 많아도 집에 가는 길이 눈에 낯설지 않다.

 

너도 나도 같은 모습이라 부럽거나 궁금해 하지 않는다. 다행히 34일 입학식과 개학식은 정해진 날에 시청각실에서 참관이 허락된다. 한 달을 기다리는 약속으로 이월을 보낸다. 휴교령이 없는 것만으로 무조건 감사의 인사를 해야 하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한두 명씩 병결로 비어있는 친구의 자리를 걱정스레 바라본다. 독감까지 유행이라 불안한 눈동자들로 바라본다.

 

주말 체험 학습 및 나들이, 모임 등을 전면 취소하고 토요일 오전에도 일요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 부모들은 집안에서 서투른 놀이로 아이들과 갇혀 있다. 사거리를 건너가면 겨울 숲이 있어도 마음 편히 가지 못한다. 놀이터에 가서 그네를 태워 주거나 자전거를 밀어 주지도 못하는 봄방학 중이다.

 

주말 체험 학습 및 나들이, 모임 등을 전면 취소하고 토요일 오전에도 일요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 부모들은 집안에서 서투른 놀이로 아이들과 갇혀 있다. pixabay.com


 

64년 생애아무도 만나지 않는 날

 

64년 살아오면서 하루 종일 아무도 만나지 않는 날은 처음이다. 매일 시간을 맞추며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환승하여 뛰어가던 모임을 하던 30명 이상의 장소는 무조건 2주간 하지 못한다. 무기한 연기 되고 잠정적 휴강이 된 곳도 다수이다. 막상 갈 곳이 한군데도 없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달력에 요일마다 가는 곳이 규칙적으로 블럭을 지어 그려지었지만 그림의 떡이다.

 

메모장에 시간대 별로 순서가 써있는 작은 글씨체의 나열이 빼곡이 적혀 있어 동선 따라 계획적인 하루를 보냈다. 갑자기 준비도 없이 혼자 빈 방에 나에게 다 맡겨진 이월은 내 인생에서 나와 벽과 문과 셋이 지내는 30일이다. 한 번도 푹 쉬어본 적도 없고 남겨져 있었던 적이 없어 막연하다.

 

사람을 만나면 안 되는 일로 변형되고 있다. 우연히 만나도 반갑다고 악수를 하지 못한다. 한번 먹자라는 말도 금물이 되는 이기적인 한 달 공백이다. 동네 밖을 나가지 않으려는 자발적 약속이 지나가는 버스나 안부조차 물어오지 않는 전화기를 무심히 감정 없이 쳐다보고 있다. 살고 있는 동네 이름을 말하기가 주저하게 되고 눈치를 보는 참 이상한 죄인으로 견디고 있다.

 

어떠한 수업이나 강의나 토론회가 전면 금지된 29일 밖에 없는 이월은 참 길다. 나의 24시간을내가 계획하고 운영하는 이 기간은 생전 처음 허용된 자발적인 가장 작은 자유의 공간이다. 아니다! 강제성 소리 없는 압박이다. 생소한 자가격리는 알아서 나오지 말라는 경고이다.

 

직장을 가고 학교를 간 가족이 없는 집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숨박꼭질이다. 내가 습관적으로 하던 일이 가장 익숙하고 평화롭다. 도서관이 휴관이라 다른 동네 서점도 갈 수 없는 양심의 결혼이 동네에서 비상 대기 중이다. 살고 있는 곳에 거주하여 가장 긴 이월을 접고있다. 사람을 만나지 않고 산다는 것이 답답하고 서글픈 일이라는 것을 가슴 아프게 한다.

 

스스로 갇혀서 가지 않는 것이 최소의 예의라고 정의 내리며 실천하고 있다. 나를 위로하고 소식이 끊긴 모든 목소리에 섭섭함을 덮는다. 서울 사대문 밖 북쪽 켠 한 동네가 매스컴으로 올려 지지 않는 대다수의 다른 동네 사람들에게 열외의 동네가 된다. 오지 않기를, 오지 말기를 무언으로 공격하는 선의의 선전 포고에 아무 대응 없이 다가가지 않는다.

 

그동안 참 많은 사람들을 매일 만나러 다녔다. 전화번호를 훝어보며 단체 메신저 창을 다시 읽으며 SNS 이야기에 다시 흠뻑 즐기며 1월까지의 분주한 웃음소리를 더듬어 본다. 소수에 의해 선량한 다수가 발이 묶여있는 억울한 이월에 반론을 하지 않는다.

 

겨울이 한 달 남은 달이다. 30일을 온통 내가 운전하고 채우며 살고 있다. 살아 있다. 건강하게 먹고 자고 있다. 멀쩡하게 움직이고 숨을 쉬고 있다. 나도 보통인이다. 같이 살 수 있는 사람이다. 평소 쓰지 않던 단어와 용어들로 명칭이 되어 보이지 않는 벽에 넘지 못하는 높이를 본다.

 

방독 마스크와 비닐장갑의 패션이 눈에 자주 보이는 이월이다. 새끼 손가락으로 문고리를 잡거나 물건을 주고받는 생소한 모습의 이월이다. 침으로 옮길 수 있다하여 왠만한 통증에도 치과에 가지 않는다. 몸살, 콧물 감기로 내과에 가지 않는다. 오해를 받거나 괜시리 병을 더 묻혀올까 쓸데없는 걱정으로 집에 있는 비상약이나 진통제로 버티는 일주일이 지나고 있다.

 

▲  pixabay.com   


 

편의점. 마트. 재래 시장도 미루고

 

편의점. 마트. 재래 시장도 미루고 있다. 반찬 차가와도 뛰어 나가지 않는다. 냉동실, 냉장고에들어있는 것들을 하나씩 꺼내 먹거리로 한다. 먹을 게 흔할 때 뭐가 들어 있는지 모르던 가득가득 꽉 찬 검정 봉지를 하나씩 풀면서 끼니를 떼우며 버티기는 아직도 유효하다.

 

외부와 접촉하지 않고 돌입한 기간이 하루하루 마이너스가 된다. 곧 문을 열 3월을 향한다. 사춘기 이후에 귀를 막던 클래식부터 트로트까지 가족들이 돌아온 시간 내내 나 홀로 시청자가 되고 관객이 된다. 나를 글쟁이로 책장 6칸 빼곡히 꽂혀있는 책들을 관심 없는 것이나 여러 번 읽던 책을 다시금 읽는다. 필사를 하며 감상담을 쓰면서 혼자 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재밋거리를 찾아 외부의 호기심에 대해 충동을 줄인다. 단절된 시간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 안에서 그동안 소홀하고 내버려뒀던 내 손 떼가 묻은 것들을 다시 내 손의 온기도 더듬어 본다.

 

가구도 다시 배치해 보고 솜씨 없는 음식을 이것저것 만들며 내가 여자였구나 하는 느낌도 가져 본다. 습작하며 섞어 놓았던 공책과 보내준 책을 제대로 꼼꼼히 읽어보지 않았던 것도 첫 장부터 성실한 구독자가 된다. 24시간이 짧다고 바쁘다 투덜대던 나를 유심히 귀 기울여본다.

 

자연의 바람 없이 이사 다닐 때마다 같이 커가고 있는 카라 꽃과 행운목 화분을 정답게 본다. 천천히 물을 주면서 7년 동안 자라고 굵어진 줄기와 시들어 타죽은 잎사귀와 가지 옆에 새롭게싹을 미어내며 다른 줄기를 만들어 뻗치며 자라는 새 생명에게 말을 걸어본다.

 

생존 확인을 한다. 너도 살아 있구나. 나도 살아 있다. 너도 씩씩하고 용감하구나. 나도 그렇다. 건강한 날을 잡아당기며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맛보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곳도 가지않는 30일을 소중히 채우고 있다. 이제껏 맛보고 느껴보지 못한 나만의 1인 도서관이 된다. 1인 카페가 되고 1인 음악 감상실이 된다.

 

1인 고해 성사의 날들이다. 암흑실에서 언제 이렇게 혼자서 놀면서 지낸 시간이 있었나 깊은 참회의 시간이 된다. 걸어 다니는 가장 최소의 반경에서 나만의 시간이 전부 나에게 나의 결정과 의지와 생각으로 자유를 누리는 시간이다. 생각하며 휜 쥐해에 검은 쥐가 넘겨준 병마에 패배자가 되지 않는 내 인생의 30일이 되고 있다.

 


원본 기사 보기: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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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2/09 [20:13]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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