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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0.05.30 [14:42]
“애비는 죽어서도 꼰대다”
<정성수 시> “어버이 날 자식들에게 보내는 글”
 
정성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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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친구들이 애비를 꼰대라고 비웃어도 화내거나 슬퍼하지 마라. 그래 애비는 꼰대다. 책보를 허리에 차고 장대같이 쏟아지는 빗속을 총알처럼 달렸다. 밤이면 등잔불 밑에서 눈을 비벼가며 책을 봤다. 노력만 가지고는 안 되더라. 초등학교 졸업장 하나 없다는 게 애비의 평생 한이었다. 그래도 글씨를 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냐.

 

선생님이 퍼주는 강냉이가루는 빵이 되고 꿀꿀이죽이 되었다. 요즘이야 컴퓨터가 대세지만 애비 때는 말타기놀이 아니면 딱지치기였다. 전자계산기 같은 것은 생각치도 못했다. 주산이면 계산 끝인 줄 알았다. 머리에 기계충이 생겨도 병원은 언감생심이었다. 동네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퍼 올린 물을 물지게로 져왔다. 그 물로 헛간에서 때를 벗기고 한겨울에는 대야의 얼음을 깨고 세수를 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길을 따라 오일장에 가고 팥죽집 앞에서 침만 삼키다 돌아왔다. 측간에서 똥을 싸고 지푸라기로 밑을 닦았다. 소꼴을 베면서 꽈리를 튼 뱀에 놀란 적은 손가락을 다 꼽아도 모자란다. 검정고무신에 땡감 물을 바르면 출입 신발이었고 그냥 신고 논밭에 나가면 흙고무신이었다.

 

꼰대들은 월남전에 목숨을 걸고 독일 탄광에서 석탄을 캤다. 열사의 나라 중동에서 땀 흘리며 잠을 못잔 꼰대들이 있어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되었다. 애비는 사글세 단칸방에서 신혼을 보냈지만 너희는 아파트에 자가용으로 시작하지 않았느냐?

 

아들아, 부디 캥거루족은 되지마라. 어미 캥거루도 언젠가는 죽고 만다. 애비는 죽어서도 꼰대다.

 

▲  정성수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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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5/06 [22:14]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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