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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0.07.14 [04:38]
‘우리 전통음악 향기! 국제사회 널리 알려”
<특별 연재> 박행주 “초등생 인솔하고 해외공연”(12)
 
박행주 / 국제전통예술교류협회 초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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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반! 가장 열정적이었던 시기

 

▲  박행주 / 국제전통예술교류협회 초대회장       

어떤 특별한 일에 대한 첫 경험은 누구에게나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것도 예상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것이라면 추억의 공간에 훨씬 큰 의미로 자리 잡게 된다.

 

필자의 경우 첫 해외공연이었던 이탈리아 공연은 잊을 수 없는 큰 추억이다. 필자는 현직 초등학교 교사이면서 지금까지 오랫동안 풍물놀이를 지도해왔다. 교사발령을 받고 풍물놀이를 배우게 되면서 곧바로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풍물부를 만들어 가르쳤다.

 

첫 번째, 두 번째 학교를 거쳐 2000년대 초반에 세 번째 학교에 풍물놀이 특기를 인정받아 초빙교사로 발령받았다. 돌이켜보면 당시 30대 초반이었고 혈기왕성했던 때라 가장 열정적으로 풍물놀이를 가르쳤던 시기였다.

 

앞선 두 학교에서는 20~30명 정도의 풍물부 한 개의 팀을 만들어 지도했다. 하지만 초빙교사로 가면서는 좀 더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풍물부를 만들었다. 그래서 4-5학년을 대상으로는 사물놀이와 북춤을, 2-3학년을 대상으로는 상모놀이를 수강료 없이 가르치게 되었다.

 

매일 아침 740분부터 시작하여 50분 동안 격일제로 두 반을 지도했다. 학생과 학부모가 희망을 해서 모집했던 풍물부라서 그런지 이른 아침 시간인데도 열심히 참여했다.

 

그러던 차에 6학년 아이들 몇 명이 왜 자기들도 배우고 싶은데 그런 기회를 주지 않느냐고 찾아왔다. 애초에 6학년을 풍물부에 포함하지 않은 이유는 풍물은 배운지 1년 정도는 지나야 그 실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너무도 배우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찾아오는 바람에 오후 시간을 이용해서 모둠북반 하나를 더 만들었다.

 

어느 순간 찾아온 해외공연의 기회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나서는 교내의 교사들, 학부모들도 배우고 싶다고 하여 각각 하나씩 팀을 들었다. 풍물부 두 반을 운영하려고 했던 것이 어찌하다보니 다섯 팀이나 운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모두들 열심히 참여했기에 나름대로 열정을 다해 가르쳤고 자체 발표회를 갖기도 했다.

 

실력이 점차 쌓이면서 교내외 공연도 자주 하고 각종 대회에도 참여하여 교육감상을 네 번을 받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하였다. 대회에 나가면 잘하는 팀들과 실력을 겨루면서 1등이라는 목표를 두고 연주력을 향상시켰다.

 

▲ 풍물부단원들이 경연대회에 참가하여 모둠북을 연주하는 모습.

실력이 점차 쌓이면서 각종 대회에도 참여하여 교육감상을 네 번을 받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하였다.   

 

그러던 중 함께 풍물을 배우던 선배교사가 전년도에 이탈리아공연을 다녀온 후에 필자에게도 해외공연을 권유했다. 이후로 필자가 참여하게 된 해외공연은 한인교민회 초청이나 해외자매결연을 통한 공연 형태가 아닌 규모와 전통이 있는 공연들이었다. 유네스코와 자문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국제민간문화예술교류협회(IOV)가 주관하는 공연들이었기 때문이다.

 

첫 공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3회의 공연에 참가하였고 그러한 경험들을 몇 차례의 기고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첫 해외공연으로 가게 된 이탈리아

 

소개해준 선배의 주선으로 2004년 봄에 처음으로 IOV(국제민간문화예술교류협회(IOV) 책임자를 만나게 되었다. 해외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공연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해 12월에 하게 되는 공연을 신청하게 되었다. 예정했던 공연은 필리핀에서 치러지는국제민속음악축제였다.

 

처음에는 역사와 규모가 있는 국제적인 공연무대에 풍물부를 올릴 실력이 되는지, 별 탈 없이 행사를 치를 수 있을지 등에 대한 고민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기회는 쉽게 오지 않을 것이기에 나 자신은 물론 단원들에게 매우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며 참여를 결정했다.

 

학교 측 및 학부모님들의 동의를 얻고 최종 참가를 확정하고 필리핀 공연을 준비하였다. 그러던 중 필리핀에서 내전이 발생하고 점차 사태가 심각하게 진행되었다. 결국 필리핀정부는 모든 공연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는 바람에 우리도 수개월 동안 열심히 준비를 했지만 참가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이런 상황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 IOV측에서 고민 끝에 이탈리아 공연 참가를 제안했다. 일반적으로 이탈리아 행사는 한 나라가 두 번 연속 참가할 수 없었다. 특히 동양권에서는 매년 한 나라씩 돌아가며 참가했다.

 

그래서 일본팀의 참가를 준비 중이었던 IOV는 우리의 딱한 사정을 일본팀에 알려 양해를 구했다. 이탈리아 측에도 연락을 하여 특별한 예외상황으로 한국 팀이 한 번 더 참여하게 되었다.

 

그리스 유적지 시실리섬의 공연

 

그리스 유적이 많이 남아있는 이탈리아의 시실리 섬에서 개최되는 공연은<세계의 어린이들>(International Fork Festival ‘The Worlds Children’)이라는 주제로 치러졌다. 필리핀보다 규모가 더 컸기 때문에 작품 수나 공연단 규모도 조절해야 했다. 그래서 IOV의 소개로 10여명 정도 되는 한국무용단도 함께 참가하게 되었다. 공연작품은 풍물단이 모둠북과 판굿을, 무용단에서 소고춤과 부채춤을 준비했다. 퍼레이드용으로 두 팀이 함께 하는 작품도 마련했다.

 

200522일 아침 730, 드디어 풍물팀은 많은 악기들을 싣고 학교를 출발하였고 로마공항을 거쳐 시실리섬 아그리젠토시의 호텔에 도착하니 밤 12시가 되었다. 8시간의 시차를 생각하면 아이들로서는 강행군이었지만 그래도 해외공연에 참여한다는 설렘이 더 앞서서인지 크게 힘들어하는 단원들은 없었다.

 

다음날에는 원래 사회복지시설에 방문하여 공연을 할 계획이었지만 휴식시간과 연습시간이 생겼다. 한국팀은 제일 먼 거리에서 참여한데다 비행기 연착으로 예정보다 더 늦게 도착한 것을 감안하여 행사조직위원회에서 배려했기 때문이다.

 

그 다음날인 4일 아침에는 시청과 도청에서 주관하는 리셉션에 참가하기 위해 단장과 단원 2명은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나머지는 단원은 시내구경 및 쇼핑을 하였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와 점심식사를 하고 나서 시청으로 이동하여 거리 퍼레이드에 참가했다.

 

▲  수많은 관람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한국공연팀.

아그리젠토시 시청앞에서 출발하여 거리 퍼레이드에 참가했다.

 

아그리젠토시의 가장 중심지이고 수제가죽명품을 만드는 전통있는 가게들이 있는 곳에서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원래 사람들이 많기도 했지만 행사기간에 각 나라의 공연단을 볼 수 있어서 매우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다. 저녁에는 Teatro Pirandello라는 오페라극장에서 첫 무대공연으로 사물놀이와 부채춤 공연을 했다.

 

아그리젠토시는신전의 도시라고 할 만큼 수많은 그리스신전들이 있었고 5일 오전에는 신전(Templi)에서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의식과 함께 퍼레이드를 진행하였다. 오후에는 Saint Mess라는 성당에서 각국의 참가자들과 함께 해일피해자들을 위한 미사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저녁 식사 후에는 Palacongressi라는 대극장에서 모듬북공연을 했다.

 

그리스신전 앞에서 퍼레이드가 끝나고 무용단과 함께 하는 모습

신전(Templi)에서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의식과 함께 퍼레이드를 진행하였다.

 

6일은 일요일이어서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날이었다. 그날은 시청이 있는 시내 중심부에서부터 해외팀과 시실리 현지 공연단이 함께 대규모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오후에는 고대거주지와 휴양지가 있는 아름다운 해변가를 관광하면서 휴식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저녁에는 전날 공연을 하였던 Palacongressi 대극장으로 이동하여 객석을 가득 매운 관객들 앞에서 모듬북 공연을 하며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  휴가를 내고 한국팀자원봉사를 했던 시실리 경찰과 관광중 함게 한 모습.

고대 거주지와 휴양지가 있는 아름다운 해변가를 관광하면서 휴식시간을 가졌다.

 

7일 오전에는 Casa della Speranza라는 요양원에 사회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참가하여 사물놀이와 설장구 공연을 했다. 오후에는 민속음악협회사무실에서 각국 단장들 미팅에 참가하였고 저녁식사후 Folk Terra do Suli라는 아그리젠토시의 공연팀과 함께 파티에 참석하고 선물을 주고 받았다.

 

▲  행사조직위원회와 함께 한 각국의 감독들

민속음악협회사무실에서 각국 단장들 미팅에 참가하였다.

 

8일에는 아침 식사후 팔레르모공항으로 출발하여 로마로 이동하였고 23일의 관광을 마치고 귀국하게 되었다. 공연을 끝내고 나서인지 단원들은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로마의 유적지를 보며 견문을 넓힐 수 있었다.

 

빼어난 실력! 러시아팀과 휘날레공연

 

이탈리아 공연은 한국 이외에도 러시아, 불가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폴란드, 키프러스 등의 해외공연팀과 이탈리아 내의 많은 팀들이 참여했다. 각각의 나라에 따라 구성은 달랐으나 주로 46명으로 이루어진 성인 악사들의 기타, 바이올린, 템버린, 북 등의 악기연주에 맞춰 춤을 추는 경우가 많았다.

 

주로 포크댄스 위주의 연주 형태로 국가별로 많은 차이가 느껴지지 않아서 우리나라로 따지면 마치 각 지방의 민속춤에서 볼 수 있는 정도의 차이로 느껴졌다.

 

하지만 러시아팀은 네 살 때부터 수많은 경쟁을 뚫고 뽑힌 아이들이 810년 동안 국가의 지원을 받고 하루 여덟 시간 이상 맹연습을 한 팀이었다. 그래서 유럽 여러 나라의 민속춤보다는 두세 단계 높은 수준으로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그와 대비되게 우리나라는 서양의 댄스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한국무용과 타악을 연주했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많은 관람객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기량면에서 훌륭한 무용과 연주를 보여주었기에 러시아와 우리나라는 항상 공연의 맨 뒤쪽에 순서를 배정을 받아 휘날레를 장식했다. 그러다 보니 귀가시간이 늦어짐에도 불구하고 단원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참가한 단원들은 현지의 분위기와 음식에 적응이 되면서 자원봉사자들이나 외국의 공연참가자들과 조금씩 친해졌고 차츰 좋은 공연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해외에서 우리의 전통예술을 알리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나름대로 긍지와 보람을 느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퍼레이드도중 이탈리아팀과 함께 하는 즐거운 모습.

참가한 단원들은 현지의 분위기와 음식에 적응이 되면서 자원봉사자들이나 외국의 공연참가자들과 조금씩 친해졌다.

 

당시 함께 참여했던 단원 중 한 명은 국악으로 진로를 선택한 경우도 있었다. 2학년때 시작하여 5년 동안 풍물부 활동을 했던 이 학생은 풍물놀이의 감각이 매우 뛰어난 단원이었다. 6학년 때에는 필자의 반이 되었고 부모와의 진로상담 끝에 개별적인 연습을 더 하며 국악중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그 학생이 실기작품으로 준비했던 설장구를 이탈리아공연에서도 몇 차례 선보였다. 이후에 중·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국악을 전공하고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국악전문단체에 들어가서 현재 열심히 활동중이다.

 

선명한 추억! 그러나 아쉬움 남은첫 해외공연

 

이와 함께 단원들에게는 처음 가보는 해외공연을 통해 글로벌의식이 자연스럽게 싹트는 계기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통예술이 해외에서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는지 직접 느낄 수도 있었다.

 

▲  행사참여 인증서

우리나라의 전통예술이 해외에서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는지 직접 느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공연에 참여하면서 아쉬웠던 기억도 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어릴 때부터 자기 나라의 민속무용과 음악을 배우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고 익숙한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풍물놀이나 한국무용이 지극히 전통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특별한 사람들만 배우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그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우리의 전통예술공연은 전통과 관련된 전용극장에나 가야 겨우 볼 수 있다. 그만큼 우리 삶속에서는 많이 벗어나 있는 것이 현실이고 그것은 우리가 극복하고 이겨 내야 할 큰 숙제라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필자는 학교에서라도 학생들에게 전통예술을 가르치고 기회가 되면 국제적인 무대에서 널리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이탈리아 공연은 큰 세계를 바라보고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고 이를 통해 이후의 해외공연들을 장기적으로 준비하는 계기가 되었다.

 

프로필

* 국제전통예술교류협회 초대회장

* 서울교대 졸. 중앙대 대학원 박사

* 중앙대학교 국악교육대학원 외래교수

* IOV(UNESCO NGO)이사

* 2016 올해의 스승상 수상

* 이메일 apron20@hanmail.net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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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6/15 [01:03]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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