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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0.09.27 [12:02]
부름에 대답없으신…원망조차 사치일손
(POET VIEW) 林 森 '아버지의 날들'
 
림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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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날들  

 

 

 

 





 

 林  森

 

 

그나마

짧디 짧은 쪽잠일 망정,

자유론 옛 사지육신 매달고

펄 펄 날아볼세라

밤 애닳도록 기둘렸는데

때마침 삭달이라

제대로 어두운 밤이었음을,

 

유난스레 의초로운 사랑 모두어

횡량한 벌판에

쪽길 불 밝히우면

하나씩 차례로 모여들려는가,

꿈에서나마 마주볼 자식들 얼굴

 

나도 가고

너도 가고

죄다 떠나버리고 나니

세 평 누리에 남겨진 건 시금털털한

아버지의 눈물뿐

 

세월을 시절로 먹으며

시름을 한숨으로 삼키며

고독을 심장으로 씹으며

텅 빈 골방에

홀로이 누우셨던 아버지는

 

임종 비슷한 절망

홑이불인 양 덮으시며

그렇게 한 줌

핏물을 머리에 쏟으셨드랬지, 아마

 

한여름 벗어제낀 속곳 틈새로

칼바람 스며 염통 난도질하더니

엄청스레 추우셨는가

오들오들 가슴 떨면서

 

가만히 누우셨던 그 자리에

뇌진탕이라는 명찰

진하게 새기실 제

그래도 아련한 추억은 맛나셨는가

입가엔 미소 머금으셨더이다

 

, 어찌할꼬

이젠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아버지,

부름에 대답 없으신 처사

원망조차 사치일손

 

주신 사랑 하나씩 엮어

온 세상 향기로 도색하노라면,

모든 사람 정으로 도배하노라면,

먼 길 가시던 아버지

강 건너 되돌아 손잡아 주시려나

 

어떤 날 슬몃 눈 떠

기적처럼 웃음 웃어보이시려나

 

   

 詩作 note 

825일은 아버지가 소천하신지 1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평생을 하나님 일에 부지런을 떠셨던 아버지는 작년 이맘 때 90세의 연세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하늘나라로 올라가셨다. 그리고 살아 생전 그렇게나 끔찍이도 아끼시던 동갑내기 당신의 마나님도 불과 5개월 만에 데려가셨다. 평소 금슬이 워낙 좋으셨으니 오래 두시지 않으시고 불러가신 거라며 사람들은 세상에 다시 없을 호상이라고, 두 분 다 장수하셨으니 이야말로 하늘의 은덕이라고 수다들을 떨었지만, 늘그막에 졸지에 고아(?)가 된 필자나 형제들은 창졸간에 부모를 여의고 그 슬픔에 한동안 상실감에서 벗어나지 못했었다.

 

이 시는 아버지 소천에 즈음하여, ‘천국환송 예배당시 추모시로 올려드렸던 시인데, 1년이 지났지만 다시 꺼내들고 읽어보는 심사가 자못 서글프고 처량타. 아직도 생전의 그 어눌하신 행동거지와, 혀 굳어 알아듣기 힘든 말소리가 귓전을 맴돌아 생생한 환영으로 되살아나니, 아버지를 추억하며 영정사진을 바라보는 필자의 가슴이 천 길 만 길 헤집어진다. 야속하게도 그간 꿈 속에서조차 두어 번밖에 뵙지 못하고, 그저 속으로만 종짓물 켜듯 갈증 달래려니, 생전의 불효 탓에 보복을 당하나 싶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기도 하는 이즈막이다.

 

지난 주일은 아버지 시무하시던 원주의 자그마한 교회에서 1주기 추도예배를 드렸고, 여동생 네와 함께 어제는 대전 현충원 국립묘지에 참배를 다녀왔다. 나란히 누워계신 부모님의 예전 모습을 그리며, 우애롭게 살라시던 덕담도 기억해내며, 잠시나마 다람쥐 쳇바퀴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어린 시절까지 타임머신을 타고 휘돌며, 그렇게 짧고도 긴 추억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물론 상큼하게 돌아서는 눈가에는 흐르는 눈물과 숨죽인 오열이 세상의 작별을 거듭 탄하는 아쉬움으로 함께 했지만, 다시 찾을 때까지 평안하시라는 간구와 기도를 단에 올려드리고 왔다.

 

그리고, 늘 지켜주시며 아끼지 않으셨던 생전의 그 가르침을 잊지 않고 더 열심히, 더욱 더 열정적으로 남은 삶에 임하리라는 각오와 다짐도 물론 빼놓지 않고 진심어린 마음에 얹어 게다 놓아드렸다. 이제 다시 치열한 현실의 세계로 돌아와, 전처럼 믿음과 기대로 지켜보시는 아버지의 바람에 어긋나지 않도록 진솔하고 향기로운 자식의 행보를 보여드려야 한다. 주위에 이롭고 보탬이 되도록 애쓰면서, 쓸모 있는 사람으로 자리매김 되어 세상에 남겨진 의미를 다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 오늘부터 어찌 살아야 할까를 조용히 묵상해본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따지고 보면 그리 길지도 않는데 왜 고통 속에 괴로워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 우리네 삶의 끝이 그리 멀지도 않은데 왜 슬퍼하며 눈물짓기만 해야 할까? 우리가 마음이 상하여 고통스러워 하는 것은 삶을 너무 어렵게 생각해서 그럴 것이다. 나의 삶은 누가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의 삶의 촛점을 막연히 상대에게 맞추면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불특정다수가 누리는 행복과 성취에 비교의 잣대를 들이대면 만족은 있을 수 없다.

 

행복은 절대 누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다. 단지 내가 마음 속에서 누리는 것이다. 어떤 대상을 놓고 거기에 맞추려고 애쓰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병이 생기고, 고민이 생기고, 욕심이 생겨 힘들어진다. 아울러 누구에게도 나의 소망을 강요하지 말자. 누구에게도 나의 욕망을 채우려 하지 말자. 그러면 슬퍼지고 너무 아파질 거다. 우리네 삶은 그리 길지도 않은데 이제 즐겁게 살아가자. 있는 그 모습 그대로 누리면서 살아가자. 우리의 삶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지어서 서로의 필요를 나누면서 살아가자. 그리하면 만족하고 기쁨이 올 것이다.

 

그러니 갈등하지 말자. 고민하지 말자. 아파하지도 말자. 우리가 그러기엔 너무 삶이 짧다. 뒤는 돌아보지 말고 앞에 있는 희망을 향해서 달려가자. 우리 삶은 우주보다도 크고 아름다운 것이다. 우리 삶은 세상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다. 또한 우리 자신은 너무 소중한 존재다. 세상에 태어나서 단 한 번 살고 가는 우리네 삶, 아름답고 귀하게 여기며 서로 사랑하면서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자. 그것이 행복과 평안의 지름길이며 영원한 정도의 길이다.

 

매일 아침 기대와 설렘을 안고 하루를 시작하도록 노력하자. 항상 미소를 잃지 않고 나로 인하여 남들이 얼굴 찡그리지 않게 노력하자. 하루에 한 번쯤은 하늘을 쳐다보고, 드넓은 바다를 상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가능하면 일주일에 몇 시간은 한 권의 책과, 친구와 가족과 더불어 보낼 수 있는 오붓한 시간을 갖도록 노력하자. 작은 일에 감동할 수 있는 순수함과 큰 일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담대할 수 있는 대범함을 지니도록 노력하고, 적극적이고 치밀하면서도 다정다감한 사람이 되게 노력하자.

 

솔직히 시인할 수 있는 용기와, 남의 허물을 따뜻이 감싸줄 수 있는 포용력과, 고난을 끈기있게 참을 수 있는 인내를 더욱 길러가도록 노력하자. 나의 반성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매사에 충실하여 무사안일에 빠지지 않게 노력하고, 매일 보람과 즐거움으로 충만한 하루를 마감할 수 있게 노력하면서 살아가자. 내가 먼저 그렇게 살면 내가 만나지는 모든 사람들도 그렇게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살아가자.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 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텃밭에서 이슬이 내려앉은 애호박을 보았을 때, 그 사람한테 먼저 따서 보내주고 싶은 생각이 들고, 들길이나 산길을 거닐다가 청초하게 피어있는 들꽃과 마주쳤을 때 그 아름다움의 감동을 그에게 먼저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렇게 메아리가 오고가는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영혼의 그림자처럼 함께 할 수 있어 좋은 벗이며 친구다.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장점을 세워주고, 쓴 소리로 나를 키워주는 친구는 큰 재산이라 할 수 있다. 삶에서는 좋은 친구가 가장 큰 보배다. 물이 맑으면 달이 와서 쉬고, 나무를 심으면 새가 날아와 둥지를 튼다. 스스로 하늘 냄새를 지닌 사람은 그런 친구를 만날 것이다. 그렇게 진리는 가까운 데에 있다. 단지 우리가 눈을 감고 보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가는 행복과 기쁨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진심으로 친구를 사귀겠다는 정성으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대하자. 그렇게 사람들과의 인연을 이어가자.

 

그런데 그러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그렇게 살기에는 벌써 모든 것이 시들해졌다고, 혹여 자포자기 하려는 마음이 들지는 않는가? 한국전쟁의 영웅이라는 맥아더가 몇 살 때 한국전에 참가했는지 아는가? 그는 놀랍게도 1880년 생이다. 1950년 한국전쟁 때 그의 나이 만 70세였다. 그가 일본의 집무실 벽에 붙여놓고 즐겨 읽은, ‘젊음이라는 제목의 새무엘 얼만이 지은 시가 있다.

 

- 청춘은 인생의 어떤 시절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이다. 그것은 장미빛 볼, 붉은 입술, 그리고 유연한 관절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의지와 상상력의 우수성, 감성적 활력의 문제이다. /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의 신선함이다. 청춘은 욕망의 소심함을 넘는 용기의 타고난 우월감, 안이를 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청춘은 때때로 이십세의 청년보다 육십세의 노인에게 존재한다. 단지 연령의 숫자로 늙었다고 말할 수 없다. / 우리는 황폐해진 우리의 이상에 의해 늙게 되는 것이다. 세월은 피부를 주름지게 하지만 열정을 버리는 것은 영혼을 주름지게 한다.

 

고뇌, 공포, 자기불신은 마음을 굴복시키고 흙속으로 영혼을 되돌아 가게 한다. / 육십이든 열여섯이든 모든 인간의 마음속에는 경이로운 것에 대한 매혹, 다음의 무언가에 대한 아이들과 같은 끊임없는 욕망, 삶의 유희 속의 환희가 존재한다. 그대와 나의 마음의 중심 거기에는 무선 전신국이 있으니, 희망, 희열, 용기와 인간과 신으로부터 힘의 메시지를 받는 한 그대의 젊음은 오래 지속되리라. / 안테나가 내려지고 그대의 영혼이 냉소의 눈과 비관의 얼음으로 덮이면, 이십세일지라도 늙은 것이다. 그러나 그대가 안테나를 올리고, 낙관주의의 물결을 잡는다면 그대 팔십세일지라도 청춘으로 죽을 수 있으리라. -

 

맥아더는 이 글을 걸어놓고 읽으면서 젊음을 유지했다고 한다. 청춘은 마음 속에 있다고 한다. 당신은 청춘이 되고 싶은가? 아니면 노인이 되고 싶은가? 오늘 하루도 청춘으로 살아보자. 무엇이 이미 늦었고 늙었다고 여기게 만드는가? 그런 건 다 버리자. 당신의 희망과 꿈을 방해하는 모든 마음 속의 찌꺼기들은 과감하게 던져버리자. 그리고 다시 거듭나자. 지금부터, 오늘부터가 새로 시작이다. 살아있는 한 당신의 오늘은, 당신의 삶 중에서 가장 젊은 날인 것이다.

 

이제 절기상으로 처서도 지났다. 가을이 오는 길목이다. 멀리서 아주 멀리서 강아지 걸음처럼 가을이 오고 있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 바다 끝에서 연분홍 혀를 적시고 떨리듯 다가오는 미동에 괜스레 가슴이 미어진다. 시방 가을이 오고 있음이다. 내 마음이 안달이 났다. 차마 전하지 못했던 사랑을 가을보다 먼저 전하고 싶어서 내 마음은 이리도 안달이 났나보다. 물살같이 빠른 세월이라 사랑도 그렇게 흘러 갈까봐, 미루고 미루어 전하지 못한 마음을 어린 짐승 날숨같이 떨며, 소리 없이 당신을 부르고 있다.

 

가을이 온 뒤에도 지금처럼 높은 산과 긴 강을 사이에 두고 멀리서 바라만 봐야 한다면, 꽃망울 속 노란 꽃가루같이 가득한 이 그리움을 어떻게 할까? 갓 핀 꽃잎같이 곱고, 교회당의 종소리같이 맑으며, 보름달처럼 밝은 당신은 작은 새의 깃털같이 부드럽고, 함박눈같이 고요한 내일의 나라다. 아 아! 가을이, 바다 끝에서 생겨난 가을이, 새끼 고양이 눈망울인 양 그 영롱한 눈을 뜨고 내 마음을 바라본다.

 

어린 짐승 발소리처럼 가을이 슬금 다가오고 있다. 가을이 나뭇잎에 안기기 전에 나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나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 가을보다 먼저 전하고 싶다. 가을의 문턱 9월이 열리려 하고 있으니까. 하늘나라에서 내려다보시는 아버지의 그윽하고도 깊은 사랑을 듬뿍 담은 가을의 햇살이, 가을의 바람이, 가을의 손길과 가을의 숨결이, 사람답게 사람스럽게 가을을 살라 하는 멧시지를 담고 9월의 하늘을 열려 하고 있다. 이리 열리는 한 올 가을은 축복이리라, 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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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8/25 [21:49]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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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20/08/26 [07:14] 수정 삭제  
  아름다운 글을 보고 갑니다.
홀로코스트 20/08/26 [07:30] 수정 삭제  
  어린 짐승 발소리처럼 가을이 슬금 다가오고 있다. 가을이 나뭇잎에 안기기 전에 나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나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 가을보다 먼저 전하고 싶다. 가을의 문턱 9월이 열리려 하고 있으니까.
배둘레햄 20/08/28 [21:49] 수정 삭제  
  하늘나라에서 내려다보시는 아버지의 그윽하고도 깊은 사랑을 듬뿍 담은 가을의 햇살이, 가을의 바람이, 가을의 손길과 가을의 숨결이, 사람답게 사람스럽게 가을을 살라 하는 멧시지를 담고 9월의 하늘을 열려 하고 있다. 이리 열리는 한 올 가을은 축복이리라, 필경!!
노트북 20/09/06 [15:59] 수정 삭제  
  가을이 온 뒤에도 지금처럼 높은 산과 긴 강을 사이에 두고 멀리서 바라만 봐야 한다면, 꽃망울 속 노란 꽃가루같이 가득한 이 그리움을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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