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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1.10.19 [23:55]
<정성수 칼럼> ‘선운사 동백나무 숲’
“동백은 순간 목을 뎅강 긋는다”
 
정성수 칼럼니스트

 

대웅보전 비탈진 언덕의 동백꽃

 

선운사(禪雲寺)는 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 도솔산에 있는 사찰로 동백나무 숲은 백제 위덕왕威德王 24(577) 선운사가 세워진 후에 만들어진 것이다. 동백꽃은 동백과 애기동백으로 나뉘고 흰동백, 겹동백, 뜰동백 등 종류도 다양하다. 꽃은 피는 시기에 따라 춘백(春栢), 추백(秋栢), 동백(冬栢)으로 부른다. 천연기념물 184호 고창 선운사 동백은 춘백에 속한다.

 

대웅보전 비탈진 언덕으로 수천 그루의 동백나무가 있어 동백꽃을 피운다. 흰 눈 덮인 푸른 잎사귀 사이로 봄이 오면 화사했던 동백은 순간 목을 뎅강 긋는다. 꽃이 가장 많이 피는 시기는 대략 4월 중순에서 말경이다.

 

봄의 가운데서 동백꽃을 만나고 돌아올 때 풍천장어 한 점에 복분자 몇 잔 마시고 얼굴이 불콰해지면 선운사 동백꽃을 제대로 본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혹시 등 뒤에서 동백꽃 한 송이 피어날는지!

 

 

선운사 동백

 

-정성수-

 

화끈하게 피었다 화끈하게 지는군

 

한 번 왔다가 한 번 가는

사랑도

저리했으면 좋겠네

 

꽃이 붉은 것처럼 내 마음도 붉었으면 좋겠네

 

내가 그대 안에서 피었다가 질 때

목을 꺾는 꽃처럼

나 또한 그랬으면 좋겠네

 

그러나 아무리 마음을 다 잡아도

내 마음을

나도 어쩔 수가 없네

선운사 동백처럼

화끈하게 피었다 화끈하게 지질 못하네

 

 

눈물이 나면

 

-정성수-

 

눈물이 나면 걸어서 선운사로 가라

동백꽃 뚝뚝 목 부러지면

서럽더라

눈물처럼 서럽더라

 

대웅전 뒤안에서 큰 돌 하나 깔고 앉아

엉엉 소리 내어 울다가

선운사 부처님을 배알하고

지은 죄를 빌거라

 

돌아오는 길에 풍천장어 한 점에

쇠주 몇 잔으로

마음을 씻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웃으며 오라

 

 

선운사 동백 숲

 

-정성수-

 

동백꽃이 만발하였다기에 선운사 동백 숲에 갔습니다

나무마다 꽃등이 열려 온 산이 붉다가

초저녁별이 되어 하나 둘

제 집을 찾아 듭니다

대웅전 뒤안에 검정 고무신 나란히 벗어놓은 채

두 무릎 사이에 머리를 묻고 있는

보살의 좁은 어깨를

동백나무 뒤에 숨어 나도 모르게 보고야 말았습니다

 

사랑이 그대 밖으로 나를 밀어냈다는 것은

구차하게 살아가는 것조차

용서받을 수 없는 슬픔이 옵니다

 

괜시리 내가 세상을 버림받은 것 같아

버림받는 일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인 줄을 알 것 같았습니다

땅바닥에 써내려 간 글썽이는 마음은

어느덧 유서가 되어

추녀끝 풍경소리에 뛰어 듭니다

 

여기저기서 동백꽃 떨어지는 소리가

풍천강 저만치 어둠 속을 하염없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선운사 동백꽃지는걸 본 적 있나요?

 

겨울을 대표하는 꽃, 동백이 예쁘게 피어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동백은 꽃송이 전체가 바닥에 떨어져 보는 이에게 애잔함과 서글픔을 자아내게 한다. 동백은 지는 모습이 독특하다. 다른 꽃들은 시들거나 바람에 꽃잎이 날리는 것에 반하여 꽃이 멀쩡한 상태에서 봉오리 전체가 툭~ 떨어진다.

 

떨어지는 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다. 사람들은 동백이 지는 것을 본다고 하지 않고 지는 것을 듣는다고 한다. 타오르는 정열과 열망과 젊음이 송두리째 떨어져 뿌리 쪽으로 뻗어 붉은 꽃이 동백이다. 다가오는 희망을 위해 독한 겨울도 모질게 견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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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2/02 [20:52]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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