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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1.04.10 [17:34]
<역사의 흔적> 유영봉 ‘천년고도 경주를 찾아서(3)
옥룡암 경내를 장식한 ‘탑골마애석불군’
 
한문학자 유영봉 교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경주 남산은 노천 불교 박물관이라 할 만큼 산 전체에 절터와 석불, 석탑이 널려 있어 신라 역사와 유적의 산이라고 부른다. 또한, 김시습이 한국 최초의 소설 금오신화를 쓴 곳이 이 산에 있던 용장사다. 전주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유영봉 교수와 함께 남산 곳곳을 둘러보며 옛 신라인들의 불교 신앙과 불교 문화를 살펴보기 위해 본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 주)

 

창공에 떠있는 듯 희한한 광경

 

▲ 한문학자 유영봉 교수  

통일전과 서출지(書出池) 사이에 자리 잡은 주차장으로 갔다. 서출지는 󰡔삼국유사(三國遺事)󰡕사금갑(射金匣)조에 나오는 연못이다. 둑 위에 늘어선 노송들이 구불구불 아름다운 춤사위를 그려냈다. 그저 흐뭇한 자태니, 경주의 남산을 대표하는 나무는 역시 소나무다.

 

철와골을 따라 올랐다. 도중에 경주에서는 평소 보기 드문 자그마한 빙폭 하나가 드는 이를 맞는다. 57년 만에 닥쳐왔다는 한파의 산물이다.

 

이윽고 임도에 올라 편안하게 숨길이 바뀔 즈음, 우뚝 솟은 상사바위가 나타난다. 그리고 잠시후 왼쪽으로 부석(浮石)을 등에 진 사자봉 자락이 내다보인다.

 

지암곡으로 길을 꺾자, 이내 팔각정 터와 부석이다. 이곳의 부석은 영주 부석사의 부석 만큼 크다. 바위 뒤쪽으로 가까이 다가가 보지 않는 바에는, 어느 곳에서든지 창공에 떠있는 듯 희한한 광경이다.

 

게다가 부석사의 것과 달리 매끈한 형태를 지녔으니, 아주 크게 확대한 강낭콩처럼 생겼다. 과연 경주 8(八怪)’에 속할 만한 기이한 생김새다. 아래쪽의 탁자바위는 대충 사람의 엉덩이를 닮았다.

 

지암곡 제3사지 삼층석탑으로 내려가는데 코끝이 쌩했다. 머릿속이 싸했고, 손끝이 아려왔다. 그러나 기분만은 신선인 양 날아갈듯 했으니, 남산은 온통 내 차지였다. 오가는 이들이 없었다.

 

그야말로 독채전세였다. 남산은 오로지 나그네 하나 만을 위해 열어놓은 공간이었다. 맞다! 추위 때문에 잃는 게 있다면, 이런 호젓함이라도 얻어야 하지 않는가?

 

3사지 삼층석탑 자리는 행복한 공간이었다. 새파랗게 날이 선 강추위를 비집고,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곳이었다. 바람 한 점 없는 양지쪽에 부처님의 가피 넘치는 자비의 땅이었다. 곱은 손이 펼쳐졌고, 얼굴이 달아올랐다. 풍수지리적인 관점으로 보아도 참 좋은 자리였다.

 

그 다음 찾아간 곳은 제4사지 삼층석탑이었다. 석탑 말고도 이리저리 나뒹굴던 석재까지 수습한 곳인데, 그늘이었다. 추위가 선뜻 몰려왔다. 하산의 끝자락은 역시 서출지였다.

 

▲ 옥룡암 경내를 장식한탑골마애석불군   

 

차안에서 몸을 녹인 다음 숙소로 돌아가자니, 시간이 많이 남았다. 무언가 강력한 구경 하나가 아쉬웠다. 그리하여 찾아간 곳은 옥룡암 경내를 장식한 탑골마애석불군이었다. 이곳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우뚝 솟은 바윗돌을 빙둘러가며 온갖 형상이 새겨졌는데, 지금은 볼 수 없는 신라의 목탑에다가 닫집 아래 정좌한 부처님, 보리수 아래 열반에 드신 부처님, 협시불로 새겨진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에다가 아미타불과 미륵불,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 2종 등등 구경거리가 진진했다.

 

이들은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기에 차고도 넘쳤다. 어느 순간 가슴속에 뜨거운 희열이 솟구쳤으니, 호된 추위는 잠시 추위도 아니었다.

 

필자 유영봉(劉永奉)은 중동고등학교와 성균관대학교 한문교육과를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한문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한국한문학 전공)를 취득하고, 현재 전주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고려 문학의 탐색, 하늘이 내신 땅(), 당나라 시인을 만나다, 너도 내가 그립더냐. 천년 암자에 오르다등이 있다.

 

역서로는 국역 무의자 시집, 완역 청구풍아(), 집현전 학자 여섯 사람이 안평대군께 바친 시등이 있다.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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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2/22 [02:37]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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