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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1.04.10 [17:34]
‘작가 朴又木’ 혈맥(血脈) ‘인연’(12회)
 
작가 朴又木

일찍이 그대와 같은 명궁이 없었다.

 

▲  작가 朴又木

그미가 위쪽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올라갔다. 숨어있는 성광을 지나쳤다. 이미 화살을 날려 실로 한 순간에 생명을 끊은 사냥꾼은 더욱 바짝 긴장하는 법, 전방만 응시하느라 성광과 강수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그들이 은신처를 나와 그미를 뒤따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졸가리와 낙엽이 어지러이 밟히는 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고부라진 길섶 숲에서 커다란 멧돼지가 튀어나와 그녀를 향해 맹렬한 기세로 달려왔다.

 

엔간한 강심장으로는 제대로 숨을 쉴 수 없는 거리였다. 아무리 고수라도 단박에 활시위에다 정확하게 화살을 메기기 어려운 긴박한 상황이었다.

 

그미가 재빨리 화살을 메겨 쏘았다. 그러나 화살은 설맞아 목살 거죽에 약하게 꽂혔다. 선불 맞은 격이 된 멧돼지는 오로지 화살을 날린 사람을 거꾸러뜨려야 살 수 있다는 생존본능으로 그미를 향해 돌진해 덤벼들었다.

 

그 기세에 받치는 날이면 뼈는 부러지고 오장육부를 찢겨 즉사할 것이었다. 한 숨을 물고 버티는 찰나에 그가 몸을 날려 그녀를 숲으로 밀어제치고는 이미 메긴 활을 겨냥하는 것과 동시에 쐈다. 멱살에 정통으로 화살이 박혔다.

 

단말마를 지르며 고꾸라진 몸통이 달려오던 관성에 떠밀려 공중제비로 날아 그를 덮치며 떨어졌다. 미처 몸을 다 피하지 못한 그가 그 서슬에 부딪혀 나가떨어졌다. 극심한 고통으로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미가 달려와 그를 안아 무릎에 뉘고 옷자락으로 코피를 닦아냈다.

저 때문에 죽을 뻔했군요. 이를 어쩌나, 부상이 심하신 것 같은데...”

아니 괜찮습니다. 충격 때문에 잠시 기가 막혔던 것 같습니다.”

그가 일어나 앉았다.

 

정말 괜찮겠어요? 걷기 어려우면 이 사람더러 업고 하산하게요.”

아니 정말 괜찮습니다. 물이나 좀 주시겠습니까?”

아이 내 정신 좀 봐. 하도 놀라서 물 드린다는 것도 잊어버렸네.”

 

그미가 대통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그가 물을 마신 다음 대통을 돌려주고는 일어나 매무시를 수습했다.

강수는 홍의부인을 모시고 온 사람하고 둘이서 이 멧돼지를 짊어지고 하산해라. 거기다가 부인 번호 띠를 매어라.”

 

그리고 그미한테 돌아서서 말했다.

대신에 아까 저 아래서 부인께서 잡은 멧돼지에는 제 번호 띠를 매겠습니다. 그러면 저희들은 이만 먼저 하산하겠습니다.”

 

신시(申時, 오후 3시부터 5시 사이)로 들어서며 사냥꾼들이 속속 돌아와 성과를 확인받은 후 포획물을 한 군데에 모았다.

 

곧 이어 군영 안 활터에서 경사(競射)대회가 열렸다.

성주와 달솔 일행이 관전 석에 앉자 고수가 시작을 알리는 북을 울렸다.

경사방법은 둘씩 다섯 대를 쏘아 승자를 가린 다음 승자들끼리 다시 둘 씩 마지막 두 명이 남을 때까지 겨루게 하는 것이었다.

 

처음 열다섯 조는 석 대를 쐈을 때 벌써 승패가 결정 났다. 그만큼 만만히 보고 출전한 사람들이 많았다. 2차전에 오른 승자는 이십 명인데 1차전보다는 훨씬 기량이 우수했다. 거기서 추린 열 명이 다섯 개 조를 짜서 벌인 3차전은 열 대의 화살을 쐈다.

 

저들의 승패는 근소한 차이로 결판났다.

최후에 남은 다섯 명 승자들은 뒤로 물려 거리가 늘어난 과녁 다섯 개에다 차례로 열 대의 화살을 쏘도록 했다. 그런데 거리를 늘렸기 때문인가 두 명 만이 여섯 대의 화살을 관중시켰을 뿐 나머지 셋은 겨우 한두 대만 명중시켰다.

 

아무리 놀이 같은 경사대회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기량에 성주나 달솔이 적이 실망하는 눈치였다. 경사가 끝나면 결승에 남은 승자가 마상 경사로 장원을 가리게 되어 있는데 그때가 대회의 절정이었다. 그러므로 자칫 대회의 흥을 깰지도 모르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때 홍의부인이 성주에게 뭔가 귓속말 건넸다. 성주가 대회 진행관을 불러 뭔가를 하명하자 그가 단 아래로 내려가 관중을 향해 소리쳤다.

성주님의 하명이오. 여러분 중에 성광이라는 궁사가 있으면 나오시오.”

관중들이 무슨 일인가 궁금하여 누가 나서나 활터를 기웃거렸다.

 

팽팽한 침묵이 잠시 흐르고 군중 일각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한 사내가 활터로 나섰다.

지명 받은 궁사는 성주 앞으로 나가 예를 갖추고 하명을 받으시오.”

성광이 성주 앞으로 가서 읍하며 고했다.

소생이 성광이라 하옵는데 성주께서는 하문하소서.”

 

그대가 미동산에서 위험에 처한 부선랑을 구한 궁수인가?”

홍의부인께 작은 도움을 드렸을 뿐입니다.”

그대는 어찌하여 경사대회에 출전하여 기량을 겨루어보지 않는가?”

 

소생이 무명 백민(白民)의 몸으로 나라를 위해 아무런 헌생(獻牲)함도 없는데 사냥대회에 참석한 영광을 누린 것만도 과분하다 여겼나이다.”

 

그대 겸양이 아름답지 않은가. 이 경사대회의 흥을 돋우기 위해 내 그대에게 특별히 청하니 평소 갈고 닦은 기량을 보여 달라.”

그가 부선랑을 일별했다. 그미가 미소를 지어 성주의 청을 따르라 채근했다.

성주님의 분부를 따르겠나이다.”

 

그가 사대射臺로 올라서 성주를 향해 읍례揖禮를 차린 후 돌아서 잠시 과녁을 응시하며 숨을 가다듬었다.

 

이윽고 첫 화살을 시위에 메겨 겨냥했다. 거의 같은 순간에 화살이 시위를 떠났다. 모든 시선이 화살을 따라갔다. 명중이었다. 박수와 함성이 일었다.

 

두 번째서부터 다섯 번째까지 화살은 관중의 무언중의 격려 속에 날아갔고, 여섯 번째 화살은 과연 기록을 깰 것인가 반신반의 속에 날아갔다. 모두 명중이었다. 하여 일곱 번째 화살을 메겼을 때 관중은 숨을 죽인 채 기원했다. 그리고 명중이오!” 하는 외침과 동시에 우레 같은 함성을 질렀다.

 

여덟 번째 화살은 과연 성공할 것인지 궁금증을 달고 날아갔다. 명중을 확인했을 때 모두들 안도했다. 흥분이 고조되고 있는 관중은 영웅의 등장을 고대하여 입안이 타기 시작했다. 그 비원을 안고 아홉 번째 화살은 힘차게 날아가 과녁 중심에 꽂혔다. 함성이 또 일었다.

 

그가 열 번째 화살을 시위에 걸어 천천히 들어 올릴 때 상석의 귀빈들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앞으로 내밀었으며 관중의 시선은 온통 그에게 쏠렸다.

 

그 역시 긴장해서 시위를 당길 때 잠시 시위가 흔들렸다. 시위를 풀고 팔을 늘어뜨린 다음 잠시 고개를 숙여 호흡을 한 다음 다시 활을 세워 시위를 당겨 겨냥했다.

 

사위가 바람소리조차도 숨을 죽이듯 정적에 싸였다. 드디어 영웅의 탄생을 고대하는 염원을 안고 화살이 시위를 떠났다. 사람은 하나같이 혹은 가슴을 부여안고 혹은 합장하고 혹은 주먹을 불끈 쥔 채로 시선 한 올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화살촉을 따라 함께 날아갔다.

 

힘차고 빠르게 그러나 부드러운 곡선을 그으며 날아간 화살은 과녁에 딱하고 꽂혔다. 정중앙의 명중이었다. 사람들은 함성을 질러대고 서로 얼싸안고 펄쩍펄쩍 뛰었으며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사장(射場)은 온통 감격의 도가니로 변했다.

그가 관람 상석을 향해 읍례를 올리자 성주가 일어나 치하했다.

 

참으로 훌륭한 활솜씨로다. 비성에 일찍이 그대와 같은 명궁이 없었다. 그대는 마상 경사로 여기 모인 성민들의 흥과 기쁨을 더 돋우기 바란다.”

성주님 분부를 따르겠습니다.”

그가 물러가 채비를 하고는 기량을 겨룰 최후 승자와 나란히 사장으로 들어와 귀빈석 앞에 멈춰 서서 읍례를 올렸다. 군중은 또 다른 재미와 흥분으로 숨을 죽였다.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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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3/23 [22:49]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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