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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2.05.28 [00:48]
<土曜 隨筆> 정선모 ‘표절은 자살이다’
“내가 누군지 알아? 난 시인이다!”
 
정선모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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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작은 상자를 내 손에 쥐여 주었다.

 

▲ 정선모 수필가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를 남편으로 둔 죄로 본의 아니게 입에 자물쇠를 채우고 살던 신혼 때였다. 어느 날 퇴근하여 집에 들어서더니 불쑥 작은 상자를 내 손에 쥐여 주었다. 풀어보니 알이 도톰한 진주가 차르륵 꿰어있는 목걸이가 아닌가.

 

자기 사전에 여자 물건 사 들고 다니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며 선물을 기대하지 말라고 은근히 압박을 가하던 사람이 목걸이를 손수 골라왔다는 사실에 난 감격하였다.

 

결혼 때 받은 패물들이 고스란히 장롱 구석에서 잠자고 있을 정도로 반지 하나 끼는 것도 답답하게 여기는 내게 그 목걸이는 사실 달갑지 않은 선물이었다. 하지만 품목과는 상관없이 처음으로 나를 위한 물건을 사 왔다는 사실에 퍽 놀라웠던 것이다.

 

평소의 나답지 않게 크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곤 무척이나 흐뭇해하던 남편은 친구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했던가 보다. 툭하면 사람들을 집으로 데리고 가 술상을 차리게 하여 가끔 아내의 잔소리를 듣던 친구는 남편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즉각 실행에 옮겼다는데...

 

그날도 밤늦게 친구 몇 사람을 데리고 집으로 가서는 아내 손에 슬그머니 진주 목걸이를 쥐어 주며 술상을 차리라고 당당하게(?) 명령을 내렸겠다. ‘!’ 하는 마음으로 한껏 미운 남편을 째려보려는데 손에 쥐여준 진주 목걸이가 훼방을 놓았다.

 

진주알 하나 박힌 반지 값도 만만치 않은데 한 줌 가득 잡히는 목걸이를 받았으니 술상쯤이야. 절로 콧노래가 나오고, 안줏감 준비하는데도 손놀림이 춤추듯 하여 순식간에 푸짐한 술상을 차려냈다.

 

손님들을 기분 좋게 대접하여 돌려보내곤 남편한테 바짝 다가앉아 귀한 목걸이를 사주어 고맙다고 한껏 애교를 부린 뒤, 꽤 값이 나갈 텐데 얼마 주었냐고 물어보았다.

 

별로 비싸지 않던데?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니 또 사다 줄게. 그거 5만 원 줬어.”

 

그 말이 끝나자마자 진주 목걸이는 방구석으로 날아갔다던가. 나를 뭘로 보고 가짜를 사다 주었냐고 펄펄 뛰는 바람에 그날 밤 꼬박 새웠다며 친구가 남편에게 했다는 말이, “네 집사람은 그게 가짜였다는 거 알고 있냐?”

 

▲ 네 집사람은 그게 가짜였다는 거 알고 있냐?”    

 

덤볐다가 죽지 않을 만큼 맞았다나

 

안양에서 문학계의 대부(?)라고 불리는 김 시인이 하루는 후배 시인들을 데리고 술을 마셨다. 한 장소에서 술자리 끝내는 걸 최대의 수치로 여기던 그분들이 2차를 가려고 술집을 나서는 순간 안양의 주먹들이 시비를 걸어왔다.

 

힘깨나 쓰게 보이는 건달들 대여섯 명이 인상을 팍팍 쓰며 연약한 작가님들 주위로 건들건들 다가왔겠다. 잔뜩 긴장한 후배 시인들은 어떻게 그 자리를 모면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술기운 덕분인지 빼빼 마른 김 시인이 나섰다.

 

너희들, 내가 누군지 알아?” 한눈에도 상대가 안 되어 보이는데 큰소리치는 눈빛이 형형한 김 시인에게 한 건달이 네가 누군데?” 그러자 김 시인이 하는 말, “? 나는 시인이다!”

 

그 말을 들은 건달들은 웬일인지 손 하나 대지 않고 고스란히 시인들을 보내주었다. 그날 밤 김 시인을 바라보는 후배 시인들의 눈빛은 말 그대로 존경의 빛이 역력하였고, 호기로운 시인들의 술자리는 밤새는 줄 모르고 흥겹기만 했는데.

 

얼마 후 그 자리에 있었던 한 사람이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동네 깡패들과 시비가 붙었겠다. 그 사람은 김 시인을 흉내 내어 깡패들에게 내가 누군지 알아? 난 시인이다!” 하고 덤볐다가 죽지 않을 만큼 맞았다나. 실컷 두드려 맞으면서 그가 깨달은 것은 ! 표절은 자살행위구나.’

 

가짜 진주 목걸이 때문에 수난을 겪었던 친구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남편이 하는 말이 걸작이었다. “그거 가짜였나? 당신도 알고 있었어?”

 

그럼. 알고말고. 이제껏 여자 물건을 사보지 않은 남편이니 보석의 진위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

 

가짜 진주 목걸이에 그동안 하지 못했던 사랑의 말들이 진짜 진주보다 더 영롱하게 서리서리 꿰어져 있는 것을 읽어낸 눈이나, 힘은 없지만 정신만은 팔팔하게 살아있는 한 시인의 영혼을 알아준 멋쟁이(?) 건달을 노래 가사처럼 마구 베껴낼 도리는 없질 않은가.

 

 

프로필

도서출판SUN 대표, 수필가

한국액티브시니어협회 부회장

핸드폰책쓰기코칭협회 부회장

한강문학작가회 회장

수필집: <바람의 선물>, <너를 위한 노래>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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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6/05 [00:07]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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