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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2.05.28 [00:48]
<土曜 隨筆> 수필가 염정임 ‘왕관과 가면’
“창조주의 커다란 체스판이 아닐까?”
 
수필가 염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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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는 허공을 향하여 방어를

 

▲ 수필가 염정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비 내리는 도심을 걸어오고 있다. 그들의 무표정한 모습은 마치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처럼 낯설어 보인다,

 

요즈음은 모든 현실이 꿈속 같다. 아침마다 뉴스에서는 일기 예보처럼 전염병 확진자의 수를 알려 준다. 하루하루가 가상현실 같기도 하고 미래의 과학 영화 같기도 하다.

 

왕관과 가면의 대결이 계속되고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왕관 모양을 하고 인류를 공격하고 인간은 마스크를 쓰면서 방어를 하고 있다. 지금은 왕관이 절대 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적은 일단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마스크는 허공을 향하여 방어를 하는 셈이다.

 

마스크는 사람들의 개성을 감추고 인격이나 품위도 무화 시킨다 사실 인간은 보이지 않는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가면 뒤에서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사람인지는 알 길이 없다. 탐욕이나 증오심도 가면으로 감추고 살아간다.

 

이제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씀으로서 인간은 더욱 획일적으로 되어 가고 오로지 나와 나의 적이란 이분법의 사고만 하게 되었다.

 

왕관을 쟁탈하기 위한 전쟁사

 

왕관은 왕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 왕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인류의 역사는 왕관을 쟁탈하기 위한 전쟁사라고 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왕관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저들은 인간의 본성을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황제는 무소불위의 신분이다. 왕관은 언제나 가면을 지배해 왔다. 옛 왕들은 왕관을 쓰고 가면을 쓴 광대들의 놀이를 구경하며 즐겼다.

 

오늘의 바이러스들도 마스크를 쓴 인간들의 행태를 비웃으며 관찰하는 게 아닐까?

 

매일 매일 늘었다 줄었다 하는 숫자에 기쁨과 슬픔을 엮어 가는 가면들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지도 모른다. 저들은 호시탐탐 인류를 멸하려고 세력을 모아 왔다.

 

1400년대에는 쥐들을 숙주로 해서 균들을 퍼트렸고 몇 세기가 지나면서 인간의 권력욕을 비웃는 듯 이제는 왕관 모양으로 변신해서 공격하고 있다

 

그들은 교묘하게 인간들을 교회로부터, 사회생활로부터 격리시키고 있다. 교회에 모여 예배를 보며 하늘나라의 평화를 꿈꾸던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그림자 같은 예배를 보는데 익숙해 가고 있다.

 

매일 절망과 희망이 교차

 

일찍이 그리스의 철인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천상에 있는 이데아 세계의 그림자라고 했다, 인간들은 세계라는 거대한 동굴에 갇혀 동굴 벽에 비치는 그림자를 실체로 알고 살아가는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이 불안한 미완의 존재들은 매일 매일 절망과 희망이 교차한다. 그 숫자에 무슨 비밀이 숨어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적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암호가 아닐까?

 

어느 나라에서는 사망자의 시신이 너무 많아 장례식도 없이 땅속에 파묻고 있으니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무참하게 파괴되고, 지구의 시계는 14세기 페스트가 창궐하던 시대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그동안 인류가 이룩한 문명이나 과학, 의료 기술도 이들과의 대결에서는 효과가 없어 보인다.

 

왕관들은 계속 변신하여 전파력이 강해지고 있다. 가면들도 중국의 경극 배우들처럼 새로운 가면으로 시시각각 바꾸어야 할 것 같다.

 

먼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나 바이러스나 다 같은 미물일지도 모른다. 왕관과 가면 누가 이길까? 어쩌면 이 세상은 창조주의 커다란 체스판이 아닐까? 창조주는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염정임(廉貞任) 프로필

수필공원(에세이문학)(1986), 현대문학(1987)으로 등단

저서: 유년의 마을, 우리 집 책들의 결혼, 시간의 아이들

선집: 회전문, 작은 상자 큰 상자, 초록빛 섬의 잔상

수상: 구름카페문학상, 펜 문학상, 조경희 수필문학상, 현대수필문학 대상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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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6/09 [22:39]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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