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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2.05.28 [00:48]
<土曜隨筆> 수필가 배재욱 ‘죄와 벌’
“형벌이냐, 적절한 양심에의 채찍질이냐”
 
수필가 배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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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가 배재욱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에프스키가 그의 불후의 명작 죄와 벌을 구상하면서 이를 연재키로 되어 있는 잡지 루스키 베스뜨니크의 편집인 MN까뜨꼬프에게 그 주제의 일부를 다음과 같이 피력하였다고 한다.

 

범죄에 관해 부과되는 법률적인 형벌이 법의 제정자들이 당초 생각한 것보다 훨씬 범죄자들을 덜 무섭게 한다는 사상의 암시가 들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범죄자들은 자기의 범죄에 부과되는 형벌보다는 오히려 도덕적으로 자기 자신을 처벌하려는 요구를 더욱 크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주인공 라스꼴리니코프로 하여금 범인은 일반적인 도덕률과 법률에 따라 살아야 하지만, 비범인은 그것을 짓밟고 초월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 있다.”고 비판하면서 역사상 수많은 위인이 인류로 하여금 많은 피를 흘리게 했지만, 오히려 영웅으로 존경받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이 회의한다. 그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작가는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해 독자에게 엄중하게 묻고 있는 것이다.

 

사회의 쓰레기와도 같은 전당포 노파를 살해함으로써 많은 인간이 구원될 수 있으리라고 자기합리화하지만, 살인을 저지른 자는 결코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없다.

 

죄책감으로 인해 불안에 떨던 라스콜리니코프는 결국 자신의 행위가 어떠한 대의명분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을 깨닫고 자수하게 된다.

 

설사 전당포 노파가 구더기 같은 인간이라 할지라도 그 존재를 빼앗아도 좋다는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는 깊은 반성과 진정한 생의 의미를 깨닫고, 닥쳐오는 양심의 압박에 견디지 못해 대지에다 입맞춤한 후 자수하여 홀가분하게 벌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가 죄와 벌에서 나타내려 한 소박한 사상이 오늘날에도 타당한가는 재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범죄가 양적으로 팽창하고, 질적으로 난폭해짐에 따라 범죄자 스스로의 도덕적 처벌은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 하여 법적인 제재로서의 형벌이 범죄로부터 사회를 지키는 제도적 장치로서의 중요성을 더욱 높이게 되는 것이다.

 

증거에 의해 명백히 인정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끝까지 잡아떼는 피의자들이 많다. 으레 그들은 10여 차례에 걸친 전과기록이 나열된 지문 통보서까지도 잘못 기재된 것이라고 우기는 것이다.

 

송치 경찰관에 이끌려 처음 사무실을 들어오면서부터 울음을 터뜨리는 친구들이 있다. 울만 한 장면이 도무지 아닌데도 열심히 눈물을 뿌리는 자들은 대개 지문 통보서를 받아보면 전과가 여럿 기재되어 있는 것이다.

 

눈치를 보며 적당한 쇼도 서슴지 않고 해버리는 이런 자들의 메말라버린 양심은 아무리 많은 눈물을 뿌린다 해도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열심히 살려다 자칫 실수로 범죄의 나락에 빠져 버렸을 때, 그들이 토해내는 진한 눈물이 조사자의 심금을 울릴 때, 도스토예프스키의 소박한 사상 즉형벌보다는 도덕적으로 스스로를 처벌하려는 요구에 공감하게 되고, 법률적인 형벌이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사건을 맡을 때마다빚어진 죄에 대한 적절한 형벌이란 컴퓨터적인 작업에 앞서 형벌이냐, 적절한 양심에의 채찍질이냐.’를 분간해 내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가온다.

 

이 두 가지 작업을 멋지게 운용해나갈 때 참된 죄와 벌의 함수관계는 조화롭게 정립되지 않을까 생각해보는 것이다.

 

약력

서울 법대 졸업

현 변호사배재욱법률사무소 변호사

대통령민정수석실 사정비서관 역임

월간 한국산문으로 등단(2021)

수상: 황조근정훈장 외. 대통령, 법무장관, 검찰총장 표창 외.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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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7/04 [02:58]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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