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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2.05.28 [00:48]
<土曜隨筆> 한이나 ‘바닷가 예술극장’
“폐허 속…인생은 이어지고 이겨내더라!”
 
수필가 한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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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동검도 DRFA 365 예술극장

 

▲  수필가 한이나  

일 년여를 벼르고 별렀다. 먼 그리움의 섬처럼 애태우다가 찾은 강화도의 동검도 DRFA 365 예술극장은 바닷가에 한 편의 영화처럼 서 있었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던 사람은 그 꿈을 닮아간다고 했던가. 설립자는 꿈을 찾아 헤맨 끝에 201335석 규모의 아담한 극장을 오픈했다고 한다.

 

그곳에 도착하니 출렁이는 바닷물 대신 썰물 때라 드넓은 갯벌이 눈앞에 펼쳐졌다. 내가 즐겨보는 씨네뮤직’ TV 영상에서 잠시 보아서인지 낯설지 않아 더 매혹으로 다가왔다. 황톳빛 갯벌 뒤로 멀리 보이는 섬과 송림이 여기 이 자리가 바다임을 실감케 했다.

 

팬데믹에 갇혀 답답했던 속이 순간 탁! 트이는 청량감이랄까, 안개처럼 깔린 우울도 금방 다 나을 듯 싶었다.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자연 앞에 마스크 속 입꼬리 싱긋 기법을 터득한 듯

 

! 영화관은 우리 일행 네 명과 다른 손님 두 명이 전부였다. 영화 시작 직전에 영화감독이며 시나리오 작가였던, 꿈을 펼치느라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가는 영화관 주인 조나단 유의 피아노 연주가 있었다.

 

유월 끝자락 밖은 심장에서 터져 나온 비명처럼 능소화가 붉게 타오르는데, 타고난 천재 모차르트 피아노 선율이 파도처럼 내 몸을 휘감았다. 화려하고 격정적이며 아름다워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한순간 숨을 죽이게 했다.

 

우리가 본 영화 제목은 <창 속의 여인>였다. 1944년 만들어진 영화로 1942년 발표한 소설 <한 번의 일탈>이 원작이다. 프리츠 랑 감독에 에드워드 G 로빈슨과 조안 베넷 주연이었다.

 

대학교수로 잘살던 중년 남자가 어느 날 화랑 액자 속 묘령의 여인에게 이끌려 한눈을 팔았다가 우발적인 사건에 휘말려 단단히 곤욕을 치르는 내용이다. 관객을 이끄는 힘이 흥미진진하고도 치밀한 필름 느와르 걸작이어서 잠시도 딴생각이나 한눈을 팔 겨를이 없었다.

 

▲ 그곳에 도착하니 출렁이는 바닷물 대신 썰물 때라 드넓은 갯벌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상형 미모의 여인 때문에

 

평소에 그리던 이상형 미모의 여인 때문에 돌발적으로 벌어진 어떤 난감한 사건과 함께 겪는 고난의 이야기가 압권이다. 자칫 젊고 예쁜 여자에게 혹은 남자에게 눈독 들이지 말라는 인생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고나 할까.

 

단 한 번의 일탈로도 필생을 절치부심 쌓아온 명성과 가정의 평화를 잃게 된다는 조금은 진부한 교훈이지만, 요즘도 새겨둘 만하다. 딱 한 번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평생을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 환상을 좇아 흔들리는 마음은 인간의 본성이지만, 누구나 행동으로 다 옮길 순 없다.

 

영화를 보고 나와 바로 옆에 자리로 옮겨 앉아 조촐하지만 깔끔한 맛인 카레라이스로 식사를 했다. 영화와 식사와 차를 함께할 수 있는 꿈의 극장이었다. 더구나 밖을 바라보면 바로 바다가 보이는 풍경의 멋진 곳 바닷가 예술극장.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만 보아도 내겐 퍽 낭만적이고 인상적으로 보였다.

 

푸른 바다를 보고 싶으면 오후 5시경이나 음력 보름사리에 맞추어 오면 더 일찍 볼 수 있다고 한다. <날이 새면 언제나>, <안개 낀 밤의 데이트>, <아가씨 손길을 부드럽게>, <연인> 등 주옥같은 영화가 즐비해서 나들이 겸 다음을 기약해도 좋겠다.

 

클래식 시네마의 미스터리에 빠져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모임 주최자가 집으로 저녁까지 초대해 주었다. 정성 담뿍 담긴 식사 후 는개가 내렸던 촉촉한 정원 뜰에 앉아 차를 마시는 호사까지 누렸다. 사십 년 한집에 살며 가꾼 나무들이 연륜을 더해 깊은 숲 비밀의 화원에 몰래 들어온 것 같은 나만의 착각에 더 신비로운 밤이 되었다.

 

영화는 꿈꾸는 이들의 전유물이다. 현실의 고단함을 잊고 아주 먼 곳 마음의 그림으로 우리를 데려가 준다. 그리하여 그곳에 자유롭게, 여기가 아닌 거기를 잠시풀어놓기 때문이다. 일 년 반만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던 행운에 감사한 하루였다.

 

폐허 속에서도 인생은 이어지고 사람들은 이겨내더라!” 시인 백석의 말씀을 가슴에 안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프로필

충북 청주 출생. 1994현대시학발표로 활동 시작.

시집 플로리안 카페에서 쓴 편지,유리 자화상4

수상: 서울문예상 대상, 한국시문학상, 대한민국시인상 대상, 영축문학상 외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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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7/28 [17:02]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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