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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1.12.01 [00:51]
“줄줄이 눈물로…저 달 어이 감당할 겐가”
POET VIEW) 林 森 '달'
 
림삼 /시인

 

 

 

 

 

  


▲  pixbay.com


비단 바람 불지 않아도

거부할 수 없는 몸짓으로

달려 내리다 일순 바람 되어져

분분한 숨결로 흩뿌려지는

만추의 달빛

 

그 괴괴한 생김 생김

 

넓찍한 서산 마루

잘게 흥분한 홍엽의 얼굴이든

등성에 움추려 모질게 개화한 배꽃 잎새이든

야리야리한 실핏줄 마디마다

소담스런 꿈으로 수혈하는

이런 걸 밤이라 하던가

 

존재하는 모든 것이

전부가 달 되어

어느새 환생의 꿈 꾸고 섰는데

 

애절한듯 하다만 정작은 가사도 알지 못하는

여가수의 샹송에 취해

그냥 지그시 눈 감고

이렇게 보내면 가을은 갈 걸

 

월백한 천지 어느 한 구석까지라도

잔잔한 선율로

온통 뒤덮이는 데에야

웬지 모를 감정에 겨워

사랑 고파 북받치는 이것

 

왈칵 솟구친 설움조차

달빛 되어 줄줄이 눈물로 흘러가니

저 달 어이 감당할 겐가

 

 

 

詩作 note

내 이럴 줄 알았다. 실은 한두 번 속은 게 아니니 이번 가을에도 영락없이 그저 겅중거리기만 하다가 짧은 계절 놓쳐버릴 거라는 건 진즉에 정해진 원칙이었다. 당초 생겨먹은 모양새가 변변치 못한 위인이니, 가을을 단단히 실속있게 챙기리라는 필자의 다짐이나 각오야 지나고 나면 하릴없는 거품일 거라는 건 자신도 익히 알고 남들도 하나같이 예측하고 있던 바, 그렇게 가을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저물어가고 그 뒤 편으로, 파랗게 시린 계절이 웃음을 보내기 시작한다.

 

다가올 겨울은 또 얼마나 지악스럽게 춥고 삭막한 바람을 불어 보내려나? 벌써부터 소름이 돋고 왠지 모를 심난함에 콧등이 저려온다. 제대로 사람답게 절기를 누려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아삼삼하니, 아마도 너무도 긴 세월을 코로나 19의 횡포에 시달리다보니 계절이 바뀌는지, 시절이 흐르는지조차 무감각해진 듯 하다. 기왕지사 가을은 이미 저무는 셈이니, 이제부터라도 다시금 정신 차리고 겨울을 겨울답게. 그리고 그 후에 다시 올 봄은 또 봄스럽게 살아가야겠다는 옹골찬 소망을 속으로 다져보는 아침이다.

 

그렇지.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고, 그 추위를 이겨내며 굴하지 않을 우리네의 삶은 그렇게 매워야 제 격이지. 삶은 그저 녹록치 않고, 땡초마냥 맵고 시려서 우리를 모질게 단련시킨다는 진실을 어디 한 두 번 겪어보았던가? 그 힘겹고 고단한 질곡을 헤치고 견디며 빚어낸 날이 바로 오늘이라는 이 날 아니던가? 작은 주먹 움켜쥐며 오늘도 우리는 험난한 세상으로 걸어나간다. 오늘도 결국은 지지 않을테고, 다시 돌아와서 몸을 누일 우리의 보금자리가 예 기다리고 있으니...

 

살아온 날보다 살아가야 할 날이 더 많기에지금 조금은 초라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더라도 우리는 정작 슬프지 않다지나가버린 어제와 지나가버릴 오늘그리고 다가올 미래어제같은 오늘이 아니길 바라며오늘같은 내일이 아니길 원하면서넉넉한 마음으로 커피 한 잔과 더불어 나눌 수 있는 덕담 한 마디의 여유그렇게 시작하는 아침이라면 초라해진 나를 발견하더라도 그닥 슬프지 않을 것이다그저 누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바랄 뿐이다.

 

우리는 하루를 너무 빨리 살고 너무 바쁘게 살고 있기에 늘상 마시는 커피에도 그윽한 향기가 있음을 알 수 없고, 머리 위에 있는 하늘이지만 빠져들어 흘릴 수 있는 눈물이 없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세상은 정녕 아름다우며 우리는 언제나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있다. 지금 비록 초라하지만 넉넉한 마음이 있기에 커피에서 나는 향기를 맡을 수 있고, 하늘을 보며 눈이 시려 흘릴 눈물이 있기에 슬프지 않고, 다가올 내일이 있기에 고단한 오늘이 여유롭고, 또한 넉넉한 것이다.

 

가끔은 커피를 그윽한 향으로 마실 수 있고, 너무도 파란 하늘을 보고 가슴 벅차 눈물도 흘릴 수 있는, 그런 여유로운 마음이 되길 바란다. 우리에겐 밝은 햇살로 열려질 내일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의 삶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도 안타까워하거나 슬퍼하지 말자. 이것 또한 언젠가는 지나간다. 정작 시간이 지나면 별 것 아닌 문제였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 그러니 그저 그러려니 하고 살면 되는 거다.

 

자주 언급하는 권면이지만, 인생길에 내 마음 꼭 맞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나라고 해서 누구 마음에 꼭 맞겠는가? 그러니 그저 그러려니 하고 살면 된다. 귀에 들리는 말들이 좋게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내 말도 더러는 남의 귀에 거슬릴 때가 있을테니 그러려니 하고 살면 된다. 세상은 항상 내 마음대로 풀리지는 않으니, 마땅찮은 일 있어도 세상은 다 그렇게 흘러간다고 하면서 살면 된다. 다정했던 사람이라도 항상 다정하지만은 않고, 갑자기 헤어질 수도 있다. 온 것처럼 가는 것이니 그조차도 그러려니 하고 살면 된다.

 

무엇인가 안 되는 일이 있어도 실망하지 말아야 한다.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일이 잘 풀릴 수도 있다. 그러니 그러려니 하고 살면 된다. 사람이 주는 상처에 너무 마음 쓰고 아파하지 말아야 한다. 세상은 아픔만 주는 것이 아니니, 그러려니 하고 살면 된다. 집착하지 말고, 모든 것이 그저 그러려니 하고 살면 다 되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서 교류를 하고, 거래를 하고, 각종 사귐을 이어간다. 그 중에는 좋은 인연으로 맺어지는 사람도 있고 피하고 싶은 악연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우리가 바라는대로만 귀결되지 않는 게 사람과 사람의 관계다. 그러나 확실한 건 모든 만남의 이유와 결과는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점이다. 잊지 말고 언제나 자신에게 경고하면서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하는 것이, 바로 다른 사람과 맺어진 연결고리를 점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만남 중에서 오늘은 특별히 친구에 관해서 조금 더 생각해보고자 한다. 좋은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그 어떤 일 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좋은 친구라고 생각한다면 천리를 멀다하지 않고 찾아가 만나는 것은 너무나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친구도 처음에 만날 때는 의기가 맞아 화통하게 좋은 사이로 지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해관계에 따라 멀어지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처음에는 담담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은근한 향기와 기품이 느껴져서 오래 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옛날부터 군자들이 친구를 사귀는 것은 처음엔 물처럼 담담하지만, 그 사이가 오래 가게 되고, 소인들이 친구를 사귀는 것은 처음엔 술처럼 달콤하지만, 이해관계에 따라 만나고 헤어진다.”는 비유가 있다. ‘서애 유성룡 선생은 군자들의 사귐을 옥에 비유하고 소인들의 사귐을 모래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다. 군자들의 친구관계는 옥이 모이는 것과 같다. 서로 친하기가 따뜻하면서도 엄격하게 자신을 지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인들의 친구관계는 마치 모래를 모아 놓은 것과 같다. 처음 만나서는 서로 잘 섞이고 부류를 가리지 않고 잘 사귀나, 끝에 가서 이해관계가 없어지면 얼음이 녹듯 서로 쉽사리 갈라지게 된다. 군자와 소인의 인간관계를 옥과 모래로 비유한 서애선생의 글귀에서 우리는 중요한 인간의 도리를 배워야 한다. 바로 비옥취사(比玉聚沙)’라는 사자성어다.

 

군자의 만남은 옥이 서로 만나는 것처럼 서로를 밝혀주고 자신의 빛을 잘 유지한다는 의미를 지닌 만날 , ‘구슬 자로 이루어진 比玉이며, 소인의 만남은 모래가 서로 섞이는 것처럼 잘 부서진다는 뜻의 모일 , ‘모래 자인 聚沙. 요즘에 와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만났다 헤어졌다를 아무 주저 없이 반복하는 이 시대이며, 모래알처럼 흩어지기를 너무도 쉽게 벌이는 이 시대이니 만큼 한 번 쯤 되새겨 봐야 할 귀한 말씀이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가 만나는 친구에는 네 종류가 있다. 첫째는 많이 배운 친구인 연박우(淵博友)’. 연못처럼 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니 그런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마치 특별한 책을 읽는 것과 같다. 그래서 如讀異書(여독이서)’라고 한다. 둘째는 풍아우(風雅友)’. 바람처럼 우아한 품격을 느낄 수 있는 친구이니 그런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훌륭한 시인의 시를 한 편 읽는 것과 같다. ‘如讀名人詩文(여독명인시문)’이라고 할 수 있다.

 

세째는 근칙우(謹飭友)’. 근면하고 성실한 친구이니 이런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성현들의 경전을 읽는 것과 같다. 그래서 如讀聖賢經傳(여독성현경전)’이다. 네째는 골계우(滑稽友)’. 재치 있고 유머가 많은 친구이니 이런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좋은 소설책을 읽는 것과 같다. 이른바 如閱傳奇小說(여열전기소설)’이다.

 

그렇다. 친구란 참 많은 것을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학식이 많은 친구는 나에게 책이 되기도 하고, 품격 있는 친구는 나에게 시인이 되기도 한다. 성실한 친구는 나에게 성현의 말씀이 되기도 하고, 유머가 있는 친구는 나에게 소설책이 되기도 한다. 비록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거나, 발이 넓은 친구는 아니지만, 진정 내 인생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해줄 좋은 친구의 유형들이다. 현실적으로 자칫하면 오로지 자신의 이익과 편의에 따라 친구를 바꾸는 사례가 많은데, 진정한 친구란 어떤 친구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친구와의 만남이 원만하지 않다면 그 원인과 허물을 밖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그런 바탕이 준비되어 있는가 아닌가를 스스로 물어야 한다. 좋은 친구란 나를 속속들이 잘 알고, 나를 받아주며, 세상은 다 외면하고 내치더라도 나를 이해해주는 마음의 벗을 가리킨다. 그렇게 좋은 친구란 내 모자람을 채워주는 존재다.

 

세상에 온전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누구나 다 부족하다. 그것을 바로 친구가 채워준다. 좋은 친구는 먼 데 있는 게 아니라 바로 가까이 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지닌 좋은 요소, 좋은 향기를 내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뿐이다. 좋은 부부라는 것도 그렇다. 어떤 단점이나 부족한 부분을 상호간에 보완해주는 것이다. 다시 단언컨대 완전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소중하고 좋은 친구는 내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어줄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그렇기에 좋은 친구는 우리의 생에서 가장 귀중한 자산이다.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존재다. 그런 친구를 가졌다면 인생 자체가 든든해진다. 예컨대 그런 친구란 나를 먼저 주어야만이 다가갈 수 있는 존재인 것 같다. 이런 친구가 곁에 함께 할 수 있다면 동성 이성을 떠나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결론적으로 진정한 친구를 가졌다는 건 세상에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는 걸 자각하면서, 힘을 내며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이라서 그런지 유난히 뿌듯하고 행복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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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11/10 [00:55]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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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21/11/10 [10:30] 수정 삭제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홀로코스트 21/11/10 [22:19] 수정 삭제  
  좋은 친구는 우리의 생에서 가장 귀중한 자산이다.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존재다. 그런 친구를 가졌다면 인생 자체가 든든해진다. 예컨대 그런 친구란 나를 먼저 주어야만이 다가갈 수 있는 존재인 것 같다. 이런 친구가 곁에 함께 할 수 있다면 동성 이성을 떠나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배둘레햄 21/11/13 [21:11] 수정 삭제  
  세상에 온전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누구나 다 부족하다. 그것을 바로 친구가 채워준다. 좋은 친구는 먼 데 있는 게 아니라 바로 가까이 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지닌 좋은 요소, 좋은 향기를 내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뿐이다.
노트북 21/11/15 [18:03] 수정 삭제  
  친구란 참 많은 것을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학식이 많은 친구는 나에게 책이 되기도 하고, 품격 있는 친구는 나에게 시인이 되기도 한다. 성실한 친구는 나에게 성현의 말씀이 되기도 하고, 유머가 있는 친구는 나에게 소설책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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