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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2.05.28 [00:48]
“약속 많아 시간을 칼로 쪼개쓰던 연말”
(POET VIEW) 林 森 '연말에 머물다'
 
림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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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머물다 

  

 

 

▲ pixbay.com

 

 

 

약속 너무 많아

시간을 칼로 쪼개쓰던 연말,

그래도 넉넉한 마음으로

풋풋한 미소 날려주던 연말,

 

새척지근 묵은지에

시큼배틀 삶은 돼지고기,

홍어는 곰삭아 두엄내음 그득하니

걸쭉들큼한 얼음 막걸리 사발

군침 질질 흘리며

호연지기 아우성 피튀기던

정상시대의 그 연말

 

그 시절 그 연말들

한데 묶이어

안개속 스러지고

가슴 떨리게 호호탕탕 흐르던

거센 심상의 물결,

 

파장 들여다 본즉

오늘까지 날 먹여살린 건

월등하게 회전하던

내 잔머리였으니

 

그 속에서

뭘 해도 좋았던 계절,

빛나는 우리들의 청춘은 갔고

허무하게도 나는 이 연말

쓸쓸히 머물러 남겨졌구나

 

이 해에는

찾아주는 사람 하나 없으니

이제 난 본격적으로 외로워해야 하는 건가?

 

기대할 수 없는

짧은 시간 길이도 포함되어있기에

너무도 슬픈 동사,

그건 바로 머물다야

 

무심한듯 스치는 연말의 하루

새삼 호들갑떨 일

무에 있으랴만....

 

 

 詩作 note

어지간히 난감하던 시절의 푸념일 성 싶다. 이런 시를 적던 어떤 날의 연말은 참으로 처량하고도 비굴한 나날들이었을 게다. 한 해를 보람차게 보내고 나서 대미를 갈무리하는 목전에서라면 그 소회가 더없이 감개무량하고 뿌듯하겠지만, 제대로 이룬 것도 쌓아올린 것도 없는 주제에 하릴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세모라면 그 회한과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리라.

 

그리고 기쁨도 즐거움도 없는 엉겁결이라 해도, 기왕지사 다가선 연말의 하루라면 어서 어서 쏜살같이 지나가버리고, 다시 밝아오는 새 해에는 제발 작은 빛이라도 쨍하고 비추어지길 학수고대하면서, 행운에 기대고 싶어지는 건 현실이 고달픈 소시민 모두의 한결같은 바램이리라. 십수년 전에 이미 필자가 내뱉던 넋두리가 수많은 세월 흘러도 여전히 똑같은 염원으로 자리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인 걸 보니, 삶이란 건 여간 어려운 놀음이 아닌 듯 하다.

 

게다가 올 연말은 느껴야 하는 이 모양새가 과연 어떠한가? 마치 인간이라는 만물의 영장을 조롱하는 것 같기도 하고, 커다란 섭리를 이루려는 게시같기도 한, 사상 최악의 병마가 우리의 삶을 송두리 째 뒤흔들고 있다. 더 이상은 나빠질 것이 없으리라는 예측이 무색하게 혼란의 구렁텅이는 계속 그 끝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어쩌면 이 엄청난 고통은 그동안 우리 인류가 쌓아온 오만과 방종의 업보를 한꺼번에 치죄하려는 하늘의 준엄한 심판일 수도 있다.

 

아니면 양심도 윤리도 외면한 채 오로지 탐욕과 목적만을 위해 매진하는 가소로운 생명체들에게 자연의 거대하고 엄숙한 힘을 입증하는 단면인지도 모른다. 다분히 종교적이기도 하고 어쩌면 피상적인 핑계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지금같아서는 그저 어떤 절대적인 힘에라도 의존하여 벗어나고픈 마음만 간절하다. 불과 며칠 남지 않은 올 해가 가고, 다가오는 새 해에는 우리 모두에게 밝고 맑고 햇살같이 따사로운 일들만 가득하기를 절실하게 염원한다.

 

물론 새 해가 되면 저절로 나이는 한 살 더 먹을테고, 그만큼 더 늙은이가 되는 거지만 그게 무에 대수랴? 이제사 느끼는 거지만 단 하루를 살아도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한 거지 즐겁지도 않은 삶 붙잡고 늘어진다고 해서 거기 무슨 평화와 안식이 있겠는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늙는 것이 두렵지는 않다. 세월 따라 늙어간다는 것은 당연한 진리이고, 스스로의 힘으로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하게 늙는 것은 두렵다.

 

세상을 원망하고,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하고 미워하며, 욕심을 버리기는 커녕 더욱 큰 욕심에 힘들어 하고, 자신을 학대하며 또 주변 사람까지 힘들게 하는 그런 노인이 될까 정말 두렵다. 기왕이면 필자는 정말 멋지게 늙고 싶다. 육체적으론 늙었지만 정신적으론 복학한 대학생 정도로 살고 싶다. 늘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면서 사랑으로 넘치는 그런 노인이 되고 싶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늘 관대하고 부지런한 그런 늙은이가 되고 싶다.

 

될 수만 있다면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 늘 어떤 도움을 어떤 방식으로 줄까 고민하고 싶다. 어른 대접 안 한다고 불평하기 보다는 대접 받을만한 행동을 하는 그런 근사한 노인이 돠고 싶다. 할 일이 너무 많아 눈 감을 시간도 없다는 불평을 하면서, 워낙 오라는 데가 많아 정말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그런 늙은이가 되고 싶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고 부러워할 수 있게 멋지게 늙어가고 싶다.

 

그러다가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는 가운데, 나 자신은 미소를 지으며 떠나고 싶다. 잔은 비울수록 여유가 있다고 한다. 그것이 술이라도 좋고 세월이라도 좋고 정이라도 좋다. 우리는 마음을 비우고 조급함을 버리고, 그리고 집착을 버리고 살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잔은 채울 때보다 비울 때가 더 아름답다. 가능하다면 빈 잔의 자유를 보자. 그 좁은 공간에 얼마나 많은 것을 담고 있는지를, 빈 잔은 그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는가?

 

일이 뜻대로 되어지지 않을 때, 무언가에 자꾸만 집착해져 갈 때, 삶이 허무하고 불안하여 믿음이 가지 않을 때 빈 잔을 보자. 가슴이 뛸 때까지 보자. 뜨거운 피가 온 몸에 돌 때까지 보자. 그러면 비우는 잔마다 채워질 것이다. 투명한 것을 담으면 투명하게 보일 것이며, 따뜻한 것을 담으면 따뜻한 잔이 될 것이다. 빈 잔과 같이 항상 여유로움을 갖는 생활이 되기를 기원하다가 필자는 잠시 오늘에 머무르면서, 그렇게 연말의 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올바른 동기는 단순히 어떤 나쁜 것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시도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더 나은 것을 향해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쉬운 출구를 찾고자 할 때, 그들은 대개 자신들을 바꾸지 않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환상에 걸려 넘어진다.” 이 말은 킴 마이클즈빛을 향한 내면의 길중에 나오는 내용이다. 우리는 더 나은 것을 향해 걸어간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해 함께 걸어간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땀을 흘린다. 올 해보다 더 행복한 내년을 기대하며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기 위해 비우고 버리고 희생도 한다. 쉬운 길은 결코 아니다. 그렇지만 어렵기 때문에 도전할 만한 것이다. 그 첫 출발점이 올바른 동기다. 그런 접점이 없이는 어떠한 새로운 시작도 기약할 수 없다. 어떤 계기나 전환점은 스스로 만드는 동기부여와 상통한다. 우리의 내년은 필경 올 해보다 나으리라는 믿음과 확신은 우리의 절대적인 염원에서 비롯되는 귀결이라고 여겨야 한다.

 

어떤 심리학자가 겪은 일이다. 하루는 공사판에서 흥미로운 인부를 만났다. 모든 인부들이 바퀴 2개짜리 수레를 쳐다보면서 손잡이로 밀고 가는데, 딱 한 인부만 수레를 끌고 갔다. 심리학자는 다른 인부와 다른 행동을 하는 그가 혹시 자아(ego)가 강한 사람은 아닐까 하고 이유를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수레를 보면서 밀고 가는데 어째서 당신만 끌고 갑니까?”

 

그러자, 인부는 별 이상한 것을 다 물어본다는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이야기하였다. “하도 밀고 다녀서 꼴보기 싫어서 그래요.” 심리학자는 순간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수레를 끌고 가는 인부를 보면서 깨달은 것이 있었다. 수레를 밀고 가는 사람은 평생 수레만 봐야 하지만, 그처럼 수레를 끌고 가는 사람은 하늘과 땅, 세상을 볼 수 있다. 결국엔 인생의 주인공이 그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겪는 인생의 수레는 많다. 자식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 돈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 대박만 쫓아다니는 사람, 사랑만 찾아다니는 사람... 그들은 하루 종일 수레만 쳐다보며 밀고 다니는 인부와 다를 바 없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살아가는 건지 아니면 살아지는 건지를 잘 구별해야 한다. 인생의 주인공이 나라면 살아간다는 말이 맞지만 누구를 위해 살고 있다면, 즉 주인공 자리를 누구에게 빼앗겼다면 그것은 살아지는것이다.

 

열정을 잃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꾸물거리거나 계속 미루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직접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긍정적 태도의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각이 났다면 지금 당장 실행하자. 미국의 한 여배우도 이런 말을 남겼다. “꾸물거리는 사람은 늘 꼴찌만 한다.”

 

가령 나에게 어느 날 문득 몇 년간 만나지 못했던 대학 친구에게 연락을 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바쁜 나머지 이를 실천에 옮기지 못하면 전화기를 들기까지 몇 달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또는 이모에게 오랫동안 연락을 취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메일이라도 보내고 싶다는 마음을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복잡한 일에 신경을 쓰다 보면 어느 새 몇 년이 후딱 지난 것을 발견하게 된다.

 

또는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남겨준 고교 시절의 은사에 대한 회상에 잠겨 있다가 잠깐 짬을 내서 감사의 편지를 쓸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분이 다른 곳으로 떠나셨으면 어떻게 하나?’ 또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든다면 아이디어는 슬그머니 자취를 감출 것이다. 이렇게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그것의 실행 기회를 유보하거나 놓쳐버린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에 대해 좋은 감정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지금 바로 실행하는 것이다. 일단 행동에 옮긴 뒤 생각하도록 하자.

 

울력이라는 참 고운 우리 옛말이 있다. 울력이란,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아 일하는 것을 말한다. ‘두레품앗이와도 조금 유사한 부분이 있지만, 특별히 구름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일한다고 해서 구름 운()’자를 사용하여 운력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래도 울력이라는 순우리말이 갖는 아름다움이 훨씬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정겹기도 하고 마치 입에서 나는 소리라기 보다는 마음으로 읊조리는 소리 같아서 친근하기도 하다.

 

울력은 원래 불교 용어였다고 한다. 사찰에서 수행하는 모든 과정이 울력이기도 했고, 다른 한 편으로는 노동에서도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사찰만이 아니라 마을공동체에서도 일손이 부족한 집을 찾아 보수를 받지 않고 도와주던 아름다운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추수를 할 때 가난한 이웃을 위해 논에 한 귀퉁이를 남겨두고, 떨어진 낱알을 줍지 않고 남겨 두는 건 역시 울력에 포함된 아름다운 마음이었다. 서로를 위해 울력하는 세상,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너그럽고 따뜻한 세상을 꿈꿔본다. 울력이라는 아름다운 우리말이 더 많이 더 널리 사용되었으면 좋겠다 싶은 올 해 끝자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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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12/21 [15:44]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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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21/12/22 [20:46] 수정 삭제  
  우리가 겪는 인생의 수레는 많다. 자식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 돈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 대박만 쫓아다니는 사람, 사랑만 찾아다니는 사람... 그들은 하루 종일 수레만 쳐다보며 밀고 다니는 인부와 다를 바 없다.
청산 21/12/22 [22:32] 수정 삭제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노트북 21/12/22 [22:34] 수정 삭제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땀을 흘린다. 올 해보다 더 행복한 내년을 기대하며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기 위해 비우고 버리고 희생도 한다. 쉬운 길은 결코 아니다. 그렇지만 어렵기 때문에 도전할 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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