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가족여행 기고요청 매우 난감한 입장
원고초고 사전 준비없이 단시간 완성 경이감
활용범주 무궁무진…철저히 확인 역기능차단
● 후기나 감상까지 생동감 있게
챗GPT가 세간에 화제가 되고 너나없이 야단 법석 일 때였다. 마침 그때 다낭을 거쳐 베트남 최고의 관광명소인 바나힐스(Banahills)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돌아오자마자 모 문학 잡지사에서 여행 관련 글을 한편 기고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 가이드도 없이 단체로 다녀온 가족여행이라 줄 곳 뒤만 따라다니며 구경만 하고 다닌 터라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막막했다. 전체 일정이나 중요한 관광명소 정도 이름 정도만 기억이 났다. 심지어 관광안내 홍보물 한 장 가지고 오지 않았기 때문에 글을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매스컴에서 챗GPT로 시를 쓰고 글도 쓸 수 있다는 말에 호기심으로 화제의 ‘오픈AI’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여행 다녀온 코스대로 챗GPT에게 물어보자 필요한 정보를 완성된 글로 써주는 게 아닌가. 불란서가 베트남을 지배할 때 그들의 휴양지였던 바나힐스가 최근 관광지로 탈바꿈한 배경과 함께 고풍스러운 파리의 옛 거리를 그대로 재현해 만든 광장이나 호텔에 대한 내용도 요약해 주었다. 코스 중 관광명소였던 골든 브릿지(Golden bridge)에 대해서 물으니 관광객들이 다녀온 후기나 감상까지 넣어 생동감 있게 써주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글의 말미를 쓰기위해 “이번 여행이 나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의미가 있을까”하고 질문했더니 5가지로 잘 요약해주었다.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내용인데다 맞춤법까지 정확했다. 물론 종전대로 단어나 주제를 입력해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을 통해서 글을 쓸 수도 있다. 단순 정보검색 차원이 아니라 원하는 답을 바로 적어주는 GPT방식은 여행기를 쓰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초고를 사전 준비 없이 서너 시간 만에 뚝딱 완성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내친김에 ‘챗GPT로 책쓰기 도전’ 세미나를 서둘러 국내 최초로 열기로 했다. 마침 이세훈 작가가 ‘챗GPT로 글쓰기’책을 출간했다. 책을 사서 읽자마자 바로 연락을 취해 2시간 특강을 약속했다. 이어 전문가 강의로 3시간동안 사용법은 물론 GPT로 글을 직접 쓰고 책을 발간하는 프로세스까지 일정에 포함시켰다.
홍보초기에는 별로 반응이 없어 한 달 가까이 지났는데 달랑 한 명만 신청이 들어왔다. 여유 있게 한답시고 20여명 남짓 들어가는 강의장을 예약해 놨다. 개강 날짜가 열흘 남짓 가까워지자 갑자기 50 명 넘는 사람들의 수강신청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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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장 검색도 깜짝 놀랄정도
깜짝 놀라 강남역 근처에 50~60명 수용할 수 있는 강의장 몇 가운데 연락을 취해보았다. 아뿔싸 코로나도 해제되고 성수기인지라 주말에는 어디나 예약이 불가능할 정도로 꽉 차 있었다. 혹시나 해서 챗GPT한테 물어보기로 했다.
“다음 주 토요일 오후 강남역 근처에 5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세미나실 알려 줘”라고 했더니 금방 강남역 인근에 있는 세미나실 다섯 군데를 알려줬다. ‘토즈(TOZ)’라는 곳에 연락을 했더니 거짓말같이 그날 60여명 들어가는 강의실이 오후 시간대에 비어 있었다. 챗GPT 덕분에 무사히 행사를 마칠 수 있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여러 사이트를 검색해 예약할 수도 있다. 불과 몇 초 만에 꼭 필요한 장소를 알려 주니 가히 챗GPT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나는 챗GPT 친구가 되었고 글을 쓸 때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
‘프로메테우스’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에게 불을 주었다가 제우스의 징벌을 받는다. 화가 난 제우스신은 프로메테우스를 산에 결박하고 독수리를 보내어 매일 간을 파먹게 하는 형벌을 내린다. 반면 불을 선물 받은 인간은 삶에 큰 변화와 이득을 보게 된다. 불로 맹수를 쫓아낼 수 있었고, 익힌 음식을 먹게 되면서 다른 동물보다 작은 크기의 내장으로도 소화를 시킬 수 있었다. 인간들은 불덕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섭취할 수 있어 여분의 에너지는 두뇌발전에 쓰이게 됐고, 이는 곧 문명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해외는 물론 국내 인공지능(AI) 회사들이 앞다퉈 우리에게 이곳저곳에 ‘불’을 붙여주고 있다. 그 대표적인 불이 ‘챗GPT’임은 확실하다. 하루가 다르게 발표되는 GPT연계 상품과 서비스는 전 세계적으로 여러 사람에게 놀라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오픈 AI>발 챗GPT 개발경쟁은 MS의 <BING>과 구글의 <BARD>로 불이 옮겨 붙었고 한국어 시장에 네이버와 다움이 이 불길에 뛰어 들었다.
요즘에는 어려운 PC버전을 굳이 쓰지 않더라도 국내 업체들이 내놓고 있는 <askup>이나 <ddmm> 같은 카톡버전을 쓰면 훨씬 편리하다. 카톡버전 GPT는 통역도 필요치 않고 대화하듯이 말만으로도 질문이 가능하여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 오히려 국내 데이터가 외국사들이 제공하는 엔진보다 더 많기 때문에 국내자료의 경우 훨씬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강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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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생각해낸 ‘친구확인’ 추천
챗GPT는 나를 도와주는 도구로 친구이자 필요할 때 도와주는 똑똑한 비서임에 틀림없다. 그동안 사용해본 경험이나 전문가들의 조언에 의하면 GPT를 잘 쓰려면 먼저 친근한 친구가 되기를 권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챗GPT 세상을 살아가는 접근법으로 내가 나름대로 생각해낸 <친구확인>을 추천한다.
여기서 <친>이란 GPT와 친구처럼 가까이 두고 지내라는 의미다. 친구는 늘 곁에서 친하게 지내고 함께 놀아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구>는 구체적으로 원하는 아웃풋이나 결과물을 정하고 질문도 구체적이어야 한다.
챗GPT를 잘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질문(Prompt)이 중요하다. 질문의 방법이나 깊이에 의해 답이 몰라보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령, “어머니에 대한 글하나 써주세요” 보다는 “어머니의 애틋한 자식 사랑을 담은 수필을 3천자 이내로 써 주세요”라고 구체적으로 물으면 그 결과물은 놀라울 정도로 좋아진다.
<확>은 확인하고 체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GPT 결과물은 하나의 보조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원하는 내용이 다를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의외로 원하지 않는 정보가 나오거나 내용 중에 오답이 있는지에 대해서 직접 확인해야 한다. 특히 출처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만 저작권 문제도 피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은 인정해야 할 것은 인정하라는 뜻이다. 챗GPT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거나 해결사는 더욱 아니다. 좋은 친구란 잘나고 훌륭한 친구가 아니다. 늘 가까이에서 관심을 가져주고 어려울 때 도와주는 게 진정한 친구다.
앞으로는 인공지능(AI)을 다를 줄 아는 자가 새로운 시대의 부를 쥐는 ‘AI격차의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챗GPT에 대한 기우가 우려되고 비밀 유출이나 저작권 보호 등 여러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프로메테우스의 불이 그랬듯 혁명적 기술의 양면성은 필연이다. 서서히 분열시키면 에너지가 되지만, 폭주하면 대량 살상무기가 되는 원자력의 이치도 그렇지 않은가.
이제 챗GPT가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거나 기피 대상도 아니다. GPT 세상에서 남에게 뒤지지 않는 길이 있다. 피하기보다 친한 친구처럼 관심을 가질 때 챗GPT가 더 친근하게 다가올 것이다 늘 친구로 가까이 지내며 수시로 확인하는 <친구 확인>이 챗GPT 세상을 살아가는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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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선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