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권침해…단순한 해법’ 능사인가?
지난 7월 18일,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2년 차 초등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이 학급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안 등으로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교육계에서는 사망 경위를 철저히 규명해달라는 요구가 거세다. 악성 민원이 학부모 때문이란 혐의 속에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서 정부와 여권은 교권 추락의 주범으로 지목된 ‘학생인권조례’부터 손보겠다고 나선 형국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24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교권 강화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과 조례 개정 등을 지시하면서부터이다.
즉각,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포함한 후속 대책을 내놨다. “학생 인권만을 주장해 교원의 교육활동과 다른 학생의 학습권이 더 이상 침해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며 “일선 현장에서 구체적인 생활 지도의 범위를 규정한 교육부 고시안을 8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여권 국민의힘도 원내대책회의에서, “학생인권조례는 ‘학부모 갑질 민원 조례’로 변질됐다. 교권을 침해하거나 학습권을 방해하는 조항에 대해 교육감과 협의해 개정 또는 폐지를 추진하겠다”며, 힘을 실어 주었다.
금번 여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한국 공교육의 주체인 교사의 위상이 현저하게 추락하고 있다는 여론 조사는 심각한 수준 그 이상이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이하 초교조)이 지난 7월 21일부터 24일까지 실시한 ‘교권침해 실태 설문’에 전국의 초등교사 2390명이 참여했고, 그중 교권침해를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전체의 99.2%인 2370명에 달했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교권침해의 유형으로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 (49%)’이 가장 많았다.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불응, 무시, 반항(44.3%)’, ‘학부모의 폭언, 폭행(40.6%)’, ‘학생의 폭언, 폭행(34.6%)’이 뒤를 이었다.
초교조는 △체계화된 민원처리시스템 △정당한 생활지도권 보장 △아동학대 관련 법안 개정 등을 요구했다. “그동안 교사들은 각종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 아동학대 위협을 온몸으로 감당하며 무력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며 “교사도 보호해서 교육이 바로 설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교육계에서는 계속 높아지고 있는 퇴직률이 무너진 교권 추락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명예퇴직의 결정적 이유는 다른 요인보다 교권 추락 탓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한 교육·생활 지도에도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에 시달리는 교원들이 많다”며 “제대로 된 학생 지도조차 할 수 없는 무기력한 교권이 교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결국 지금의 ‘퇴직 러시’를 만든 것이다”라는 자체 평가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올 5월 23일 발표한 ‘교육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초·중·고등 교원들의 2021년 명예퇴직 교원이 총 6594명으로 확인됐다. 이전까지 명예퇴직자 수는 2014년 8132명으로 최고 수치를 기록한 후 2015년 5134명, 2016년 4313명으로 감소세이지만, 2017년 4731명으로 다시 오르더니 2018년 6268명 이후 4년 연속 60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초등 교원의 경우 명예 퇴직률이 2005년 0.2%에서 2021년 1.1%로 5배 이상 높아졌다. 중등 교원과 고등 교원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각각 0.2%에서 2.5%, 0.3%에서 2.1%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 ‘인권조례-초·중등교육법’ 보완 관계
최근에 교육 시스템 내에서 커다란 변화의 조짐이 빈번히 나타났다. 교사의 권위가 지속해서 추락하고 부모의 비정상적 관여가 물의를 일으켰다. 한때 개인의 성장과 지적 발달의 토대이자 근간이었던 교사에 대한 존경심의 침체현상 가속화로 갖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특히 통신매체의 혁신적 발전으로 학부모는 직간접으로 학습시간 내내 자녀에게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부정적 측면이 긍정적 요소를 훨씬 능가한다. 부모의 과잉 간섭과 교권 추락의 결과는 다양하다. 무엇보다도 규율과 구조가 부족하여 학습 분위기가 저하된다. 학생들은 최종적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혼돈을 겪을 수밖에 없으며, 이는 규칙과 경계가 모호한 환경으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학부모의 교권 침해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여론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성찰을 거듭하게 만든다. 사망 전 학부모 전화 등으로 괴로워했다는 제보 등이 이어지면서, 교사들은 학생의 인권이 과도하게 강조돼 교사가 힘을 상실한 구조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와 서울, 광주 등 6개 시도에서 채택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는 주로 체벌이나 두발 및 복장 규제 등 인권 침해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교 내 학생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교사의 정당한 교육 행위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학생인권조례는 ▽ 차별받지 않을 권리 ▽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 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의 자유▽ 소지품 검사 금지, 휴대폰 사용 자유 등 사생활의 자유 보장 ▽ 양심·종교의 자유 보장 ▽ 집회의 자유 및 학생 표현의 자유 보장 ▽ 소수 학생의 권리 보장 등을 담고 있다.
수년간 학생 인권을 우선 강조하자 교권은 상대적으로 위축되었다. 이런 ‘학생인권조례’에 보완책으로 국회는 지난해 12월 8일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한바 있다. 개정 ‘초·중등교육법’에는 학교의 책임자와 교사가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는 한편, 교사의 원만한 교육활동 보장을 위해 법령과 학칙에 따라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학생과 학부모의 교사에 대한 폭언과 폭행이 만연해지자 법률 개정에 이른 것이다.
이처럼, 교사와 학생이 대척점에 있는 구도로 흘러가면서 학생 인권을 축소하면서 교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학생 인권과 교사의 교육활동은 상호 보완적이어야 한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침해되는 요인과 양상은 다양하다. 원인을 어느 하나로 좁혀 단순화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이다.
● ‘교사‧학생‧학부모’ 모두 합심 노력해야
교사는 자신의 전문성과 학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과 자율성을 부여받아야 한다. 부모와 교사는 자녀와 학생의 교육적 성장과 인권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상호 신뢰와 존중의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선, 교육 기관은 교사에게 효과적인 학급 관리전략, 의사소통 및 갈등 해결 기술을 제공하는 전문성 개발 프로그램에 공을 들여야 한다. 이에 대한 세부전략으로는 ▽ 교권침해 학생·학부모 등에 대한 조치 강화 ▽ 피해교원에 대한 상담·치료 등 지원 ▽ 교권침해 은폐 방지 및 예방 강화 ▽ 교권보호를 위한 인프라 구축 ▽ 교권보호 법적 기반 확립 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학부모들이 무조건 자기 자식을 감싸는 비이성적 행태도 반성이 필요하다. 이에 못지않게 가해자를 찾아내 희생양을 삼고 마무리하는 일회적 진상규명이 아니라 교육 참상의 원인을 찾아내 근본 해결해야 한다. 교사에 대한 존중과 존경은 학생이나 학부모의 기본이다. 또한 교사의 교권과 학생의 인권은 함께 존중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와 교육 당국, 학부모와 학생 등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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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선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