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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4.02.25 [14:15]
“첫눈 내리는 창밖…끈적한 뮤직”
 
림삼 시인

 

 

 

기억 속에서도 첫눈은 내리더니   

 

▲  pixabay.com

 

첫눈 내리는 창밖

끈적한 뮤직 흐르고,

 

길 모퉁이 작은 카페 이 자리는

그 날과 흡사하여

마주앉았던 그니 하이얀 웃음

상큼 조영되는데

 

나 추억하는 동안 식어버려

향도 맛도 떨어진 커피잔

덩그라니 앉아 세월 탄하다

 

쓰디 쓴 약 털어마시 듯

한꺼번에 삼키는 울대 언저리

쓸쓸하고 애달픈 맛

올올이 깊어지면서

 

아주 오래 잊지 못해

차가움 아래 묻어두었던 그리움

꺼내 돌이키는 심상엔

문득 피 나는 기억, 기억, 그런 기억,

 

기억은 먼지조차 앉지 않고

아직은 이토록 생생해

가슴으로 시큰해지다

 

!

저 눈은 분명 그리움을 담았구나

기억 속의 그 첫눈인 양, 그렇기에

이다지도 그리웁게

내리는 거로구나

 

눈을 감는다

마음에 오래도록 담아두었던

그니 모습 되새겨보는 듯,

그날 첫눈으로 내려오던

창밖 그리움 그리는 듯,

 

사부작이 기억 속에서도

첫눈은 내리더니

오늘 첫눈 내리는 창밖

작은 카페에 뮤직은 흐르고

끈적여서, 그리워서, 너무  

 

詩作 note 

겨울에는 그저 따스하고 푸근한 정경이라야 보기 좋다. 따스한 벽난로가 지펴진 따스한 카페에서 마시는 따스한 커피 한 잔, 거기다 푸근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스피커 앞에서 다소 수다스럽다 하더라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겨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마주앉은 그게 누구이든, 언제이든, 그리고 몇 사람이든 상관 없다. 그냥 겨울 한 가운데라서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 밖을 바라볼 수만 있으면 된다. 외부가 추울수록 실내의 따스함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질테니까.

 

삶이 그런 거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상황과 판단의 기준에 따라서 더할 수도, 덜할 수도 있는 느낌 덩어리가 바로 삶의 속살이다. 내가 어떻게 여기고, 내 생각이 어디 쯤 머무느냐에 따라서 행복과 불행의 구분이 지어진다. 평온과 불안의 차이는 불과 종이 한 장 차이다. 마음 먹기에 따라서 사랑할 수도, 미워할 수도 있는 것이며,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는 문제를 오해와 불신의 나락으로 끌어당기게 되기도 한다. 그냥 자연스럽게 발산되는 자신의 주관이 결국은 자신의 삶의 색깔을 좌우하는 열쇠인 셈이다.

 

올 겨울 들어 이미 첫눈은 내린 지 한참 되었다. 목하 겨울의 한 가운데를 향해 줄달음치고 있는, 계절의 송곳마루턱 쯤에 우리는 머물러 있다. 이 겨울을 어떻게 좀 더 따스하게 보낼 수 있을까 하는 궁리는 필자의 제법 심각한 고민거리다. 나이가 이만큼 들고 보니 이제는 겨울살이도 수월치가 않은 느낌이다. 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속내의를 주섬주섬 챙기게 되고, 답답하다고 내팽개쳤던 겨울목도리를 다시금 꺼내들고 만지작거리게 된다.

 

나이에 장사 없다더니 벌써 필자도 늙은이 축에 들어선 건 분명타. 비록 거부하고 사양하고픈 심사야 간절하다만 세월의 횡포가 어디 그리 녹록하겠는가? 인정머리 없는 녀석의 그 질겨빠진 손버릇에 이미 농락당하고 있는 처신이 참말로 처량하고 궁상맞아 한숨만 늘어간다. 이제 올 겨울을 포함해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겨울을 살아낼까? 겨울 거리를 천천히 걷다가 문득 헤아리고 싶지 않은 나이가 떠올라 미친 듯이 속도를 올린다. 내가 아직은 이렇게 힘이 넘치는데, 이렇게 잘 걷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사실은 퍽도 쌩쌩하거늘 이 무슨 청승인가?

 

허기사 무작정 오기만 부린다고 해서 진리를 거스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언젠가 때가 되면 육신마저 버리고 가야 한다. 그런데 무엇이 그리 절실하게 필요할까?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노력해야 할 것은 사실, 얼마만큼 소유할 것인가가 아니라 소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얼마만큼 감사해야 할까가 아닐까 싶다. 어차피 우리의 삶은 유한하다.

 

그리고 반복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집착도 미련도 버려야 할 것이라면, 가지고 있는 것을 잃을까 봐 전전긍긍해야 할 것이 아니라 버려야 할 것은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어떤 것을 향해 희망찬 행진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이라는 이 날이 우리에게 주어진 건, 돌려서 생각하면 삶이 우리에게 큰 선물을 준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물론 삶의 요소에서 어제의 경험도 중요하고 내일의 꿈도 소중하지만, 가장 귀히 여겨야 하는 건 오늘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무언가를 막연하게 아끼지 말자. 예를 들자면 좋은 음식을 다음에 먹겠다고 냉동실에 고이 모셔두지 말자. 어차피 냉동식품 되면 신선함도 사라지고 맛도 변하게 된다. 그러니 맛있는 것부터 먹는 것이 상책이다.

 

그리고 좋은 것부터 사용하자. 비싸고 귀한 거라고 아껴 뒀다 나중에 쓰겠다고 애지중지하지는 말자. 유행도 지나고 취향도 바뀌고, 그러다가는 몇 번 쓰지도 못하고 버리게 되는 고물로 전락할 거다. 또한 별스런 이벤트를 준비한답시고 특별한 날을 기다리지 말자. 그런 날은 고작 1년에 몇 번이다. 그 보다는 하루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자. 모든 것은 내 마음에 달려있다. 오늘이 가장 소중한 날이다.

 

사람의 삶을 엮는 것은 마음으로 가는 길이다. 행복을 찾는 것도 마음의 길이고, 사람을 다듬어가는 것도 마음이다. 그리움을 담고 아파하는 것도 마음의 길이며, 보고 싶어 안타까워하는 것도 마음이다. 고독한 삶을 사는 것도 마음이며, 그러한 삶을 집필하는 것도 마음이다. 우리들의 삶 또한 마음에서 오는 것이며, 또 다른 도약을 꿈꾸며 나아가는 것도 마음이다.

 

잘못된 삶을 깨닫지 못하는 것도 마음이고, 배려와 베품을 행하는 것도 마음이다. 좋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도 마음이며, 그것을 행하는 것도 마음에서 오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깨달아 부풀어오르는 것도 마음이며, 삶을 방관하는 사이 변하는 것도 마음이다. 이런 마음을 잘 가꾸어서 행복으로 가는 길을 마음으로 엮어 가는 하루가 되고 싶어지는 마음이다.

 

삶은 언제나 알 듯 모를 듯, 잡힐 듯 말 듯, 우리에게 다가온다. 왜 삶은 정확한 정답을 주지 않는 것인지, 왜 공부를 해도 해답을 가르쳐주지 않는지,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아마 삶은 지금 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계속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우리는 삶에 있어서 우리가 정답에 가까이 갈 수 있는 법칙 하나 쯤은 알고 있다.

 

그것은 그래도의 법칙에 충실하는 것이다. 세상 일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을 때, ‘그래도하며 고쳐 사는 것, 다른 사람이 나를 힘들게 할 때, ‘그래도하며 그들에게 다시 한 번 내 사랑을 보여주는 것. ‘그래도의 법칙에 충실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자신의 삶을 가장 확실하게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 지혜로 깊어지려면 순수한 집중을 통해 삶의 밀도를 의식해야 한다.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응시함으로써 자기 존재에 대해 자각해야 한다. 나는 어디서 왔는가, 왜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자기 자신에 대해 근원적인 물음을 던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바로 관조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외부의 정보에서 벗어나 자기 마음 속 소리를 들어야 한다. 홀로 있는 시간은 본래의 자기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다. 벌거벗은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계기다. 하루하루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비춰볼 수 있는 거울 앞이다. 그리고 내 영혼의 무게가 얼마 쯤 나가는지 달아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이기도 하다. 자신에게 성실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삶을 대할 때 가장 먼저 성실을 기억해야 한다. 성실성이 성공의 첩경이다. 성실하지 못한 것이 불성실이다. 불성실은 실패의 근본 요인이 된다. 사실, 성실의 반대말은 실성이다., 성실하지 않으면 실성한다는 말이다. 성공의 사닥다리를 발 빠르게 올라가고, 남을 앞지르는 영악한 잔꾀가 사람을 성공시킬 것처럼 보이지만 한 순간일 뿐이다.

 

다시 강조하자면, 성실하지 못하면 불성실을 넘어 실성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실성하면 신뢰를 잃고, 사람을 잃고, 일을 잃고, 마침내 자신의 삶도 송두리 째 잃게 된다. 하지만 성실은 처음부터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리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에 있어서 성실은 처음이며 끝이다. 성실한 사람은 삶의 보답을 소망으로 삼을 수 있다.

 

사람의 몸에는 여섯 개의 소용되는 부분이 있다. 그 중에서 셋은 자신이 지배할 수 없지만, 또 다른 셋은 자신의 힘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전자는 눈과 귀와 코이고, 후자는 입과 손과 발이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없고, 듣고 싶은 말만 골라 들을 수도 없다. 또한 맡고 싶은 냄새만 선택해 맡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의지에 따라 좋은 말만 할 수 있고, 손과 발을 이용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 잘 새겨보아야 할 말이다. 우리가 살다 보면 정말로 아주 중요한 일을 앞두고서 갑자기 몸이 아플 때가 있다. 그래서 계획했던 일을 못 한다거나, 약속을 못 지키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 때 만큼 외롭고 힘들고 서럽고 괴로운 순간이 또 있을까?

 

그런데 막상 지나고 보면 그 순간 나에게 쉼을 선물한 그 아픔이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프다는 건 어쩌면 마음이 쉬고 싶다고 몸이 우리에게 보내는 간절한 SOS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욕칠정(五欲七情) 다 내려놓고 가끔은 좀 아프거나, 꽉 짜여진 현실 앞에서 조금은 어설퍼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몸과 마음, 그리고 머릿속까지 힐링하는 날을 가끔은 만들어가며 올 겨울을 살아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는 아침이다.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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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2/04 [21:14]  최종편집: ⓒ 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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