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잼버리 파행 이후 ‘극적인 유치’
내년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개최지가 전북으로 최종 확정됐다. 전라북도에 따르면, 전북도와 전주시가 재외동포청이 주관한 “2024년 세계 한인 비즈니스대회(구 한상(韓商)대회)” 개최지 공모에서 최종 선정됐다고 지난 10월 7일 밝혔다. 한편, ‘2024년 세계 한인 비즈니스대회’는 전라북도와 전주시 공동 주관으로 내년 10월 중 3일간 전주 한옥마을 일원에서 개최된다.
이날 대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10월 유치 제안서를 제출한 전북도와 인천광역시, 제주특별자치도의 유치 제안설명을 숙고하고, 지난달 재외동포청과 외부 위원들의 현장실사 결과와 유치희망지역의 제안 내용을 면밀히 검토했다.
이어 전 세계에 거주하는 운영위원들의 투표를 거쳐 전북-전주를 최종 개최지 선정에 이른 것이다. 이는 당초 기반시설이 넉넉한 인천과 제주의 우위가 점쳐졌지만, 막강한 경쟁 상대를 제압하고 불가능에 가까웠던 유치를 성공시킨 극적인 사례이다.
2024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는 60여 국가에서 한인 경제인 3000여 명이 대거 참석한다. 그동안 ‘세계한상대회’라는 이름으로 2002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에서 개최됐고, 올해 제21차 대회는 지난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렸다. 2024년부터는 한국과 미국을 번갈아 가며 개최된다.
전 세계 한인 경제인의 대표적인 네트워크 행사인 ‘2024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는 잼버리 국제행사 실패지로 낙인이 찍혔던 전라북도로서는 내년 10월 치러질 이번 행사를 통해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는 전기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잼버리 파행…명예회복 전환점
2023년 8월 1일부터 8월 12일까지 대한민국 전라북도 부안군 새만금 일원에서 진행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후 처음으로 열린 잼버리다. 그러나 야영장의 위생상태가 최악인 데다 단체로 온열 질환 및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는 등의 여러 논란이 이어지면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엄청난 비판에 직면했다. 결국 끝없는 논란에 설상가상으로 태풍 카눈의 북상까지 겹쳐 참가자 전원이 새만금에서 조기 철수하면서 미숙한 대응이 국제 사회에 드러나면서 비판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역사 이래 정부의 국토개발 대표적 국책사업이었던 새만금 예산마저 대폭 삭감됐다. 지난 8월 29일 기재부가 발표한 내년도 새만금 SOC 사업 예산은 부처반영액보다 78% 대폭 삭감된 1479억 원이다. 삭감액은 무려 5147억원에 이른다. 이를 두고 지역사회에서는 정부가 8월 1일부터 새만금에서 시작된 잼버리 파행을 빌미로 보복성 예산 삭감과 정치적인 책임을 전북으로 전가한 결과라는 의혹이 지배적이다.
일부 정부 여당 소속 의원들은 잼버리가 파행 이전 새만금 사업 부지 선정부터 새만금 예산 훔쳐가기 등 무분별한 정치 공세를 이어갔다. 기재부의 정부 예산 발표를 앞두고 중앙부처와 정치권 사이에서 새만금 예산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언이 널리 회자되었다.
그러나 예산삭감의 후처리 과정은 문제가 한층 심각하다. 국토부가 요구한 내년도 예산의 11퍼센트인 66억 원만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에 민간 사업자 선정 등 모든 절차가 중단되면서 오는 2천29년 개항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딜레마는 비단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예산이 대폭 깎인 10개 새만금 기반시설 조성 사업 모두 착공을 미루거나 완공 시기를 늦출 가능성이 한층 커진 것이다. 문제는 공사가 멈추더라도 현상 유지를 위한 막대한 관리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여러 토목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새만금 신항만 공사의 경우, 공사 기간 연장에 따른 안전관리비 등으로 최대 60억 원이 추가로 들어가고, 새만금지구 내부개발 사업인 가력선착장 공사 역시 간접사업비 등으로 35억 원이 필요하다. 새만금 수목원 조성도 공사를 멈출 경우 현장 유지·관리비용 18억 원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갑작스런 새만금 사업 예산 삭감으로 쓰지 않아도 되는 소중한 세금 백억 원 정도를 날리는 셈이다.
아울러 공사 기간이 늘어지는 만큼 인건비와 자재비용 등 전체 사업비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뚜렷한 이유와 대책도 내놓지 못한 정부의 새만금 예산 삭감이 오히려 막대한 세금 낭비를 불러오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면에 직면한 것이다.
전북도는 이러한 내우외환의 위기를 잘 극복하면서, 이번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유치가 국내외 기업인들에게 새만금이 전세계적으로 국토리모델링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아끼질 않아야 한다.
● 지역균형발전의 ‘간절한 염원’
“식품과 그린바이오산업, 이차전지 등 전북의 신산업을 해외시장에 소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김관영 전북도지사)
잼버리 이후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는 전북의 첫 국제 행사 유치로 의미가 크다. 내년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개최지 결정을 놓고 전북과 인천, 제주의 경쟁은 막판까지 치열했다. 각 지자체의 최종 PT 이후 치러진 1차 투표에서 제주가 일찍이 탈락하면서 인천과 맞붙은 결선투표에서도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다.
대회에서 요구하는 대규모 컨벤션센터와 넉넉한 호텔은 물론 접근성에 재외동포청까지 갖춰 당초부터 유치 성공을 자신만만했던 인천. 하지만 결과는 극적 반전이었다. 컨벤션센터도, 5성급 호텔도 없어 대회 개최 조건조차 미달이었던 전북이 과반수를 얻어 내년 대회 개최지로 최종 확정된 것이다.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개최 경험이 없는 전북이 개최지로 선정된 데 대해 전북도는 고국의 균형발전을 염원하는 한인 기업인들, 특히 운영위원들의 각별한 관심과 지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북을 지지한 운영위원들은 새만금을 중심으로 낙후된 경제를 회복하기 분투하고 있는 전북 도민들에게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가 새로운 발전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염원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전북도는 밝힌다.
이와 함께 세계 한인 비즈니스대회에 참가하는 국내외 기업인들의 수요에 바탕을 둔 비즈니스 성과 거양(擧揚) 전략(BPA, Business Promotion Agency)을 선도적으로 제시하고, 한옥마을 등 전북의 유·무형 유산 그리고 산업을 연계해 해외 한인 기업인들의 전북 방문 의지를 견인하는 전략이 유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전북도는 대회에 참가하는 해외 기업인들의 비즈니스 협력 수요를 사전에 조사해 국내 기업들과 연계함으로써, 대회 참여 국내외 기업인들의 만족도를 배가시켜나가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전북도는 한상 대회가 한인 비즈니스대회로 격상된 후 국내에서 개최되는 첫 행사인 만큼, 대회 취지에 맞게 전북의 강점 산업분야인 식품, 그린바이오, 이차전지, 탄소, 건설기계 등을 넘어 로봇, 전기차, 통신, 의료기기, 동물케어, 금융 등 신산업, 신서비스 분야에서 폭넓은 비즈니스 협상과 계약이 가능하도록 치밀하게 준비하여 전국적 행사로 통합하는 전략을 조성해나가야 한다.
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해 전북의 열정과 약속에 대한 지지를 신뢰와 성과로 연결시켜 전북도에 대한 관심과 이해, 애정을 필히 구축해야 한다. 규모와 내실을 모두 갖춘 최고의 대회로 만들어 천년고도의 역사와 전통, 현대가 공존하는 글로벌 문화관광도시 전주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총력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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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선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