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친혼 4촌 이내 금지 ‘반발 거세’
법무부가 지난달 28일 친족 간 혼인 금지 범위를 4촌 이내로 축소하는 방안을 제안한 연구용역 결과를 두고 논란이 일자 “개정 방향이 정해진 것이 아니다”며 한 발짝 물러서며 진화에 나섰다.
법무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친족 간 혼인 금지에 관한 기초조사를 위해 다양한 국가의 법제 등에 대해 전문가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등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며,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시대변화와 국민 정서를 반영할 수 있는 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근친혼 범위 축소 논란은 법무부가 위탁한 연구용역 결과가 알려지면서 부터이다. 법무부가 보고받은 ‘친족간 혼인의 금지 범위 및 그 효력에 관한 연구’에서는 혼인 금지 범위를 현재보다 크게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법무부가 친족 간 혼인 금지 범위를 재검토하기 위해 실시한 연구 용역에서는 혼인 금지 범위를 기존의 8촌 이내 혈족에서 4촌 이내 혈족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지난 2022년 ‘8촌 이내 혼인을 무효로 한다’는 민법 조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아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에 따른 조처다. 법무부의 이 같은 논의는 2016년 미국에서 귀국한 A씨와 B씨가 혼인신고를 하며 시작됐다. B씨가 자신이 A씨와 6촌 관계라고 주장하며 혼인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 재판부가 혼인 무효 판결을 내리자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A씨가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에서는 8촌 이내 혈족 간 혼인을 제한하는 ‘민법 809조 1항’에 대해서 재판관 5대 4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다만 이 조항을 어기고 한 결혼을 무효로 보는 ‘809조 2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처음부터 가족 관계인 것을 알면서도 결혼했다면 혼인이 무효지만, A씨와 B씨의 경우처럼 6촌 사이인 것을 모른 채로 결혼한 경우는 무효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훨씬 앞서 ‘동성동본 금혼 조항’은 1997년 7월16일 헌법재판소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졌고, 이후 2005년 민법이 개정되며 동성동본 금혼 조항은 ‘근친혼’을 금지하는 규정으로 바뀌게 된다.
여기에서 민법 제809조 제1항은 8촌 이내 혈족 사이에선 혼인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조항을 어기고 한 결혼을 무효로 보는 809조 2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기에 이에 따라 올해 2024년 12월 31일까지 이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 논란이 된 민법 ‘제809조 2항’
‘2005년 개정된 민법 제809조 2항’에 헌법재판소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 이전 사항은 다음과 같다. 동성동본금혼 때문에 사실상 부부이면서도 혼인신고를 하지 못해서 발생한 사회문제를 고려하여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1977년 12월 ‘혼인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었다.
1978년 1월 1일부터 그 해 12월 31일까지 1년 동안 일정한 서류를 갖추어 혼인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1988년과 1996년에도 같은 내용의 특례법이 시행되었다.
동성동본불혼을 규정하고 있는 위 민법 조항에 대해서는 제정 당시부터 충효정신을 기반으로 한 농경중심의 가부장적 · 신분적 계급사회에서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기능하였던 유산이라는 점과 헌법의 남녀평등이념에 위반한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었다.
이에 1997년 7월 헌법재판소에서는 자유와 평등을 근본이념으로 하고 남녀평등의 관념이 정착되었으며, 경제적으로 고도로 발달한 산업사회인 현대의 자유민주주의사회에서 동성동본불혼을 규정한 위 민법 조항은 사회적 타당성 내지 합리성을 상실하고 있음을 긍정하였다.
아울러 동 조항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이념 및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兩性平等)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성립유지라는 헌법규정에 정면으로 배치될 뿐 아니라, 남계혈족에만 한정하여 성별(性別)에 의한 차별을 함으로써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에도 위반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동성동본금혼은 우리 민족의 혼인풍속이고 동시에 윤리규범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혼인제도는 입법부인 국회가 우리민족의 전통, 관습, 윤리의식 등을 고려하여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입법재량사항이므로, 입법형성권을 가지고 있는 국회가 위의 사항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새로이 혼인제도를 결정할 수 있도록 헌법불합치결정(憲法不合致決定)을 하였다.
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최종 공식적인 법률의 개정은 2005년에야 겨우 이루어졌다.
2005년 3월 31일 민법 개정에서 민법 제809조 제1항은 “8촌 이내의 혈족(친양자의 입양 전의 혈족을 포함한다)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하는 것으로 개정”되면서 동성혼 등의 금지에서 근친혼 등의 금지로 개정되었다. 아울러 6촌 이내의 양부모계(養父母系)의 혈족이었던 자와 4촌 이내의 양부모계의 인척이었던 자 사이의 근친혼만 금지되었다.
이처럼, 2005년의 민법 개정은 호주를 중심으로 가(家)를 구성하는 호주제를 폐지하는 등 양성평등이라는 헌법이념과 시대변화에 부합한 입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 현실과 부합되게 ‘사회적 공감대 형성’
전통 사회와 달리 친인척 교류가 소원하고 친족 관념도 변화한 현대 사회에서 “솔직히 8촌은 얼굴도 모른다, 요즘은 6촌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굳이 법으로 막을 이유가 있나”와 “남으로 보기엔 너무 가깝지 않나, 고조할아버지면 제사 같이 모시는 집안도 있는데” 등 쏟아진 반응들은 제각각이다.
그럼에도 금번 법무부의 개정 방안이 제시되자 성균관, 성균관 유도회총본부, 전국 유림 일동은 성명에서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통념으로 받아들여 온 근친혼 기준을 성급하게 바꿔서는 안 된다”며, “우리 전국 유림은 이러한 만행을 규탄하며 법무부는 당장 연구용역을 중단하고 가족을 파괴하는 일을 멈춰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와 함께 2005년 개정된 민법 제809조에 대해서는 여전히 혼인이 제한되는 근친의 범위가 너무 넓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동성동본불혼의 원칙은 사회질서의 하나인 혼인의 성립 · 유지에 크게 이바지하는 하나의 근본원칙이었는데, 특수한 사정 아래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전제로 하여 성급하게 결정했어야 할 문제는 아니었다는 반론 역시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혼외자의 출생신고를 모(母)만 할 수 있게 한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2항도 작년 3월 헌재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이 조항은 아이와 혈연관계가 바로 확인되는 모친에게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현실은 모친의 소재가 확인되고 특정 가능하지만 자녀 부양 의사가 없는 경우라면 아버지가 출생신고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혼인 금지 친족 범위를 8촌 이내에서 4촌 이내로 축소해야 한다는 연구용역 결과는 여론을 탐색하는 하나의 검토 대상이다.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 없이 추진하기 어려운 사안인 만큼, 혼인 무효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의 법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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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선데이